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찰의 사문서위조죄 기소를 보며
1.
이 광풍에 관한 글을 그만 적어야겠다는 생각은 관련 글을 두 세 개 적은 시점부터 줄곧 했었다. 생각을 적고자 페북을 시작했지만 내가 정치에 관해서만 생각하는 것도 아니고, 내 페북 글조차 이미 과잉과 광란을 여과없이 보여주고 있기에 ‘이제 그만’했다.
그렇지만 조국후보자 부인을 사문서위조죄로 기소하는 걸 보고는 정치적 입장을 떠나 답답함을 도저히 어찌할 수가 없어 다시 생각을 쓴다.
2.
나는 법관생활 14년, 변호사 생활 2년여 동안 피의자를 조사하지 않고 기소한 사건을 단 한건도 본 적이 없다. 사실 들은 적도 없다.
증거도 명백하고, 공소시효 때문에 피의자를 조사하지 않고 기소했다고 하는 반론도 있다. 나는 증거의 명백성에 대해서도 동의할 수 없을 뿐더러, 이 사건의 본질을 생각해 보면 비겁한 변명이라는 생각 밖에 들지 않는다.
3.
증거...
사문서 위조죄는 ‘사문서 위조사실’ 이외에 ‘행사할 목적’이 있어야 성립하는 목적범이다. 피의자를 조사하지 않고 ‘행사할 목적’에 대한 입증이 어떻게 가능한지 나는 알 수 없다.
위조된 사문서가 이용된 사안을 찾아 ‘행사할 목적’을 확인했을 수는 있겠지만, ‘위조사문서행사죄’를 같이 기소하지 않은 점에 비추어 볼 때, 검찰이 이 부분에 대해 조사를 완료하지 않았다는 데 한 표다.
아마도 이 사건은 위조사문서행사죄에 대한 사후적 수사를 통해 기소된 사문서위조죄를 입증하는 아주 독특한 구조를 취할 것이다. (아마도 보강수사라고 쉴드치겠지.)
4.
공소시효 문제도 그렇다.
사문서위조죄에 대해 공소시효가 도과하더라도 위조사문서행사죄에 대한 공소시효는 남아 있다. 위조사문서행사죄에 대해 조사하고, 그 부분이 입시비리와 연결되어 있다면 위조사문서행사죄와 위계에 의한 업무방해죄로 기소하면 그만이다.
검찰이 구형을 할 때도, 법원이 양형을 결정할 때도 공소시효가 경과한 사문서위조죄 부분에 대해 고려한다. 걱정은 구속하시라.
그리고, 현재의 검찰 논리라면 피의자가 도망가거나 소환에 불응해 피의자 조사를 하지 못해 캐비넷에 넣어 둔 사건, 특히 공소시효 임박 사건은 모두 꺼내 기소해야 한다. 피의자가 도망가거나 이유 없이 소환에 불응하는 사실만큼 피의자가 범인임을 추정케 하는 사실은 없다.
5.
피의자조사가 꼭 필요하지는 않다는 소리도 인권의식을 그대로 보여주는 개소리다.
형사소추를 위해 피의자조사를 반드시 하라고 규정되어 있지는 않지만, 형사소송법 247조의 정신에 비추어 보면 이는 사실상 당연히 거쳐야 하는 절차이다.
형사소송법 247조는 “검사는 형법 제51조의 사항을 참작하여 공소를 제기하지 않을 수 있다”라고 규정하고 있다. 그리고 형법 51조에는 “형을 정할 때, ① 범인의 연령, 성행, 지능과 환경, ② 피해자에 대한 관계, ③ 범행의 동기, ④ 수단과 결과, 범행 후의 정황을 참작하여야 한다”고 적혀 있다.
피의자를 조사하기 전에는 형법 51조가 규정하고 있는 사항들을 알 수가 없다. 그래서 증거가 명백한 사건들, 예컨대 음주운전 같은 사건도 피의자를 불러 형식적이나마 3페이지 전후의 피신조서를 남기는 것이다.
피의자신문을 통해 형법 51조에서 정한 사유들을 살펴보고 기소 여부를 결정하라는 것은 형사소송법의 명령이다.
6.
