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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국 동지에게 ㅡ 이승욱

기레기아웃 조회수 : 1,684
작성일 : 2019-09-10 19:41:21
서울대 법대를 졸업한 제 조카가 ‘조국 교수님’과 사석에서 나눴던 얘기를 들려 주더군요. “이름값 하느라 평생 죽을힘을 다하고 있다”구요. 저는 무정부주의자라 조국(祖國)은 그저 제 정서의 본향이며 모국어와 관계를 나누는 터전이라는 것 외에는 아무런 의미도 없는 이름이지만, 이름을 지키기 위해 죽을힘을 다한다는 동지의 뜻에는 깊은 동질감이 느껴집니다. 죽어서 남길 이름이 아니라 사는 동안 순결한 이름 말입니다. 이 소란을 잘 이겨내시고 모든 직함을 다 잘 수행하신 다음, 세상으로부터 자유로워지시면 각자의 동갑내기 딸을 대동하고 술 한잔 나눌 수 있기를 바랍니다. 이름을 지키려 애쓰는 한, 당신은 그러한 모든 사람들의 동지입니다.


https://news.v.daum.net/v/20190901175622880

IP : 183.96.xxx.241
6 개의 댓글이 있습니다.
  • 1. 기레기아웃
    '19.9.10 7:42 PM (183.96.xxx.241)

    이승욱 ㅡ닛부타의숲 정신분석클리닉 대표

  • 2. ..
    '19.9.10 7:42 PM (223.62.xxx.233)

    고맙고 미안하고 ㅠ
    감사합니다.

  • 3. gma
    '19.9.10 7:48 PM (211.36.xxx.9)

    음 좀 멋진대요

  • 4. 가을아
    '19.9.10 7:55 PM (182.224.xxx.139)

    음 좀 많이 많이 멋지십니다~~ㅎㅎ

  • 5.
    '19.9.10 8:13 PM (121.147.xxx.170) - 삭제된댓글

    이런글이 조국법무장관께 힘이되었으면
    좋게습니다

  • 6. 기레기아웃
    '19.9.10 9:21 PM (183.96.xxx.241)

    [이승욱의 증상과 정상] 조국 동지에게

    어떤 사상적 지향이나 세계관이 공유되는지 확인한 바도 없고, 대면 인사 한 번 나눈 적 없는 사람이 이리 부르는 것에 대한 당혹감이 있으시다면 사과부터 드리겠습니다. 다만 조국 동지의 그간의 행보에 근거하여, 그리고 두 사람의 한두가지 공통된 경험에 기대어 민망하지만 ‘동지’라 부르겠습니다.

    저는 1965년생으로 동지와 동갑입니다. 하지만 제가 개인적 이유로 동지라 부르고 싶은 경험은, 둘 다 만 다섯살에 국민학교에 들어가서 82학번으로 대학교를 다녔다는 겁니다. 아시다시피 이것이 어떤 경험이냐면, 초등학교 4학년 남자아이가 6학년 형과 힘겨루기를 하며, 중학교 1학년이 3학년과 같이 체력장을 치르고, 고등학교 1학년이 3학년 형들과 같은 날 입시를 치러야만 했던 거지요.

    사실 이런 우연보다는 이 경험이 만든 삶의 조건, 그것을 견뎌야 함으로 우리 안에 직조되었을 어떤 감각, 사고의 동질성이 더 중요한 것 같습니다. 조국 동지도 말씀하셨지요. 이 경험이 “자신이 속한 집단으로부터 거리를 두게 만들지 않았나” 생각한다구요. 전적으로 동의합니다. 그래서 저는 제가 속한 집단에서 주류에 들어가 기선을 잡고 승기를 제압하여 이득을 얻고 권력을 누리려는 시도조차 해본 적이 없습니다. 조국 동지도 그럴 것이라 감히 짐작합니다. 우리는 잃어버린 2년인지, 덤으로 얻은 2년인지를 먼저 살면서 이도 저도 아닌, 어떤 경계에 서 있는 느낌을 계속 가졌을 겁니다. 이렇게 경계인으로 살아온 우리는 겁이 많아서 어떤 탐욕에 동력을 얻어 범법을 저지르지는 않습니다. 일천한 법 지식과 하찮은 경제 관념을 가진 저이지만, 인간의 마음에 관한 한 그래도 밥벌이할 정도의 식견은 있으니까, 제 주장이 터무니없지는 않을 것 같습니다.

    2008년이었을 겁니다. 딸을 둔 아버지들을 위한 책을 한권 썼고 조국 동지에게 보내 드렸습니다. 일면식도 없던 분께 책을 보낸 이유는 나와 비슷한 한 남자가 나처럼 딸 하나 아들 하나를 키우며 살고 있음을 알았거든요. 그 책을 받고 조국 동지가 제게 메일을 보내셨고 제가 짧은 답신을 드렸습니다. 그것이 조국 동지와 저의 유일한 인연입니다. 여기에 인용하는 조국 동지의 말씀들도 열 문장이 채 안 되는 그 짧은 메일이 출처입니다.(허락 없이 공개함을 이해해 주십시오.)

    어젯밤 그 메일을 다시 꺼내 읽어 보았습니다. 그리고 이 편지를 쓰기로 했습니다. “저도 딸이 있는데 사랑에 서툰 것이 분명합니다. 너무 많이 기대하였다가 실망하기도 하고 꾸짖고 난 뒤에 후회하기도 하는 아빠입니다.” 이렇게 쓰신 글을 다시 읽으니 이 사람은 참 온화하구나, 그리고 고민하는 아버지이구나, 라는 느낌이 들었습니다. 이런 아버지가 자녀에게 불법의 대열에 합류하여 부당한 기득권을 선점하라고 종용하거나 주도하지 않았으리라는 믿음이 생겼습니다. 만약 그러셨다면 전적으로 그건 조국 동지의 책임이고, 그 책임을 지시리라는 믿음도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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