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행복해지는 연습을 해요

하트비트01 조회수 : 2,513
작성일 : 2019-09-04 00:54:50
어린시절을 생각하고 싶지않다.
지워버리고 싶은 마음이 큰 탓인지
평소엔 잘 생각나지 않다가 때때로 듬성듬성 기억이 스친다.
어린 시절의 내가 떠오를 땐 눈물도 함께 온다


얼마전 내 친구는 어린시절로 돌아가고 싶다고 했다.
나는 절대로 돌아가기 싫은 그 시절을.


18개월부터 성인이 될 때까지
큰아버지 집에 얻혀 살았다.

80년대 초.
시골의 정말로 가난한 집이었다.
할머니를 포함 식구는 7명이었고
내가 오고 8명이 되었다.

큰어머님의 구박과 견디기 힘든 차별을 받았고.
유일한 여자 아이라 집안일을 도맡아 하고
사촌 오빠들에게 구타 당하고 모욕 당했다.

그래도 난 돌아갈 곳이 그 집 뿐이었다.

고기를 먹어본 적이 거의 없었다.
내 생일이 언제인지 몰랐다.

큰어머님은 오빠들의 생일에 미역국을 끓였다.
케익에 불도 붙였다.
나는 그 파티가 부럽기보다
내가 언제 태어났는지가 궁금했다.
아무도 나에게 관심이 없었다.

마음속으로 생각했다.
봄이오면 이렇게 꽃피는 봄에 내가 태어났을까.
여름이면 이렇게 더운날은 싫으니 지금 계절은 아닐거야.
가을이면 하늘이 맑아 지금 태어나면 좋았을지도.
추운 겨울에 태어났으면 왠지 많이 울었을 것 같아.

이를 악물고 성인이 되기까지 버텼다.
요즘 말로는 존버했다. (ㅈㄴ 버텼다.)
초등학교때부터 중학생때까진 정말 시간이 더디게 흘렀다.
다행스럽게도 고3 초에 취업할 수 있었다.
이후부턴 시간이 정상적으로 흐르기 시작했다.


이후로도 평탄하진 않았지만
작은 돈이지만 내가 벌고 내가 쓰고
내 한 몸 내가 다스릴 수 있게 되었다.

큰 집에서도 벗어날 수 있었다
악연같은 인연들과 벗어날 수 있었다.
혹자들은 말한다.
그래도 긴 시간 키워 주었는데.
역시 머리검은 짐승은 거두는게 아니라는 그 말 널 보니 알겠다.

알겠나요?
항상 온 몸에 문신처럼 멍이 있던 어린 시절 나를.
목욕탕 한번 간 적 없어 온 몸에 때가 까맣게 오르고
머리에 이가 드글거리던 나를.
항상 같은 옷만 입고 다니던 나를.
2차 성징이 왔지만 브라 하나 패드하나 없던 나를.
항상 냄새 나던 잊고싶은 어린 시절들.



성인이되고 돈을 벌면서
비싸진 않지만 깨끗한 옷을 사입었다.
솔브에서 예쁜 속옷도 샀다 (잊혀지지가 않는다.)
편하고 단정한 운동화도 샀다.
검정 핸드백도 샀다.
미용실도 가보았다. 롤셋팅이란 걸 하고 염색도 했다.

화장품 가게에 가서 스킨 로션을 사고
셰도우란 것도 사고 립스틱도 샀다.
어설픈 화장법이었지만 그리 못나보이진 않는다.
그냥 평범한 사회초년생 같아보였다.

사진을 한장 찍어놓 았다.
내 표정도 조금 밝아진듯 하다.


그 후로 다시 17년.
나는 이제 남편이 있다. 아이도 둘이나 있다.
착한 남편을 만났다. 구불구불한 인생에 빛이라 생각한다.
그 동안 존버 했던 승리라 생각한다.

이제 나도 울타리가 있다.
더이상 집은 돌아가기 싫은 곳이 아니다.
집은 따뜻하고 안락한 곳이다.
남편에게 감사해야지 (내일부터 잔소리를 조금 줄여야겠다^^)



나는 고등학교 입학원서를 쓰면서 알았다.
내가 가을에 태어났다는 것을.

