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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게시판

드러낼 수 없는 고민을 풀어보는 속풀이방

조미료에 관해

독서중 조회수 : 1,615
작성일 : 2019-07-27 22:12:18
요즘 박완서 전작들을 한 권씩 찾아 읽는 중입니다. 

생전 선생님을 꼭닮은 단아하고 품위있는 문체도 좋지만  

30~40년 전에 쓰신 글인데도 요즘 실정에 고스란히 적용되는 보편적 통찰력에 놀랄 지경입니다.   

그 가운데 조미료에 관한 공감하는 대목이 있어서 옮겨봅니다.  

*********************************

  또 하나 음식에서 예전 맛을 빼앗는데 막중한 역할을 한 것으로 화학조미료를 안 들 수가 없다. 
해방 전에도 그런 게 있었지만 보통 집에선 쓰지 않았다. 
그것의 성분이 뱀 가루라는 소문이 더욱 그것을 기피하게 했다. 
그러나 해방 후 그것을 만드는 큰 메이커들이 생기고나서부터는 서로 경쟁적으로 그것이 
머리를 좋게 하느니, 김치를 덜 시게 하느니 터무니없는 선전을 해가며 그것의 소비를 부추겼다. 
  양념이란 음식에 따라 다르게 쳐야 하고, 음식의 제맛을 가장 잘 살리도록 선택된다. 
식초를 쳐야 제맛이 나는 음식이 있고, 꼭 생강이 들어가야 제맛이 나는 음식이 있다. 
  그러나 화학조미료는 모든 음식에 덮어놓고 끼어든다. 우린 어느 틈에 그걸 치는데 습관화돼 있다. 
그래서 모든 음식 맛을 획일화시켰다. 열무김치는 씁쓸한 게 열무김치의 제맛이다. 그러나 요새 
열무김치는 들척지근하다. 모든 음식이 들척지근하고 느글느글하다. 우선 어느 틈에 음식이 제맛을 낼 때 
가장 맛있다는 걸 잊어버리고, 들척지근하고 느글느글한 걸 맛있는 걸로 착각하도록 길들어져버린 것이다. 
  수많은 먹을 것들이 각기의 제맛을 지녔다는 자연의 축복조차 우린 제대로 못 누리고 있다.  


- 박완서 산문집 3 <우리를 두렵게 하는 것들> 중에서 예전 맛 신식 맛 中 
IP : 121.160.xxx.2
6 개의 댓글이 있습니다.
  • 1.
    '19.7.27 10:15 PM (211.245.xxx.178)

    조미로보다 설탕이요.
    모든 음식에 설탕이 들어가니...
    조미료는 안 넣어도 먹을만한데 진짜 어느틈에 단맛에 길들여져서 설탕을 안 넣으면 애들이 맛없다고 먹지를 않네요.ㅠㅠ
    김치볶음밥을 해도 제가 먹어봐도 단게 들어가야 맛이 나니...

  • 2. 어머
    '19.7.27 10:18 PM (110.5.xxx.184)

    이런 글 좋아요.
    감사합니다.

    저도 뭐든 평준화시키고 몰개성으로 몰아가는 것들이 맘에 안들거든요.
    사람도 음식도 꼭 있는대로 다듬어서 내놓아야 남이 좋게 봐주고 창피하지 않은 모습이라 착각하고 주장하는 사람들의 목소리가 피곤해요.
    생긴대로, 나이든대로, 주어진대로 존재하고 쓰임받는 세상을 꿈꿔요.

  • 3. ㅡㅡ
    '19.7.27 10:34 PM (1.237.xxx.57)

    요즘 애들은 진짜 자연 재료 본연의 맛 모를듯요
    특히나 배달음식들.. 나트륨 덩어리ㅡㅡ;;
    시골에서 살지 않는 한 자연의 맛 쉽지 않죠

  • 4. ㅇㅇ
    '19.7.28 12:43 AM (124.53.xxx.112)

    요즘엔 매실청이 그래요
    여기저기 다 넣어 음식 달게만드는 주범

  • 5. 4030212
    '19.7.28 1:20 AM (223.62.xxx.148)

    많이 넣으면 획일화 안되는게 뭐가 있나요.... 뭐든지 적당해야지..조미료도 마찬가지고요.

    조미료에 대한 저런 감성적인 접근은 작가로선 할 수 있으나

    과학적 관점에서는 근거없는 뇌피셜일 뿐인 글이죠.

  • 6. 이런
    '19.7.28 1:24 AM (223.39.xxx.243)

    맛에 관한 귀한 표현 좋아해요~^^
    글 감사드립니다~~

    우리나라, 삼백 산업 장려 때문에도
    설탕이 보편화 되며
    나물 무칠때도 설탕을 뿌려대죠..
    설탕 들어간 음식들 다 싫어요!

    윗님 말씀하신 매실청도
    무더운 여름에나 쓸 만큼
    설탕 안좋아하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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