솔직히 지지부진한 패스트트랙 사건처럼 피의자조사가 필요 없는 것이 명백한 사건도 없다.
패스트트랙 충돌 당시 상황에 관한 영상이 수도 없이 존재하고, 범인인 국회의원들의 연령과 성행, 지능은 고등학생인 우리 애도 인터넷 검색을 몇 번해 보면 알 수 있다.
피해자에 대한 관계는 원수지간이고, 범행의 동기는 두목급, 간부급들의 경우 개혁저항, 발목잡기고, 행동대원의 경우 공천을 따기 위해서다. 수단과 결과, 범행 후의 정황 역시 인터넷 검색을 한 다음, 수사보고서로 떼우면 된다.
그런데도 두달 넘게 지지부진한 것은 범인들이 소환에 불응해서이다.
조국의 검찰과 패스트트랙 검찰은 서로 다른 검찰인가.
사건이 경찰에 있어 못한다고... 진짜 개소리다. 수사지휘권은 왜 갖고 있나. 그럴거면 수사지휘권 포기해라.
* 개인적으로는 피의자조사 없이 기소하는 건 이건조차 당연히 반대한다.
7.
사실 내가 이 글을 쓰는 이유는 이론적인 부분을 이야기하거나 욕지거리를 위해서가 아니라 적어도 이 사건에서 보여준 언론과 검찰의 인권의식과 위선 때문이다.
이 사건 본질이 무엇이든, 그리고 이에 대해 각자가, 각 진영이 어찌 생각하든 조국과 그 가족들에 대해 가해지는 지금의 언론과 검찰의 칼날은 검증을 넘어 광기에 가까운 폭력이다.
온 국민이 공직후보자 자녀의 성적과 생기부와 가족의 이혼사까지 다 아는게 정상인 사회인가. 특수부가 투입되어 생기부 뒤지고 그 수사과정이 실시간 생중계 되는 게 우리가 바라는 사회인가.
이 미친 칼바람 속에 서 있는 사람과 그 가족에 대해 조금이라도 생각이 미친다면 이렇게는 못한다.
8.
라캉은 인간의 욕망 또는 무의식은 말을 통해 나타난다고 했다. 인간은 말하는 것이 아니라 말하여지는 것이다.
지금 검증이라는 이름으로 가하여는 글의 성찬과 과잉수사는 상대에 대한 엄청난 적개심, 그 이상도 이하도 아니다.
적어도 작금의 언론의 말과 글에서, 검찰 수사의 모습에서 드러나는 욕망과 그들의 무의식은 정의와 공정이 아니라 조국과 문재인 정부에 대한 극도의 반감 그것 밖에는 안 보인다.
9.
나는 조국과 그 가족들에 대한 수사를 덮자는 입장이 결코 아니다.
그러나 이 일이 생기부, 표창장 펴놓고 특수부 두 개부가 투입되어 생중계하면서 수사할 일은 아니라고 생각한다. 앞으로 검찰은 고발이 있으면 특수부 검사들을 투입해 청문후보자 자녀 생기부의 진실성에 대해 조사할 것인가.
검찰을 흔히 칼잡이, 검객이라 한다. 우리가 윤석열 검찰에 바란 것은 검객 이상의 의사의 모습이었는데 지금은 검객은 고사하고 백정의 모습만 어른거린다.
나는 이 광풍과 비바람 속에 칼춤을 추고 있는 검찰의 모습이 슬프다. 그리고 칼바람 앞에 서 있는 아내와 딸의 모습을 안스럽게 바라만 봐야하는 한 인간과 그 가족들 때문에 더 슬프다.
10.
글을 다 쓰고 나면 좀 나을 줄 알았는데 이유만 명확해졌을 뿐 더 답답고 더 슬프다. 그래서 이 글을 마지막으로 이 부분 글은 이제 진짜 그만이다.
PS
참... 배우자와 자녀와 가족을 관리대상으로 보는 수신제가치국평천하는 정말 넌저리가 난다. 고위공직자로서 도덕적 책임을 이야기하는 건 몰라도 가족은 내맘대로 할 수 있는 물건이 아니다. 그리고 내 경우는 와이프와 애에 대해 내맘대로가 전혀 안된다. 오히려 예네가 날 맘대로 하려한다. ㅠ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