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은 중학생인 큰딸아이가 초등학교 1학년이 되고 한달가량 지난무렵의 일이었대요.
그당시 우리집은, 횡단보도를 두개 건너고, 으슥한 골목길로 접어들어 제법 걸어와야 하는 한적한 곳에 있는
빌라였어요.
학교 교문을 나서서 근처 아파트에 사는 친구들과 일찌감치 헤어지고 혼자 횡단보도를 두개 정도 건너
커피숍이랑 계란도매상이 있는 길가를 지나가고도 한참 더 골목길을 걸어와야 하는데
그 주변이 워낙 사람들이 다니지않고, 호젓했어요.
밤 9시무렵만 되면 이미 인적이 끊기고, 조용해서 이사온지 얼마안되었을때는,
씽씽카도 타고 신나게 놀았는데 어느날은, 조심좀 해야겠다는 생각이 들어 해가 저물면
나가지 않았어요.
그런데, 제가 평소에, 조심성이 별로 없었나봐요.
문밖에서 택배가 왔다고 하면, 벌컥 열어대고, 전기검침,가스검침,등등으로 왔다고 벨을 누르면
그것도 벌컥 문을 열어댔는데 지금도 사실 그래요...
그래서 택배왔다고 문밖에서 외치면 어디 택배시냐, 수령인이름이 뭐라고 되어있느냐,
검침하러 왔다고 하면, 소속이 어디냐, 성함은 어떻게 되는지 물어본다음 그걸 또 해당기관에
전화해본다는 사람들을 보면, 그 꼼꼼함과 치밀한 성품이 감탄스러워요.
제가 이런 엄마인데
그당시 초등학생이 된지 한달된 아이에게서 자못 경탄스러운 일을 들었어요.
그 골목길로 접어들면, 상가는 보이지않고, 버려진 빈밭이나, 빈상가라던지, 빌라 두세개가
띄엄띄엄 있거든요.
그 길을 걸어오는데 뒤에서 검은색 봉고차가 슬슬 따라오더니, 아이랑 가까워지니까.
창문이 스르륵 열리고, 안에서 칼같이 바짝 마른 아저씨가 웃으면서
"학생, 나 길좀 물어볼께, 도서관이 어디있지?"
아이가 손가락으로 골목이 끝나는 방향을 가리켰더니,
처음이라 잘 모르겠다고, 같이 타서 알려달라고 하길래,
"그쪽이..."하면서 잠시 손가락을 다시 들어올리는 시늉을 하다가
잽싸게 방향을 틀어 골목을 달려나갔다고 하더라구요.
집으로 가기보다 그냥 왔던 길로 나가는데 상가도 보이고 안전할거 같았다는거에요.
제가 왜 그랬냐고 하니까,
좁은 이 동네를 차를 타고 다녔으면 도서관을 왜 못봤겠냐고, 하는데
아아,나보다 낫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어요..
그리고, 그아저씨가 같이 동석하길 원하는 말을 함과 동시에 운전석 뒷자리의 문짝이 덜컹 움직일때, 열린다,
라는 생각이 번쩍 들어서 방향을 틀어 달렸대요.
저는 그 상황다음 이어질 다음 장면을 상상할수가 없어요.
그런데도 아직까지, 큰일은 일어나지 않았으니, 천운인가봐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