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들 초등 고학년이라 이모님 내보내고 저 혼자 집안일 아이들 케어 다 하기 시작한지 이제 4개월 된 워킹맘입니다.
남편은 거의 도움 안되고 일거리만 보태주는 사람이고요.
어쨌든 파업 이전에 이미 빵급식을 할 거냐, 도시락을 각자 싸오겠느냐 설문조사를 하길래 '어머 당연히 빵급식 아냐?'
생각했는데 어제 막상 파업이 시작되니 저번에 빵급식 했을 때 애들이 배고파했던 생각이 나서 아이들한테 뭘 더 싸줄까 물었어요. 첫째는 됐다고 하고 둘째는 과일만 싸달라길래 나름 이쁜 통에 복숭아, 사과, 키위 넣고 하트 붙은 이쑤시개 꽂아서 시원하게 먹으라고 아이스팩이랑 같이 핑크색 하트 무늬있는 작은 손가방에 넣어줬습니다.
그런데 어제 오더니 반에서 3명 빼고 도시락을 다 싸왔다네요 ㅠ 어떤 아이는 엄마가 피카츄 도시락을 싸주셨나봐요.
"엄마, xx이 엄마 정성이 대단하시더라. 그림도 그리시고 김으로 다 잘라 붙이셨어."
이러더라구요.
"그래? 그럼 엄마도 내일 싸줄까? 뭐 싸가고 싶어?"
"김밥."
이 때 시각 밤 10시 30분이었어요.
"아니, 김밥 재료가 어디 있어?"
"없어?? 그래에에에? 없으면 할 수 없지."
"그래...김밥이 어디서 뚝딱 나오니 ㅠ 엄마도 아침에 출근 준비하랴 아침차리랴 힘들어...ㅠㅠ"
그랬더니 아이가 약간 풀죽은 목소리로 "없으면 할 수 없지...그럼 과일만 싸줘...." 이러더라구요.
그런데 또 그 모습이 마음이 쓰여서 오늘 6시에 벌떡 일어나서 집에 있는 재료로 김밥 대충 싸고
자두, 키위, 사과, 참외 싸고 구데타마 미니어처랑 이쁜 토끼 픽들로 장식 좀 해줬습니다.
그랬더니 아침에 너무나 좋아하더라고요. 너무 고맙다면서요.
그 모습 보니 뿌듯하더라고요. 그 맛에 힘들어도 하는 거지만요.
그치만 너무 힘들어요.....엉엉엉.
내일은 유부초밥 싸줄려고요.
빨리 파업이 끝났으면 좋겠어요. 애들은 이것저것 간식도 싸올 수 있으니 신난 것 같은데 엄마들은 아주 죽어나네요 ㅠ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