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사회 여론조사 전문가로서 여론조사 결과에 영향을 미치는 요인을 분석하는 데 많은 시간을 들입니다.
■ 조국 법무부 장관 후보자를 둘러싼 세부 의혹과 논란에 대한 보도량이 이례적입니다. 장관 인사와 관련해서 이렇게 쏟아진 보도를 본 적이 없습니다.
■ 또한 의혹과 논란을 다루는 방식 역시 너무나 선정적(sensational)입니다. 쟁점 정치사회 현안에 대한 의혹과 논란 보도는 균형적으로 다뤄져야 함에도 불구하고, 언론은 거의 한 쪽 방향으로만 다루고 있습니다.
■ 청문회 일정도 잡히지 않으면서 한 쪽은 거의 손발이 묶여 있는 상황입니다. 이른바 비대칭적인 정보가 여론에 전달되고 있습니다.
■ 미디어의 시대에 여론 그 자체가 진실은 아닙니다. 진실에 근접하기 위해 미디어는 최소한 균형적 정보를 전달해야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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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제 KBS <일요진단> 프로그램이 공표한 조국 법무부장관 후보자에 대한 적합성 여부 조사를 접했습니다.
한국리서치가 실시한 조사로 이메일 웹조사와 휴대전화 문자발송 조사 혼용방식인 것으로 보입니다(KBS가 국민에 제시한 조사방법은 ‘휴대전화 등 활용 웹조사 방식’이 전부임).
■ 조사결과는 논외로 하고, 매우 부적절한 조사방법입니다. 사용한 이메일은 조사업체가 자체적으로 수집한 것일 수밖에 없습니다. 사용한 휴대전화 역시 조사업체가 자체적으로 수집한 패널일 가능성이 높습니다.
■ 선거조사, 정당지지도/국정지지도, 쟁점 현안조사와 같이 선거 또는 정국 여론에 중요한 영향을 미치는 조사에는 패널을 사용하면 안 됩니다.
■ 물론 수집한 패널을 여러 번 사용한 조사 결과가 무작위 생성 전화번호(이른바 RDD, random digit dialing)와 별 차이가 없다고 주장할 수 있고, 실제로 그러할 수 있음을 부정하지는 않습니다.
■ 그럼에도 불구하고, ①패널 조사는 패널로 가입하지 않은 다른 국민은 원천적으로 배제하는 조사입니다. 여러 번 무작위 생성 전화번호 조사와 비슷한 결과를 얻었다고 해서 항상 비슷한 결과를 얻는 것은 아니며, 설령 비슷한 결과를 ‘자주’ 얻는다고 해도 패널이 아닌 다른 국민은 조사에 참여할 확률이 원천적으로 ZERO일 수밖에 없는 방식의 조사는 그 자체의 문제점으로 인해 언제라도 논란을 야기할 수 있습니다.
■ ②패널은 성, 연령, 거주지역과 더불어, 정치성향까지도 알 수 있는 경우가 많습니다. 왜냐하면, 패널 응답자는 한 번의 조사에만 참여하는 것이 아니라 여러 번의 조사에 참여하며, 조사자는 여러 번의 조사로 축적한 성, 연령, 거주지역 등의 개인정보를 알 수 있습니다. 부족한 성, 연령, 거주지역을 채우기 위해 해당 패널만을 뽑아 설문 초대(invitation)를 보낼 수 있을 뿐만 아니라, 조사 직업윤리가 취약할 경우 일정한 목적에 따라 패널의 개인정보를 임의로 사용해 조사에 활용할 수 있는 위험성도 있습니다. 한국리서치를 포함한 대부분의 조사업체는 이러한 직업윤리를 지킬 것이라고 믿고 있습니다. 하지만, 이러한 위험성이 있는 조사방법을 사회적으로 영향을 크게 미치는 쟁점 현안조사에 굳이 사용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습니다.
■ 이러한 문제들 때문에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는 임의로 수집한 패널로 선거조사를 못하게 하고 있습니다.
■ 패널을 사용하면 돈과 시간을 절약하고 영업 이윤을 극대화할 수 있습니다. 언제라도 매우 빠른 시간 안에 결과를 내놓을 수 있습니다. 그래서 조사업체와 방송사들은 구미가 당길 수 있습니다.
■ 언론과 정치사회 조사기관은 신뢰성을 먹고 삽니다. 국민들이 ‘못 믿겠다’고 하는 순간 그들의 존재기능은 무력화될 수밖에 없습니다.
■ 사회적으로 영향을 크게 미치는 쟁점 현안조사, 정당지지도/국정지지도 조사, 선거조사에는 패널을 사용해서는 안 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