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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족에 대한 트라우마는 불치병 대하듯 해야 한다는 걸 깨달았어요.

... 조회수 : 2,570
작성일 : 2019-07-10 01:43:37
어렸을 때부터, 아니 생각나는 순간부터 가정폭력에 대한 기억이 있으니 태어나던 순간부터
가정에 문제가 있다고 해야겠네요. 
7~8살 때 자살하려고 계획을 다 세웠는데 물품(?)을 못 구해서 못했던 기억...
너무나 힘든 시간들을 보내면서 20살 때 본격적으로 우울증 발병.
가정을 정상가정으로 만들겠다고 트라우마를 이기겠다고 몸부림 치던,
상담과 정신과 약도 효과 없었던 20대.
30대까지 가정을 위해 온갖 노력을 다했는데 그게 불가능한 일이라는 것을
깨닫게 되었을 때 미칠 것 같은 슬픔과 허무함.
다시 상담실을 찾아갔을 때 제가 했던 첫 말은
"제가 그렇게 노력을 많이 했는데 아무 소용이 없었어요. 
가족에게 잘하고 정신과도 다니고 상담도 많이 받았는데 제자리에요.
이 문제가 해결이 되긴 하나요? 상담을 받으면 내 마음의 상처가 해결되나요?
아니면 평생 이 문제를 안고 살아야 하나요?" 눈물 줄줄 흘리며 말했는데
그 때 상담사가 아무 대답을 못해줬거든요,

그런데 5년 쯤 지난 지금, 이제 알았어요. 
이 트라우마와 가족은 암이나 불치병으로 생각해야 하는 것.
상담과 약을 통해서 수술 받았지만 
그 후에 재발할 수 있으니 항상 조심해야 한다는 걸요.

저에게 가장 독이 됐던 말은, 가족문제와 마음의 상처는 해결될 수 있고 나아질 수 있다는 말이었던 것 같아요.
그래서 해결될 거라는 믿음을 가지고 몸부림치며 살았거든요.
내가 잘하면 되지. 이 희망으로요.

그런데 아니더라구요. 
불치병이어서...완치가 되는게 아니라 좋아졌다가 나빠졌다가 하는 것 뿐이더라구요.
제가 할 수 있는 건 평생 내 마음을 다독이고 
가족 때문에 또 순간순간 죽을 것 같이 괴로운 일이 생기면
또 치료하고...

내 마음의 불치병이다..암이다...생각하고 인정하는 수 밖에 없는 것 같아요.

5년 전에 울면서 물어봤던 질문에 답을 스스로 찾은거죠. 
마음이 홀가분해질 날은 오지 않을 수 있다.
평생 순간순간 아픈 기억이 나를 괴롭힐 수 있다. 
그 기억이 죽고 싶게 만들만큼 힘들게 할 날이 올 수도 있다. 

남들은 힘들 때 가족에게 도움을 받을 수 있겠지만
이제 더이상 그런 사람들과 비교하지 말자.
그들은 건강한 사람들인거고
나는 그들과 다르게 마음에 불치병이 있는거다. 

하지만 이미 수술은 받았고..
면역력이 떨어졌을 때 암이 재발할 수 있듯이
나도 그럴 것이다. 그러니 마음을 건강하게 하도록 하자.
암환자가 스트레스 피하고 무리하지 않고 살듯이
나도 내 마음을 그렇게 대하면서 살자.  
이렇게요. 

몇 년 전 상담사가 지금 깨달은 이 말을 해줬더라면, 그러니까
" 부모에 대한 상처는 평생 갈 거다. 그걸 이겨내도록 하는 게 상담이다."
라고 했다면 저는 극단적인 선택을 했을 것 같아요.
그 때는 이 아픔이 평생 간다고 말을 들었으면
고통이 끝나지 않는다는 생각에 살아갈 자신이 없었을 거에요. 

하지만 지금은 그걸 인정할 수 있게 되었어요. 
암이지만 이미 수술 받았고 나를 더 이상 그 때처럼 힘들게는 못할 것이다.
내 마음이 튼튼하면 암이 재발해도 그 때처럼 쓰러지진 않겠지.
라구요. 

이 글을 어떻게 마무리해야할지... 모르겠네요. 

