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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리수야~

칠월의 조회수 : 1,517
작성일 : 2019-06-27 17:15:55

이름이 참 귀엽기도 하지.

보리. 보리. 보리수야

 

시골집 마당 뒤

해가 많이 내리지 않는 그 곳에

어느날 여리여리한 네가  자리를 잡고

한해

두해

그렇게 시간이 흐르는 동안

 

너는

외로워하지 않고

바람듬뿍 맞고

햇살듬뿍 맞으며 크고 있었지

 

바람과 햇살 양분 삼아 열심히 살을 찌우더니

언젠가는 조그맣고 탱글한 열매 한두알 맺고

어느해는 보란듯이 열매를 주렁주렁 달고 있기도 했지

 

그냥 그런가보다

올해는 열매가 많구나

올해는 열매가 몇 알 열리지 않았구나

나는 그러고 말았지.

 

바람맞고 햇살 받아 만들어낸 네 열매가

얼마나 실하고 맛있는지 큰 관심이 없었어

그 조그맣고 탱글한

젤리와도 같은 것이

그 붉고 반짝이는 빛은 루비와도 같은것이

 

어쩌다 그 고운 빛에 반해

한 알 따먹으면

들척지근....약간 씁쓸한 신맛이 도는 것도 같아서

나는 네 열매를 그리 좋아하진 않았어.

 

어느해처럼 주렁주렁 달려서

바닥에 붉은 열매들이 떨어져 뒹굴어도

오며가며 발 끝에 채이고 밟혀서

흙이 붉게 물들어도

 

참 열매가 너무 열렸구나.  하고 말았지.

 

유월에 시골집을 내려가니

올해 너는 가지마다 붉은 열매를 무수히도 달고 있더구나

가지 속으로 들어가 올려다보니

붉은 비가 내리는 것같이

온통 붉은 네 열매로 머리가 어지러울 정도였지.

 

너,  참 열심히도 열매를 맺었구나

누가 기다리지도 않고

누가 봐주지도 않는데

혼자 열심히 열심히.

 

그냥 한 번 보고 지나기에는

땅에 떨어져 온통 붉은빛으로 물들게 두기에는

어쩐지 너무나도 아까워서

봉지하나 잡아 들고

탱글탱글 빛나는 네 열매를

감탄하며 땄더랬지.

 

한봉지 가득 따도

네 가지마다 달린 열매는 한 알도 따지않은 것 처럼

여전히 붉은 열매가 가득했지.

정말 대단한 유월의 열매더구나

 

붉은 빛과 탱글거리는 반짝임에 반해서

한봉지 따들고 와서는

이 들척지근한 열매를 어쩌자고 이리 많이도 가져왔을까

잠깐 후회를 했다가

씻어 물기를 빼니 더 빛나던 붉은 빛에

또 예쁘다.  했다가

 

냄비에 담아  푹 끓이기 시작하니

온 집안에 퍼지는 달콤한 향에

기분이 좋아서 콧노래를 흥얼거리는

변덕을 보이지 뭐야.

 

변덕을 보여도 어쩔 수 없게

네 열매는 정말 매력이 있더구나

씨를 빼고 살짝 끓이니 예쁜 핑크색의

새콤달콤한 주스가 되고

설탕 넣어 졸여주니

빨간빛의 달콤한 잼도 되더구나

입안에 살짝 감도는 열매의 향기와 맛이라니.

 

언제나 그렇듯이

별 거 아닌 듯 보아 넘겼다면

이 향과 맛을 나는 또 모르고 지나갔을 거야

 

한봉지 따들고

남은 열매는 수고스럽게 따고 그러지 말라며

친정엄마한테 당부처럼 말을 남기고 왔다가

 

네 열매의 주스와 잼을 맛보고

다음날 바로

친정엄마께 전화를 드렸지

 

오며가며 쉬엄쉬엄 따다가

냉동실에 얼려 두시라고.

 

곧 다시 가서 주스도 만들고

잼도 만들어야 겠다고..

 

변덕을 부렸지

네 열매 맛에 반해서.

 

 

 

IP : 121.137.xxx.231
9 개의 댓글이 있습니다.
  • 1. 쓸개코
    '19.6.27 5:19 PM (118.33.xxx.175)

    딸기를 깎으며

    문정희


    우리 집 아이들은
    딸기를 먹을 때마다
    신을 느낀다고 한다.

    태양의 속살
    사이 사이
    깨알 같은 별을 박아 놓으시고
    혀 속에 넣으면
    오호! 하고 비명을 지를 만큼
    상큼하게 스며드는 아름다움.
    잇새에 별이 씹히는 재미.