생일이 다가온다.
남편은 언제나처럼 미역국을 끓여줄 것이다.
이제 유치원생이 된 아이둘도 박수치며 노래를 불러줄것이다.

끈을 놓지않고 살기 다행이다.
긴 시간 받지 못 했던 사랑을 보상 받는 기분이다.

하지만.
나는 장을 보러가면 고기를 살 줄 모른다.
항상 야채 코너에서 뱅뱅 돌다가 콩나물 한봉지 두부 두모.
어린시절 언제나 먹고 싶었던 비엔나 한봉지와 계란한판을 사온다.

남편이 말한다.
여보는 안 먹으면서 왜 꼭 콩나물과 두부를 사?
아... 그러니까.. 좋아하진 않은데 딱히 떠오르는 반찬이 없어서..

어린시절부터 고기를 많이 먹어봤다면
마트갔을 때 고기부터 집을까,

겉모습은 평범해 보여도
어느 순간 마음 깊은 곳에 있는 못난 마음들이 빼꼼 문을 열고 나온다.

사랑을 많이 받고 컸으면 어땠을까 생각한다.
아이에게 사랑을 많이 주고 크게 하고 싶다.
하지만 방법을 모르는것 같다.

먹어봐야 먹을 줄 알고
받아봐야 베풀 줄 아는게 진리인가 생각해본다.

서른 여덟이 되려면 3개월 남았다.
내년엔 지금보다 마음의 크기도 한뼘 더 자라있기를.


행복해지는 연습 하나.
내일을 삼겹살을 두근 사와야겠다.
상추와 고추도 사와야지. 아, 생마늘도^^

IP : 223.62.xxx.48
19 개의 댓글이 있습니다.
  • 1. 앞으로는
    '19.9.4 12:58 AM (116.37.xxx.179)

    남편과 아이들과 함께
    행복한 일만 가득하시길 바랍니다.

  • 2. 아...
    '19.9.4 12:58 AM (91.115.xxx.205)

    원글님 미리 생일 축하해요!
    소중한 글 고맙습니다.

    그리고 비엔나는 끊으세요. 첨가물 범벅이라.
    삼겹살부터 사는 연습을 해보세요.
    아이들을 위해서라도 잘 먹어야해요.

  • 3. 쉼표
    '19.9.4 1:00 AM (121.148.xxx.10)

    원글님도 좋은 분이고
    거기다 착한 남편 만났으니
    자녀 양육은 맘 놓으세요.
    충분한 사랑 받으며 예쁘게 자라고 있잖아요.

  • 4. ...
    '19.9.4 1:03 AM (59.15.xxx.61)

    잔잔히 흐르는 음악 같은 글이네요.
    처음에는 음울한 멜로디로 시작했지만
    폭풍같은 고난을 지나
    마지막은 화려하고 경쾌하게 연주되는...
    늘 행복하시고 꽃길만 걸으세요.

  • 5. 원글
    '19.9.4 1:09 AM (222.237.xxx.115)

    비루한 글 읽어주셔서 감사해요
    의식의 흐름대로 쓴 글이라^^;;

    그저 이렇게 쓰면서 치유 받는거 같아요
    누구에게 할 수 없는 얘기지만
    이렇게 털어놓고 나면 한결 가벼워지고
    고난과 역경이 있었던 것 같을 삶인데
    막상 쓰고나니 별거 없잖아?! 에이 괜찮아~
    나에게 위로가 되는 것 같아서요.

    신성한 82이에 바이트 낭비 시킨 것 같지만.
    제 마음이 조금 치유 된 것 같으니 이해해주세요^^;;

    그리고 비엔나는 꼭 데쳐서 먹을게요. 고맙습니다-

  • 6. ....
    '19.9.4 1:17 AM (106.102.xxx.101) - 삭제된댓글

    18개월 조카아이 맡지 않았으면 원망도 없었을 것을
    차라리 고아원에 보냈으면 원글님이나 큰어머니나 서로 좋았을텐데

  • 7. 꼬마야
    '19.9.4 1:29 AM (116.36.xxx.157) - 삭제된댓글

    많이 아팠지? 너무 힘들었지?
    이제는 행복해서 다행이야
    앞으로도 계속 행복하렴
    그러면 아팠던 꼬마는 사라지고 행복한 지금의 너만 남을거야
    꼬옥 안아줄게.....

