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변이 온통 산인 전라도 어디어디가 고향이에요.
어렸을때 여름이면
동네사람들 경운기에 모여타고
근처 강가에 다슬기 잡으러 가곤 했어요.
저녁밥 야무지게 먹고
다들 경운기 뒤에 올라 앉아서
털털털털 소리만 요란스럽고 속도는 나지않는
경운기타고 밤의 강가에 가서
그 빨간몸통의 손잡이에 얼굴만한 투명꾸껑이 달린
일명 후라쉬를 잡고 물속을 비춰가며
돌맹이 마다 붙어있는 다슬기를 열심히 잡곤 했어요.
어른들은 다슬기가 참 맛있었는지
해매다 여름에는 한번씩 다슬기 잡으러 강에 나가곤 했지요
예전에 다슬기 많았을때는 양파망에 몇 망씩 잡아오곤 했는데
이젠 자연산 다슬기는 많이 없어졌어요.
그렇게 잡아온 다슬기 빨간 고무 다라이에 담궈 놓고
풀잎 찌꺼기 같은 이물질 해감하고 나면
된장 넣고 푸르르 끓여내서
껍질째 확독에 홱홱 갈아서 알맹이만 골라내서는
다슬기 수제비를 끓이기도 하고
간간하게 다슬기 장을 만들어서 밥 반찬 대용으로
하나씩 하나씩 까먹기도 했어요.
어렸을때도 지금도
저는 자근자근 다슬기 알이 씹히는 식감이 싫어서
다슬기를 아주 좋아하는 편은 아닌데
친정엄마는 해매다 여름이면
장에 나가서 다슬기를 몇 kg씩 사다가 다슬기 장을 만들어 놓으세요
다슬기장 좋아하는 자식들 챙기려고요
(저만 그냥 그렇고 다른 사람들은 다슬기장 좋아하거든요.)
이번에도 시골갔다가
친정엄마가 만들어 놓으신 다슬기 장을 아주 조금 가져왔는데
한번 끓여 보관한다는 것이
가스불에 올려놓고 잠깐 TV에 한눈 팔다가 바짝 졸인 거에요.
냄비 바닥에 물기가 좀 있긴 했지만 넉넉했던 장물이
거의 다 졸아버렸죠.
밥 먹을때마다 조금씩 꺼내서 까먹는 것도 귀찮다 싶어
그냥 이쑤시개 들고 일일이 알맹이를 깠어요.
오동통 실한 살이 끝까지 빠져 나오면
그거 참 별거 아닌데 되게 희열(?)이 느껴져요.ㅎㅎ
다슬기 머리위에 붙은 투명 껍질을
저는 다슬기 물안경이라 부르는데
이눔의 물안경이 사방팔방 떨어져서 그렇지...
식당에 가보면
다슬기 탕이라고 해도 대부분 다슬기 머리 부분만 좀 들어가있지
몸통 끝까지 있는 건 없거든요
대부분 그냥 껍질째 갈아서 살만 발라낸 거라.
집에서 일일이 다슬기 까는 수고로움을 해야
끝까지 다 빠져나온 오동통한 다슬기를 맛볼 수 있는.
저녁에는 된장에 얼갈이 넣고 다슬기 가득 넣고
다슬기국 끓이려고요.
다슬기 장은 귀찮아서 잘 안먹는 남편도
다슬기국은 시원하게 잘 먹거든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