    아무래도 딸기는
    신 중에서도 가장 예쁜 신이
    만들어 주신 것이다.

    그런데 오늘 나는 딸기를 씻다 말고
    부르르 몸을 떤다
    씻어도 씻어도 씻기지 않는 독,

    사흘을 두어도 썩지 않는
    저 요염한 살기,

    할 수 없이 딸기를 칼로 깎는다.
    날카로운 칼로
    태양의 속살, 신의 손길을 저며 낸다
    별을 떨어뜨린다.

    아이들이 곁에서 운다.

  • 2.
    '19.6.27 5:24 PM (223.39.xxx.154)

    보리수 넘넘 좋아해요
    나무도 이쁘고 열매가 열리면 보석이 달린것같이
    더 이쁘고 따먹으면 그맛도 너무너무 제취향이라서요^^
    저도 올해 친정마당에 보리수따와서 청담궈놨어요

  • 3. 보리수
    '19.6.27 5:25 PM (117.111.xxx.108)

    추억이 있어요
    어릴때 거제도에 살았는데 뽈똥이라 불렀어요
    놀이터 담벼락을 사이에 두고 텃밭에 큰 뽈똥 나무가 있었는데
    아슬아슬 담벼락에 붙어 뽈똥을 따 먹던 기억.
    사십 넘도록 뽈똥이 보리수란걸 모르거 살았네요^^;;
    지금은 울 아파트에 관상용으로 나무가 몇그루 있는데 지나가다 보리수 ㄴㅏ무를 보면
    어린시절 추억과 친구들이 생각나요
    달달한 앵두보다 떨떠름한 뽈똥이 더 좋았던
    그 시절의 나.
    돌아가고 싶어요ㅠㅠ

  • 4. 원글
    '19.6.27 5:38 PM (121.137.xxx.231)

    저는 토종 보리수 (열매 작고 산에서 나는)는 좋아했어요.
    달콤해서 어렸을때 많이 따먹고 다녔거든요.

    근데 이 손가락 한마디 만한 길쭉한 보리수는
    그 들큰한 맛이 생과로 먹기에는 별로더라고요.
    그래서 시골집에 가도 그냥 감상만 했지
    먹을 생각은 안했어요.

    청으로 만들어도 색이 잘 빠지지 않고 그래서 청도 별로였고요.

    근데 주스랑 잼 만든다고 냄비에 끓이는데
    와..달콤한 향이 은은하게 퍼지더라고요.

    주스는 새콤함이 좀 강하긴 한데 그래도 맛있고
    잼은 보리수 열매의 향과 맛이 끝에 살짝 맴도는게
    참 끌리는 맛이에요.

    저희 시골엔 토종 보리수만 산에 좀 있었지
    이런 큰 보리수는 없었는데
    언젠가 한그루 사다 심은게
    열매를 이리도 많이 달아주네요.

  • 5. 원글
    '19.6.27 5:42 PM (121.137.xxx.231)

    아...저는 고향이 전라도 산골인데
    그 열매 작은 보리수를 어렸을때는
    파리똥....으로 불렀어요. ㅎㅎ
    파리똥..포리똥...이렇게.

  • 6. ㅇㅇㅇ
    '19.6.27 6:11 PM (120.142.xxx.123)

    저도 이번 가을에 보리수 심을려는데, 누가 보리수 심으면 앵두는 심지 말라고... 앵두가 보리수에게 진대요. 비슷한 열매를 같은 시기에 두 개를 두는 건 그렇다고..앵두보다 보리수가 낫다고. 앵두도 좋고 보리수도 좋은데... ^^

  • 7. 쓸개코
    '19.6.28 12:29 AM (118.33.xxx.175)

    원글님이 자작시 쓰신 줄 알고 아는 시하나 긁어왔는데 쌩뚱맞네요;

  • 8. 원글
    '19.6.28 9:15 AM (121.137.xxx.231)

    아니에요 쓸개코님.
    잘 읽었답니다.^^

    요런저런 생각도 많았는걸요.
    예를 들어,
    맞아..딸기는 껍질이 없어서 농약을 치며 과육에 바로 침투가 될텐데
    옛날처럼 맘편히 그냥 먹긴 좀 그렇지..
    근데 딸기의 생명은 그 별과 같은 씨인데
    씨가 톡톡 씹히는 맛이 딸기인데
    씨를 깎아낸 딸기는 딸기가 맞을까...

    뭐 이런...ㅎㅎ

  • 9. 쓸개코
    '19.6.28 10:56 AM (175.194.xxx.223)

    저도 원글님 글 좋았어요. 글솜씨 있으십니다.^^
    자작할 능력은 안되고 그래서 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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