  • 8. 응원해요
    '19.9.4 1:36 AM (114.170.xxx.171) - 삭제된댓글

    원글님의 행복한 일상을 응원해요
    앞으로 꽃길만 걸으세요!

  • 9. ...
    '19.9.4 1:55 AM (120.136.xxx.187)

    행복해지셔서 다행이에요.

    저희 친정엄마도 성장과정의 이유로 늘 콩나물을 사시는데.
    엄마생각도 좀 나고 그렇네요.

    내가 못누린거 아이에게 해주면서 치유도 되는것같아요.
    저는.

  • 10.
    '19.9.4 4:20 AM (223.38.xxx.203)

    말하고 쓰면서 해소하고,

    공유하면서 치유된다 하더라구요.

    건강하게 잘 살아가셔서 보는 제가 행복합니다.

    비슷한 경험이 있어서^^

  • 11. 청화빛
    '19.9.4 5:46 AM (61.47.xxx.116)

    인생에서 겪는 고통에는 총량이 있대요~
    초년에 그 고통의 총량을 채웠으니까
    이제부터는 좋은일 행복한일로 채워질꺼예요~^^

  • 12. 큰엄마가
    '19.9.4 6:11 AM (175.123.xxx.2)

    잘해주진 못했지만 어쨋든 버리진 않고 키워줬으니 지금의,님도 있는 거에요. 친엄마도 버리는 세상인데,
    넘 나쁘다고 생각말고. 그래도 버리지 않고 재워주고 학교보내줬느니 고마워 해야,하는 거에요.
    싱처는 친엄마,친형제한테도 받아요.
    이젠,좋은남편만나 행복하니 지난일 미움은 잊고 좋게 생각하세요

  • 13. ........
    '19.9.4 6:58 AM (211.250.xxx.93)

    원글님 가족이라는 안전하고 평화로운 울타리에서 맞이하시게 될 생일 미리미리 축하드려요. 가족.... 따뜻하고 결이 고운 원글님에게 언젠가는 오게 될 선물이었네요! 앞으로도 좋은 일만 가득하시길 바랄게요

  • 14.
    '19.9.4 7:39 AM (1.245.xxx.107)

    뭐라도 댓글달고 싶은 글이라
    나가야 되는데 읽고있었어요
    잘 버티셨어요
    사춘기에 그거 못버텨 나쁘게 빠지는 아이들도 많은데
    착하셨나봐요
    앞으로는 행복하게만 사세요~~~

  • 15. ㅡㅡ
    '19.9.4 8:08 AM (112.150.xxx.194)

    원글님. 제가 제일 좋아하는 가을에 태어나셨군요.
    생일 축하드려요.
    열심히 잘살아오셨네요. 장하세요.
    에휴. 아무리 먹고 살기 힘들어도. 그건 거둔게 아니에요.
    그사람들 나쁜 사람들이에요.
    오늘 꼭 삼겹살 사시고. 가족 다같이 맛있게 드세요!
    행복하세요~^^

  • 16. 원글님
    '19.9.4 8:48 AM (14.43.xxx.51) - 삭제된댓글

    작은 리츄얼들을 만들면 행복하대요.
    애들에게도 나에게도 소중한 순간들 많이 만드시고
    원글님 화이팅!!!

  • 17. ....
    '19.9.4 9:32 AM (165.243.xxx.169) - 삭제된댓글

    글 너무 잘 쓰신다~

    쉬지 말고 글 계속 써보세요~ 여기 저기 내다 보면 아마추어 작가라도? ㅎㅎㅎ

  • 18. ..
    '19.9.4 10:01 AM (221.162.xxx.233) - 삭제된댓글

    고생많이하셨네요
    이제부턴 행복하세요

  • 19. 행복도 습관이고
    '19.9.4 3:27 PM (112.149.xxx.254)

    환경이라
    나 쥐어짜서 본인 행벅한 사람들 사이에 있으면 행복할 수 없게 되더라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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