'보좌의 정치학'을 쓴 작가의 글입니다.
페이스 북에 올라온 글이라는데 페이스북에서 작가님을 검색 못해서 옮겨 적습니다.
《개》
-이진수
나는 개를 싫어한다. 날 좋은 날,
중랑천이나 당현천을 걸으면 온통 '개판'이다. 작은 개는 아무 때나 짖는다.
산책의 적요를 방해한다. 큰 개는 존재 자체가 공포다.
소싯적에 도베르만에게 허리를 물린 기억 때문이다.
식은땀이 난다.
그런데도 가끔 개 프로그램을 나도 모르게 보고 있다.
개통령인가 하는 이가 개를 다루는 걸 보면 탄복하게 된다.
온갖 ‘문제 개’들을 교정한다.
훈련사가 개를 교정하는 방법은, 내가 볼 때 두 가지 원리다.
하나는 개가 그러는 이유를 정확히 파악하는 것이다.
다 이유가 있다.
대부분은 개 주인이 잘못 길들인 탓이 크다.
둘째는 신상필벌이다.
주인이 원하는 대로 개가 행동하면 간식을 주고, 안 하면 외면하는 식이다.
모든 개는 그렇게 고쳐질 수 있다.
검찰은 개다.
개 주인인 국민이 오랫 동안 개를 잘못 길들였다.
그 바람에 주인을 지키거나, 반려하기는커녕 시도 때도 없이 아무한테나 짖고, 문다.
‘개는 원래 물라고 있는 거예요’라든가,
‘우리 개는 안 물어요’라든가,
‘사람이 물릴 짓을 했으니 문 거죠’라는 말은 하지 말라.
얘기만 길어질 뿐, 다 개소리다.
개 관리 제도가 점점 갖추어지고 있다.
목줄이나 입마개 착용 의무화에 이어,
9월부터 등록 안 된 개는 견주에게 과태료를 물리고,
맹견 견주에게는 교육 이수를 의무화했다.
검찰의 주인은 국민이고. 국민이 관리할 수 있어야 한다.
그러라고 학자 출신 장관을 먼저 보내 관리 방안을 만들었다.
이제 실행 단계다.
우선 목줄부터 걸어야 한다.
그래서 목줄 걸 훈련사를 보내려 했더니 역시나 저항이 장난 아니다.
부부 교수에 부자니 어찌 약점이 없겠는가?
어쩌면 그리도 개는 인간의 약점을 잘 아는지 정확하게 그 지점을 찾아 물고 늘어지고 있다.
나는 개를 싫어한다.
무섭기도 하다.
주말엔 서초동에 가보려 한다.
피한다고 될 일이 아니다 싶다.
사람은 개를 잘 길들여야 할 의무가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