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처음 소주를 만난 건 어느 겨울 선술집에서였다. 친구 둘이 결혼을 발표했다.
그들은 십년을 만난 장수 커플이었는데 이름도 유명한 철수와 영희다.
그들은 지금도 한쌍의 바퀴벌레들처럼 찰싹 붙어 얼굴을 비벼대거나, 코에 모기가 들어간 사람 마냥 "엥엥" 소리를 내며 "여봉" "자기잉"을 남발하는 중이니까.
그 당시 나는 저런 것이 사랑이라면 정말 하기 싫다고 생각했다.
철수는 이런 나의 마음은 아랑곳하지 않고 말했다.
-우리 결혼해
곧 영희도 같은 말을 반복했다.
두 번 말할 필요가 없는 말을 두 번이나 해주는 저들은 진정한 천생연분이라는 생각이 든다.
....
- 난 소주에요
소주가 말했다. 나는 못들은 척 했으나 그녀의 취기 어린 목소리에 갑자기 고등어 맛이 싹 사라져버렸다.
- 난 소주예요!
예쁘다.
소주의 눈은 동그란 보름달 같았다. 입술은 초록 잎을 떼넨 앵두 같았고, 붉어진 양 볼은 정말로 작은 복숭아 같았다. 솔직히 첫눈에 반해버렸다. 세상에 태어나서 저렇게 귀여운 여자는 처음이었다.
소주는 정말이지 너무나도 이상하고 귀여운 여자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