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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러워요 따뜻한 엄마를 두신 분들.

부럽다 조회수 : 6,294
작성일 : 2019-07-04 20:34:58


베스트 글에 엄마가 보여준 최고의 사랑 글 읽으니 눈물이 나네요.

전 소위 딸바보 아빠가 계셨는데 중학교때 돌아가셨어요.
아빠 살아 계실 적부터도 엄마는 늘 어렵고 무서웠었죠.
아빠 안계실때는 늘 집안이 살얼음판에 긴장상태.
전 내성적이고 공부도 잘 하는 딸이었는데, 그럼에도 뭐가 그렇게 마음에 안들었는지..
아주 사소한것으로도 - 숙제할때 글씨가 좀 삐뚤었다던가, 성적이 조금 떨어졌다던가, 학습지를 하루 이틀 밀렸다던가 하면 얼마나 욕을 하고 손에 닥치는대로 던지며 때렸는지 몰라요.
개같은 X, 쓰레기만도 못한 X, 썅X.. 이런 욕을 초등학교도 들어가기 전부터 엄마한테 들었어요.
전 욕이란걸 학교가 아닌 가정에서 엄마로부터 처음 배웠었죠. 
손에 잡히는 대로 던지다 쇠실로폰을 던져 머리에 맞은 적도 있네요.
아직도 그 실로폰이 날아오던 순간이 영화 속 슬로우 모션처럼 기억이 나요.

엄마는 아빠 앞에선 절대 그러지 않아서 아빤 아마 제가 그런 소리 듣고 그렇게 맞으면서 자란 줄 모르셨을 거예요.
(아빠랑 엄마 사이는 평범했어요. 놀러도 많이 다니고, 가정 폭력 이런건 절대 없었구요. 그냥 엄마는 분노조절장애 같은 걸 원래 갖고 있던 사람이 아니었을까, 그래서 제일 만만하고 여자인 날 그렇게 잡았던게 아닐까..요샌 그런 생각이 들어요.)

그러다 아빠가 갑자기 돌아가시고 그때부터 엄마랑 같이 살아야 하는 나날이 얼마나 괴로웠던지..
엄마는 아빠 그렇게 가시고 난 후 한 1년 지났나? 그때부터 꾸준히 연애를 하더군요.
연애 자체도 그 어린 맘엔 충격이었는데 상대가 주로 유부남이어서..그게 얼마나 창피하고 부끄러웠는지 몰라요.
근데 엄마가 연애를 하던 시기에는 성격이 좀 누그러졌거든요. 화도 덜 내고..
전 그게 편해서 차마 엄마한테 그런 만남 하지 말라고 강하게 거부 의사를 밝히지 못했었어요.
그게 지금도 참 괴로워요. 나쁜 짓에 나도 동참해버린 듯한 그런 자책감, 스스로에 대한 불결함..

엄마는 내가 아플 때도 항상 짜증부터 냈어요. 제가 몸이 약해서 자주 쓰러졌거든요. 
감기 몸살이라도 걸리면 [너 때문에 내가 옮을까봐 짜증나니까 얼른 병원 가라] 이렇게 말하면서 병원비 던져주고 끝.
정말 비타민 한알도 챙겨줘본 적이 없었어요. 
엄마 스스로 건강을 엄청 챙기는 편이예요. 
집에 좀 비싼 과일이 항상 있었는데, 그걸 허락없이 먹으면 눈치없는 년, 엄마가 필요해서 먹는건데 그걸 뺏어먹냐고 막 짜증을 내더군요.

전 종교는 없지만 인연이란게, 환생이란게 존재한다면 정말 엄마랑은 이번 생이 마지막이기를 간절히 기도합니다.
이젠 제가 나이도 들고 따로 제 가정을 꾸리면서 엄마와의 왕래나 연락을 대폭 줄였어요.
그전까진 결혼하고 나서도 정신 못차리고 매번 제 손으로 생일상 차려 드리고 그러는 속없는 딸이었지요.
엄마가 타인의 시선을 굉장히 의식하는 편이라 정말 그 누구도 저런 사람이라는 걸 모를꺼예요.
그래서 사위가 생기니 보통의 혼자 된 장모 역할을 드라마 연기하듯 잘 하시더라구요. 
전 그 순간이 그래도 꼭 평범한 가정의 딸이 된 듯 좋아서 엄마 생신,간병, 집안 행사 등등을 앞장서서 챙겼지요.
그치만 엄마는 결국 변하지 않았어요.
결정적으로, 그렇게 나한텐 뭐든 아까워하고 냉랭했던 엄마가 남자 형제에겐 아낌없이 퍼주고 있었다는걸 안 순간 마음속에 무언가가 뚝 끊어지더군요.