  
IP : 116.39.xxx.80
5 개의 댓글이 있습니다.
  • 1. 괜찮아 몰라
    '19.7.10 2:30 AM (209.195.xxx.167)

    원글님
    그런 결론에 이르기까지 힘든 삶의 여정을
    겪어내느라 얼마나 힘드셨나요?
    큰 깨달음의 고지를 넘어셨으니
    앞으로는 전처럼 고통스럽지 않고
    덤덤하게 넘길 수 있을겁니다.
    그동안 애많이 쓰셨어요.
    이제 사랑받고 싶었고 사랑하고팠던
    그 애달픈 존재들에 대한 애증의 마음을
    내려놓으시고
    자신을 더 소중히 돌보며
    평화롭게 살아가시길
    기도합니다.
    건강하세요!

  • 2. 조준
    '19.7.10 3:06 AM (24.60.xxx.42)

    큰 깨달음이 있으셨네요 ^^ 여태까지 너무 훌륭하게 잘 버텨오셨어요
    인생이 참 불공평 한 것 같죠 남들은 건강한데 나는 마음에 병이 있다고 생각하면요. 그것도 내가 의도한것도 아닌데 말이죠.
    저는 제일 위로가 되는게
    남이 어떻든 나는 내 스토리의 저자다 라고 생각하는 거에요
    다른 사람들은 다른 사람들의 있고, 나는 나의 것이 있고, 다 각자의 여정이 있는 거지요.
    님의 스토리는 핸디캡을 가지고 살아오셨지만 극복해내려고 노력하셨고, 그 과정에서 희노애락을 더 느끼셨을 거라고 생각해요.
    그 스토리 자체도 소중하답니다
    매일매일 님이 써 나아가는 새로운 페이지에만 집중하세요. 그 새로운 페이지가 남들처럼 건강한 마음을 담을 필요는 없어요. 불치병인 삶이라도 페이지 한장 한장이 소중하니까요.

  • 3. ...
    '19.7.10 3:36 AM (61.255.xxx.223)

    맞아요 저명한 심리학자들도 가족과의 관계를
    꼭 다 풀고 가라고 하지 않는다네요

    심리학에서 제시하는 것도
    사실 사회에서 어쩔 수 없이 마주쳐야 하는
    일반적인 사회적인 관계에 대해 적용하기 위한 것들이지
    가족 관계는 애초에 풀기가 어렵고 힘든거래요

    특히 부모 자식 사이에서 발생한 일들 트라우마들
    부모가 아이의 성장기에 응당 주었어야 하는 애정과 사랑들은
    결코 타인이나 배우자 연인을 통해서 채워질 수 있는 류의 것들이 아니라고도 하네요 절망적이어도 이게 사실이라고..
    그냥 자급자족을 배워서 스스로 채워줄 수 있을 뿐이라고요

    저나 원글님이나 열심히 노력했던 게
    내가 노력하면 사랑받을 수 있을 거고
    부모를 만족시킬 수 있을거고
    가정을 다른 모습으로 바꿀 수 있을거라고 생각해서
    너무 노력하는 건데
    사실은 불가능한 게임인게
    애초에 내 부모는 타인을 진정으로 이해하거나 사랑하는게
    불가능한 존재라는 것
    그걸 받아들이지 않았기 때문인 거라고 봐요
    내 부모에게는 그럴 능력이 없다는 걸 받아들이는 것보다
    내가 노력하는 한 희망이 있는 편이 더 나으니까
    인정을 못했던건데 받아들이고 나니까 편해지더라고요

    이제 그 에너지 다 나를 위해 사용하고 나를 돌보는 데 사용하고 더 이상 내 부모를 ‘너무’ 사랑하지 않게 됐달까
    애초에 뭘 해줘도 만족할 수 없는 사람이라는 걸 알게 되서...
    차라리 그런 부모와 함께 살아야 하는 나를 돌보는 데 에너지를 쓰고 내 스스로를 위한 일들을 하기 시작했어요
    원글님도 힘내시길 바래요

  • 4. ...
    '19.7.10 6:00 AM (180.65.xxx.11)

    같은 길 위에 서있네요.

  • 5. ...
    '19.7.10 6:42 AM (58.140.xxx.218)

    가정에서 불행했던 사람은 그게 평생 따라 다니는거 같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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