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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사학자 전우용님 페북들

... 조회수 : 880
작성일 : 2019-08-19 15:33:31
1.
나경원 자한당 원내대표가 '대일민국' 논란과 관련해 "기사를 쓰면 다 법적으로 조치하겠다”고 했답니다.
중경 옛 임시정부 청사에 다녀와서 "그때는 아직 나라 이름도 정해지기 전이었다"고 썼으니, 사람들이 그렇게 추론한 것도 무리가 아닙니다.
나경원씨 일행은 정부를 임시로 만들 수밖에 없었던 '나라의 이름'이 무엇이라고 생각했을까요?
나경원씨의 글씨를 의심하게 만든 건, '대한민국'이라는 나라 이름을 부정한 나경원씨 자신입니다.

2.
'밀정'의 정의를 내려달라는 분이 있는데, 글자 뜻 그대로입니다. "몰래 정탐하는 자." 비슷한 말로 간첩, 간자, 세작, 프락치, 제5열, 비밀정보원 등이 있습니다. 그런데 일제강점기든 독재정권 시절이든 밀정의 전모를 밝히기는 불가능합니다.

일례로 조선총독부가 1913년에 공포한 ‘객주취체규칙’에 따르면 객주들은 자기 집에 숙박한 손님의 인적 사항, 자기 집에 오기 전에 묵은 곳, 행선지 등을 기록해 두었다가 그가 떠나면 한 시간 안에 관할 경찰 주재소에 신고해야 했습니다. 당시의 객주, 오늘날의 숙박업소 주인들은 공공연한 밀정이었던 셈이죠. 투숙객을 감시할 필요에 따라 만들어진 게 얼마 전까지 있었던 '숙박계'입니다.

일제가 독립운동 진영에 침투시킨 ‘특급 밀정’들의 경우 이름이 남아 있기도 하지만, 밀정의 절대 다수는 이름조차 알 수 없습니다. 시장, 극장 등에서 행상하는 캬라멜 장수, 엿장수, 요릿집 기생, 학교 학생, 교회 신자들 중에도 일제 경찰의 밀정 노릇을 한 자들이 많았던 것으로 추정됩니다. 정보(情報)라는 단어 자체가 ‘정세보고’ 또는 ‘정황보고’에서 나온 건데, 일제 경찰이나 헌병 자료에서 정황을 보고하는 주체는 보통 생략됐습니다.

게다가 일제는 밀정을 ‘역공작’에 이용하기도 했습니다. “누구누구는 밀정이다”라는 헛소문을 퍼뜨려 멀쩡한 독립운동가들을 오도 가도 못하게 만드는 수법이었죠. 그래서 독립운동가들에게 밀정에 대한 두려움은 일상적이었습니다. 이 두려움 때문에 일어난 대표적 사건이 이른바 ‘민생단 사건’이었습니다.

밀정의 1차 용도는 정보 수집이었지만, 2차 용도는 ‘서로 서로 의심하는 문화’를 만드는 것이었습니다. 일제는 한국 사회 곳곳에 밀정을 풀어 놓고는 한국인들에게 ‘의심 많은 민족’이라는 낙인까지 찍었습니다. 이 ‘밀정 문화’는 군사독재 시절까지 계속됐습니다. 저도 대학 다닐 때 직접 ‘밀정’을 겪은 바 있습니다.

지금도 경찰 등은 ‘비공식 정보원’을 이용하겠지만, 이런 정도의 밀정은 어느 나라에나 있습니다. 이제 평범한 사람들에게 밀정은 무시해도 좋을 정도가 됐다고 봅니다. 주옥순처럼 공개 장소에서 “Kill Moon”이라는 팻말을 들어도 무사한 시대에, 밀정을 이용할 이유는 없을 겁니다.

지금의 문제는 협박이나 매수에 의해 권력 기관의 밀정이 되는 자들이 아니라, 다른 의도로 국가기밀을 ‘비밀리에 정탐’하고 사회에 의심과 불신을 확산하려는 자들입니다. 안중근의 동지였던 우덕순이 일제의 밀정이었다는 사실보다도, 고위 외교관이 외교 기밀을 빼돌리는 ‘밀정’ 노릇을 하고 현직 국회의원이 그걸 정략적으로 이용한 사실이 더 심각한 문제입니다. 일뵨을 편들기 위해 ‘가짜 뉴스’를 만들어 퍼뜨리는 행위 역시, '밀정질'이라고 봐야 할 겁니다.

3.
"위안부의 원류는 조선시대 기생제"(이영훈)

그러니까, 일본군이 조선시대 기생제를 모방해서 '위안소 제도'를 만들었다는 거군요.
다른 건 다 조선이 일본에게 배웠다고 하면서 위안소 제도만 일본이 조선에게 배웠다고 하는 '실증 분석'의 원류가 뭔지, 도무지 모르겠네요.

4.
위 사진은 일제강점기 평양기생학교, 아래 왼쪽은 기생학교 수업 장면, 오른쪽은 재경성 일본거류민단이 만든 유곽입니다.

일제강점기에 기생을 유곽의 유녀와 같이 취급하는 건, 따귀를 맞아도 할 말이 없는 짓이었습니다.

일제강점기 어떤 연출가는 기생을 모욕하는 연극을 만들었다가, 요릿집에서 기생들 발에 밟혀 죽을 뻔 했습니다.

5.
"김정은 대변인"이 사실일 가능성이 있어서 모든 언론이 '김정은 대변인 논란'이라는 기사를 낸 건 아닙니다. 논란에 '사회적 함의'가 있다고 봤기 때문이겠죠.

나경원씨가 "대일민국"이라고 썼을 리 없겠지만, 이 논란에도 '사회적 함의'가 있습니다. 그런데 유력 언론이 모두 침묵하고 있습니다. 이 불공평의 이유가, 정말 궁금합니다.

6.
'종군 위안부는 성노예가 아니라 자발적인 소규모 자영업자였다'는 주장에 동조하며 메신저로 반박 글을 보낸 사람이 있기에, 그에게 질문합니다.

'자진폐업' 사례가 있었는지요? 있었다면 하나라도 알려 주십시오.

7.
[전우용의 픽]지난 2월분 '사창가에 뿌리내린 식민지 문화'를 다시 올립니다.
일본이 한국에 공창제를 이식한 배경에 대한 얘기입니다.
당시 일본인들은 서울에 만든 유곽을 '민단 최초의 공익시설'이라고 자랑했습니다.
조선시대에는 공창도 없었고, 공창을 '공익시설'이라고 주장하는 문화도 없었습니다.
'위안부는 자발적인 소규모 영업자'이며 '위안부 제도의 원류는 조선시대 기생제'라는 주장에 동조하는 사람이 많은 것도, '한국인의 의식 안에 뿌리내린 식민지 문화' 때문일 겁니다.
'위안부는 성노예가 아니었다'는 주장에 동조하는 사람들이야말로, 일본 군국주의의 '정신적 노예'라고 해야 할 겁니다.
IP : 218.236.xxx.16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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