전 평생 엄마한테 애틋한 딸이었던 적이 없는 것 같아요.
그리고 이젠 아빠도 안 계시니 제가 죽을 때까지 그런 따뜻한 부모의 그늘이란걸 느껴볼 수 없겠지요.
그게 참 마음이 아프고 시리게 슬퍼요.
푸근하고 정 많은 어머니 두신 분들, 그거 당연한거 같지만 절대 안그래요. 평생 못 느껴본 사람도 있거든요..
그러니 곁에 계신 엄마한테 표현 많이 해주시고 오래오래 행복하세요. 추억 많이 만드시면서..^^

몇해전에 "코코"란 영화를 보고 많이 울었어요.
엄마는 아빠를 그리워하는 저한테 죽은 사람 자꾸 생각하면 재수없다며 아빠 얘기를 꺼내지도 못하게 했거든요.
근데 그 영화 보고나선 예전에도 그랬고 지금도 그러하듯, 아빠 생각 많이 하고 맘껏 그리워하기로 했어요.
그럼 그 순간은 영화에서처럼 하늘나라에 계신 아빠가 반짝하고 힘내서 빛이 날테니까..
그리고 저는 꼭 제 자식에게 언제나 푸근하고 따뜻한 엄마로 기억될 수 있도록 더 더 노력할 겁니다!!

IP : 175.124.xxx.102
16 개의 댓글이 있습니다.
  • 1. 친정엄마
    '19.7.4 8:38 PM (211.52.xxx.196) - 삭제된댓글

    원글님 꼭 인사드려요
    엄마도 너무 미숙한 사람이였던거예요
    행복해지세요

  • 2. 울남편이
    '19.7.4 8:40 PM (223.38.xxx.222)

    저에게 제일 부러워하는점 중 하나
    경제적인면
    정서적인 면
    모두 울남편 불쌍해요

  • 3. ...
    '19.7.4 8:40 PM (59.15.xxx.61)

    안아 드리고 싶네요.
    이제는 원글님 가족 아이들만 챙기시고
    상처는 잊으세요.

  • 4. 토닥토닥
    '19.7.4 8:41 PM (218.153.xxx.41)

    안아드릴께요

  • 5. 아아
    '19.7.4 8:43 PM (110.70.xxx.151)

    가슴아픈 스토리네요 ㅠㅠㅠ
    원글님 앞으로 따스한 나날들만 보내시길 바랍니다..

    아버지가 그래도 딸바보에 따뜻한분이셨다니..
    그게 천만 다행이네요
    두분 다 그러셨음 얼마나 상처가 컸을까요?


    근데 그런 엄마들이 아프거나 아쉬워지면
    그리 딸을 찾아 의존하고싶어 한다던데..
    아들은 그 가정에 피해갈까봐 의지안하고
    딸한테 그리 바란다더군요

    혹시나 맘 약해지셔서 깊은상처 한번 더 받지 않으시면 정말 좋겠어요

    못다받우 아쉬운 사랑.
    원글님의 가정내에서 흠뻑 나누시길
    기원드립니다.

    아버지도 많이 그리워하시구요.

  • 6. 마니또
    '19.7.4 8:47 PM (122.37.xxx.124)

    좋은엄마 되실거고
    더 행복해지실거에요......

  • 7. 원글이
    '19.7.4 8:47 PM (175.124.xxx.102)

    따뜻한 말씀들 정말 감사드려요!
    위로가 됩니다!!

  • 8. 행복하세요
    '19.7.4 9:00 PM (14.49.xxx.104)

    좋은엄마를 가지건 세상에서 가장 큰행복이죠..저는 열세살때 엄마를 잃었어요.그래서 지금도 친정엄마라는 말이 가장 슬픕니다..ㅜㅜ 근데 님의 글을 읽다보니 엄마도 엄마 나름이네요..좋은 엄마 못가진거 좋은 엄마 되는걸로 이번생 잘 살기로 해요..그래서 다음엔 훌륭한 엄마 꼭 만나기를 바래요.힘내시고 행복해지세요^^

  • 9. 행복
    '19.7.4 9:11 PM (42.82.xxx.170)

    위로 드리구요
    내아이들에게 따뜻한 엄마가 되시면 되죠
    저도 엄마때문에 많이 힘들었는데
    이제 마음 비우고 살아요
    그래서 우리 아이들에게 좋은엄마가 되려고 애쓰고 있답니다.
    아침에 저도 그 글보고 울컥했는데
    원글님도 더 행복하시길 바래요

  • 10.
    '19.7.4 9:25 PM (211.36.xxx.6)

    토닥토닥
    전 반대로 환생이있다면 아버지와 다시 안만났으면 해요
    엄마도 따뜻하지않았구요
    이번생은 따뜻한 사랑을 주는 역할 하려구요

  • 11. 토닥토닥
    '19.7.4 9:37 PM (39.7.xxx.183)

    원글님, 꼭 행복하게 사시길 바라요...
    엄마 나쁘다 참...

