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엄마에 대한 기억

조회수 : 1,241
작성일 : 2019-08-25 11:09:48
대문에 딸아이 때문에 쓰신 글 보다보니
저도 사춘기와 20대 시절의 감정이 떠올라 북받쳐 오르네요.

저희 어머니는 무능력하고 꼴보가 싫은 자신의 남편을 저에게 투사하며 미워하고 무시하고 키웠어요.
제가 미성숙한 태도(가령 초딩 저학년때 삐친다던지. 그래서 뾰로퉁해서 말을 안하면. )를 보이면 “저년 성격이 드러워서 그렇다. 절대 지가 먼저 잘못했다고 하기 전까지 말 걸지도 말고 냅두자”하고 이럴때만 아빠랑 마음이 맞아 한편이 되셨죠.
저는 매번 내편은 아무도 없구나. 난 철저하게 혼자이구나 하며 생각하고 살았어요.

사춘기때는 “너 같은 성격으로는 절대 직장도 못다닌다. 내 성격으로는 결혼생활 절대 유지 못한다” 등의 막말을 했어요. 제가 털털한 성격이 아니고 내성적인데다 좀 예민한 편이라 이렇게 반응한 것 같아요. 하지만 엄마의 이런 반응은 저를 더욱 예민한 아이로 만들었고 마음의 문을 닫고 칼을 가는 심정으로 사춘기를 보냈어요.

직장을 다니고 결혼을 하고. 가끔 제가 직장생활에 위기가 오면 그런 생각이 듭니다. 아 엄마말대로 나는 직장생활을 못하는 성격인가?? 멘탈이 무너지며 가까스로 정신과까지 다니며 버텼습니다. 지금은 직장 다닌지 12년이 넘었네요. 남편과도 사이는 좋아요.

이제 알았어요. 그냥 딸이 싫은 거에요. 나는 이렇게 힘들게 사는데 저년은 시대를 잘 타고나서 엄마가 주는 돈으로 공부하고 편한 직장다니고 이런게 싫은 거에요. 자꾸 자신의 삶과 딸의 삶을 비교하면서.

객관적인 시선으로 보면 저희 엄마는 친구도 없고 형제들과도 싸워서 연락을 주고 받는 사람은 아무도 없어요. 친정 갈때마다 이모들 삼촌들 욕합니다. 미성숙한 분이신거죠.

정말 죽도록 미웠던 엄마인데 이젠 더이상 미워하지 않아요. 물론 상처 준 것은 맞지만. 엄마가 아니었다면 알콜중독으로 제정신 아닌 아빠에게 덩그라니 남겨진채 세상 불쌍하게 컸을테니. 버리지 않고 키워 준 것 만이라도 감사하게 살고자 생각합니다.

참고로 아빠요?? 얼마전에 아빠 뵙는다고 반찬 만들어서(오이무침, 무생채) 갔더니. 집에 올때 전화 왔어요. “개도 안먹는 이딴거 가져가라. 어디 부모한테 오면서 이딴거 개도ㅑ지도 안먹는거 가져오냐. 다른 자식은 이렇게 안한다. 대학 보내줬더나 부모한테 이런식이냐. 너는 천벌 받을것이고. 난 너 잘살게 가만 두지 않을거다. 가서 다 죽여버릴거다.”
전화를 끊고 한동안 눈물이 너무 흘러 아무 것도 할 수 없었어요.
지독히도 싫어서 벗어나고 싶었던 나의 부모는 내가 다른 가정을 꾸리고 40이 넘었는데도 나를 이렇게 괴롭히구나 싶어서요.

나중에 엄마통해서 들으니 제가 반찬 쪼가리만 싸오고 뭐 사들고 가지 않아서 화가 났다고 하네요. 참고로 저희 아버지 저희 집에 뭐 사들고 온 적도 없고 제가 애를 낳을때도 초등 졸업식부터 대학 졸업식까지 한번도 온적 없는 분이에요. 도대체 어디서부터 잘못되었을까요?

부모는 우리가 선택할 수 없어요. 하지만 난 행복하게 살거라고 선택할 수는 있어요. 자꾸 생각하면 저는 과거속에 살며 질식하게 되겠죠. 저처럼 부모님때문에 힘드셨던 분들. 우리 앞으로는 행복하게만 살거라고 선택해요. 부모님이 무슨짓을 하던 그냥 최소한 우리가 할 도리만 하고 뒤돌아보지 말것. 생각도 하지 말 것. 내 할일만 하고 앞으로 나아가기. 그게 저의 선택이네요.

저처럼 힘든 유년기를 보낸 사람도 이렇게 정상적으로 직장도 다니고 결혼생활도 유지할 수 있어요. 아픈 상처는 밴드를 붙일 수록 덧나기 쉽고 잘 안낫죠. 그냥 털털 털어요. 다시 그들이 나를 괴롭혀도 나는 이제 그때의 내가 아니까요. 행복하기로 선택했으니까!


IP : 14.37.xxx.242
3 개의 댓글이 있습니다.
  • 1. 어휴
    '19.8.25 11:11 AM (125.176.xxx.76)

    그냥 몸만 어른이라고 어른이 아닌 사람이 많은 것 같아요. 연 끊고 사는 게 좋죠. 님도 고생 많으셨어요 토닥토닥

  • 2. ....
    '19.8.25 11:18 AM (1.254.xxx.219) - 삭제된댓글

    님은 강한 분이신거 같네요 직장생활도 잘하시고 결혼생활도 잘하시고
    전 유리멘탈 인가봐요
    짐승보다 못한 부모형제한테 학대당한 기억이 제 평생을 지배해요
    어디가서도 아무리 나이를 많이 먹어도 전 무기력하게 밟히고 무시당하는 사람입니다
    행복하기로 선택을 했는데 잘 안되네요
    원글님이 부러워요 강하신 분이라서요

  • 3. 동감
    '19.8.25 11:23 AM (1.236.xxx.145) - 삭제된댓글

    참 강하신 분이에요.
    앞으로 좋은 날만 있으시길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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