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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 검찰의 조국 수사는 범죄 사실의 ‘발견’에 가까운가, 아니면 ‘invention’에 가까운가? 검찰의 속마음을 알 길은 없으나 마침 불거진 나경원 자유한국당 원내대표 자녀들 관련 의혹은 조국 장관의 딸 의혹에 대한 좋은 대조군 역할을 하고 있다. 비슷한 의혹에 비슷한 물량의 수사력이 투입되었는지, 비슷한 강도의 수사가 진행되었는지가 일차적인 판단의 근거가 될 것이다. 이 질문에 긍정적인 답을 할 사람은 아마 거의 없을 것이다. 그 존재 자체로 공정해야 할 공권력으로서의 검찰의 공정함은 대체 어디로 갔을까? 두 사건을 다루는 언론도 마찬가지이다. 공정성을 말하던 조국이 공정함을 어겼다고 비난하는 언론의 공정함은 또 어떤가? 한 가지 확실한 사실은 단군 이래 최대 규모, 최대 강도의 수사에도 아직까지는 조국 직계가족의 범죄를 ‘발견’하지 못했다는 점이다.
사태가 이 지경에 이르고 보니 조국 장관에게 범죄 사실이 있든 없든 그와는 별개로 검찰과 언론의 광기 어린 ‘조국 사냥’은 반드시 짚고 넘어가야 할 문제가 되었다. 암이 의심된다며 환자를 눕혀 놓고 사체 부검 수준으로 수백 군데를 난도질하다가 결국 조그만 용종 한두 개를 꺼내들고 말기 암환자라고 진단한다면 그건 의사가 아니고 살인자이다.
꼭 10년 전 노무현 전 대통령의 비극적인 죽음을 우리는 단순한 자살사건으로 기억하지 않는다. 검사와의 대화, 탄핵, 관습헌법, 아방궁, 논두렁 시계로 이어지는 맥락을 우리는 알고 있다. 누군가에겐 노무현이 실패한 대통령이어야만 했고, 누군가는 그 결론에 짜 맞추기 위해 아방궁과 논두렁 시계를 ‘고안(invent)’했다. 이 부당한 괴롭힘의 역사를 잘 아는 노회찬 의원에게는 4,000만원의 무게가 남달랐을 것이다. 나는 작년 노회찬 의원의 허망한 서거 소식을 듣고 ‘노무현 괴롭힘’의 본보기 효과가 10년이 다 되도록 지속되는구나 싶어 섬뜩했다. 두 정치인의 자살 뒤엔 그들을 자살로 내몰았던 우리 사회의 어두운 그림자가 있다. 생물학적인 위해는 아니더라도 인간으로서 견디기 힘든 인격살인까지 범위를 넓혀 보면 이것은 ‘연쇄살인’이다. 조국은 그들에게 또 하나의 살인의 추억이다.
우리는 그 연쇄살인범이 누구인지 알고 있다. 최근 화성 연쇄살인범의 정체가 33년 만에 밝혀진 것에 비하면 다행이다. 불행히도 범인이 누구인지 알고만 있을 뿐, 붙잡아가지도 처벌하지도 못하고 있다. 누구나 다 범인을 알고 있는데도 영구미제사건이다. 나는 이 희대의 연쇄살인범을 역사의 법정에 꼭 세우고 싶다.
이종필 건국대 상허교양대학 교수
https://news.v.daum.net/v/2019092418082476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