  • 12. 저도
    '19.7.4 9:56 PM (125.177.xxx.106) - 삭제된댓글

    엄마에게 다음 세상에서는 다시는 만나지말자고 했는데
    조금 죄책감이 들면서도 솔직한 심정이예요.
    적어도 한 번쯤 자식들에게 나는 어떤 엄마일까 생각해본다면
    엄마와 자식이 그렇게 멀어질 수 없을 거예요.
    물론 나는 엄마에게 어떤 자식이였을까 생각하면 한없이
    엄마를 위해 자신의 삶을 희생했던 딸이였네요.ㅜㅜ
    엄마와 딸의 관계가 바뀌었다고 할까...
    대신 엄마가 제게 준 교훈은 있네요.
    나는 자식들에게 어떤 엄마일까를 생각해보게 했으니까요.
    사실 아이들 어린시절에 저는 엄마에게 받은 스트레스를 아이들에게
    풀었던 것같아요. 가뜩이나 화가 많은 성격인데다 ...ㅠㅠ
    그런데 아이들이 크면서 이래서는 안된다는 것을 깨달았어요.
    평생 바뀌지 않는 엄마를 보며 저는 제 자신을 바꾸었어요.
    아이들이 어린 시절의 엄마보다 지금의 엄마가 좋다고 하네요.
    제 자신에게 없는 부모복을 아이들에게 조금이라도 주고싶어요.

  • 13. 저도
    '19.7.4 9:58 PM (125.177.xxx.106)

    엄마에게 다음 세상에서는 다시는 만나지말자고 했는데
    조금 죄책감이 들면서도 솔직한 심정이예요.
    적어도 한 번쯤 자식들에게 나는 어떤 엄마일까 생각해본다면
    엄마와 자식이 그렇게 멀어질 수 없을 거예요.
    물론 나는 엄마에게 어떤 자식이였을까 생각하면 한없이
    엄마를 위해 자신의 삶을 희생했던 딸이였네요.ㅜㅜ
    엄마와 딸의 관계가 바뀌었다고 할까...
    대신 엄마가 제게 준 교훈은 있네요.
    나는 자식들에게 어떤 엄마일까를 생각해보게 했으니까요.
    사실 아이들 어린시절에 저는 엄마에게 받은 스트레스를 아이들에게
    풀었던 것같아요. 가뜩이나 화가 많은 성격인데다 ...ㅠㅠ
    그런데 아이들이 크면서 이래서는 안된다는 것을 깨달았어요.
    평생 바뀌지 않는 엄마를 보며 저는 제 자신을 바꾸었구요.
    아이들이 어린 시절의 엄마보다 지금의 엄마가 좋다고 하네요.
    제 자신에게 없는 부모복을 아이들에게 조금이라도 주고싶어요.

  • 14. 원글이
    '19.7.4 10:11 PM (175.124.xxx.102)

    저도 엄마랑 딸이 바뀐 관계가 아니었나 하는 생각 자주 했어요. 항상 제가 챙기는 역할이었거든요. 한참동안 그걸 자각하지 못했었는데 결혼하고 남편이 이상하다는듯 묻더라구요. 엄마랑 딸이 바뀐거 같다고..
    저도 그렇게 싫어하는 엄마의 모습이 제게 묻어나올까봐 그게 제일 조심스럽고 항상 체크하곤 해요.
    따뜻한 엄마라는 것을 체감하지 못하고 글로만 배운 느낌이라 늘 주의하게 되네요.
    이런 쓸쓸함은 꼭 제 대에서 끊어내고 싶어요!!!

  • 15. 진짜
    '19.7.4 10:15 PM (58.227.xxx.163)

    가까이 있음 안아드리고싶네요.
    어찌 그런 모진 엄마가 다 있을까요?
    남편과 자식만이 내가족이다 하고 사세요.
    엄마라도 그럴 권리는 없죠.

  • 16. ..
    '19.7.5 12:43 PM (223.38.xxx.189)

    그냥 인연끊으셔도되요 이상하고 못된여자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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