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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게시판

드러낼 수 없는 고민을 풀어보는 속풀이방

역사학자 전우용님 페북들

... 조회수 : 841
작성일 : 2019-09-03 10:37:44
1.
1884년 갑신정변 이후 안동 김씨 균(均)자 항렬 사람들은 전부 이름을 바꿨습니다. 남양 홍씨 식(植)자 항렬 사람들도, 반남 박씨 영(泳)자 항렬 사람들도, 대구 서씨 광(光)자 항렬과 재(載)자 항렬 사람들도 모두 이름을 바꿨습니다. 저들은 자타공인, 당대 최고의 ‘금수저’ 가문이었습니다. '명문대가'의 권위를 지키기 위해 김옥균, 홍영식, 박영효, 서광범, 서재필 등을 축출했다고 선포하는 집단 행위를 한 거죠.

김옥균 등은 자기 일신의 영달을 위해서가 아니라 세상을 바꾸기 위해 정변을 일으켰습니다. 그들이 평생 기득권을 누리며 호의호식하려 했다면, 세상을 그대로 두는 게 훨씬 나은 선택이었습니다. 게다가 그들이 세상을 바꾸려 했다고 해서 기득권을 누리지 않았던 것도 아닙니다. 김옥균 등은 모두 자기 가문의 기득권 덕으로 요직에 올랐습니다. 개혁의 꿈을 품은 뒤에도 기득권자의 삶을 바꾸지 않았습니다. 그때 정변을 일으키지 않고 자기 기득권을 지키는 데에만 집중했다면, 김옥균은 암살당한 뒤 사지가 찢겨 전국에 전시되는 참혹한 꼴을 당하지 않았을 겁니다. 오히려 내내 출세 가도를 달려 이완용의 자리를 대신 차지했을지도 모릅니다.

개혁이란, 자기 존재의 조건을 바꾸는 행위입니다. 그래서 기득권 세력 내의 개혁운동가들은 한편으로 자기 존재 자체가 주는 혜택을 받으면서 다른 한편으로 자기 존재를 부정하려는 이율배반적 면모를 보이곤 합니다. 이런 사람들에게서 보이는 ‘존재와 의식의 불일치’를 비난하면, 개혁은 불가능합니다. 물론 개혁 대신 혁명을 할 수도 있습니다. 마르크스주의 혁명운동가들은 이 ‘불일치’ 때문에 상층이나 중간 계급 출신 지식인들을 신뢰하지 않았습니다. 이런 태도의 극단을 보여 준 게 캄보디아의 폴 포트 정권이었습니다. 그들은 안경을 썼다는 이유만으로 자기 지지자들까지 ‘기회주의적 지식 분자’로 몰아 학살했습니다.

자기도 기득권 세력의 일원으로 살았으면서 말로만 개혁을 주장했다며 조국 후보를 비난하는 사람이 매우 많습니다. 하지만 역사상 수많은 개혁주의자가 많건 적건 '존재와 의식의 불일치'를 드러냈습니다. 이런 ‘존재와 의식의 불일치’를 문제 삼아 개혁 세력을 위선적이라고 비난하는 건 ‘반개혁세력’의 고정 레퍼토리입니다. 이런 비난에 동조하면, 기득권 가문에서 태어나 기득권을 유지 강화하는 데에만 몰두한 사람들이 오히려 일관성 있고 솔직한 사람으로 보이게 됩니다. 당대의 '기득권 구조'를 유지하는 게 도덕적으로 보이는 역설의 현상이 나타나는 거죠.

'개인적 도덕성'의 차원에서는 조국씨의 '존재와 의식'을 비교하고 불일치하는 점을 찾아내 비판, 비난할 수 있습니다. 그러나 사회적 도덕성의 차원에서 훨씬 더 중요한 것은, 비슷한 환경에서 태어나 같은 해, 같은 대학 같은 과에 입학했던 조국씨와 나경원씨의 존재와 존재를 비교하고, 의식과 의식을 비교하는 것입니다. 기득권 세력 중에는 나경원씨처럼 '존재와 의식의 확실한 일치'를 보여주는 사람이 압도적으로 많습니다. 사회가 발전하지 못하고 고착되는 것은, '존재와 의식의 불일치' 때문이 아니라 '존재와 의식의 일치' 때문입니다.

‘존재와 의식의 불일치’는 개혁의 중요한 동력이고, ‘존재와 의식의 일치’는 수구의 일관된 원칙입니다.

2.
남이 이미 한 질문과 똑같은 내용인데도 미리 준비한 대로만 읊어대는 기자들을 보면, 한국 언론이 70만 건의 기사로 쏟아낸 '광기'의 실체를 알 수 있습니다.

저들의 근본 문제는, 남의 말을 이해하지 못하고 스스로 생각하지도 못하는 '총체적 무지'입니다. 광기는, 무지의 다른 얼굴입니다.

3.
나경원씨가 '반론 기자간담회'를 생중계하라고 요구했습니다.
기자 여러분, 질문 겹치지 않게 대신 써드릴 용의가 있습니다.
대장동 땅 투기 의혹, 부친 사학재단 특혜 의혹, 유흥주점 입주 건물 13억 시세차익 의혹, 자녀 부정입학 의혹, 친일 언행 의혹, 남편의 기소 청탁 의혹, 달창 등 모욕발언 의혹, 경찰 선거운동 동원 의혹, 지역감정 조장 의혹....

4.
"한밤까지 50차례 나는 몰랐다."(조선일보 1면 헤드라인)
조선일보가 세상을 속이는 '잡기'를 또 한 번 공개했군요.
"한밤까지 50차례 똑같은 질문"이라 해야 맞죠.
조선일보 방모씨를 간담회장에 세우면, "10분만에 50차례 나는 몰랐다"라는 제목을 뽑을 수 있을 겁니다.
IP : 218.236.xxx.162
8 개의 댓글이 있습니다.
  • 1. ...
    '19.9.3 10:39 AM (218.236.xxx.162)

    https://www.facebook.com/100001868961823/posts/2985264438212492/
    첫번째 페북은 일요일 (월요일 기자간담회 전)에 올리신 것이고요

  • 2. ..
    '19.9.3 10:46 AM (210.179.xxx.97) - 삭제된댓글

    이 엄중한 시기에 전우용교수처럼 하는 역사학자 칭찬해요

  • 3. 공감10000000%
    '19.9.3 10:47 AM (1.177.xxx.78)

    가슴이 답답....기레기들과 왜구들의 광기, 그리고 거기에 휘둘려 같이 춤 추는 대중들
    전쟁보다 더 전쟁같은 작금의 현실이 숨이 막히게 답답하고 증오스럽다.

  • 4. 논리정연
    '19.9.3 10:47 AM (112.152.xxx.96)

    빼거나 더 할 말이 없네요

  • 5. 맞는 말씀
    '19.9.3 10:58 AM (220.87.xxx.209)

    이런 의견 내놓으시는 분 좀 많아야 하는데...ㅠ

  • 6. 어제
    '19.9.3 11:07 AM (175.214.xxx.49)

    기자회견 후기 요약 잘 하셨네요.

  • 7. 칭찬합니다
    '19.9.3 11:17 AM (182.224.xxx.119)

    한마디라도 더 보태야 말에 힘이 생깁니다.

  • 8. 완전
    '19.9.3 11:42 AM (58.120.xxx.54)

    존재와 의식의 불일치 동감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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