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편과 좀 전에 둘이 나가서
동네 붐비는 순대국집의 구석 쪽자리에 앉았다
뭐 먹을까? 특으로 먹을까?
그냥 일반으로
일반 둘이요~~
순대국이 나오기 전 최근 있었던 일 얘기
걔가 거기서도 나한테 했던 똑같은 짓을 해서 원성을 산다네
그 소식만으로 힐링된다
그렇지 사람 안변하니까 걔는 못됐더라
아..하면 아..하고 알아들어주고 서로 픽..웃음
정치인 뻘짓도 가볍게 씹어주고
서로 가정사로 인한 아픔도 쓱 한 번 문대주고,,
대화 소재가 자유연상기법 맨치로 휙휙 바뀌어도
턱턱 서로 잘 주고 잘 받는게
테트리스가 제 자리에 꽂히는 기분
뜨거운 뚝배기가 나왔다
서로 모르는 사람처럼
뜨거운 김에 머리를 박고 자기 국을 먹는다
먹다가 뜨거우면 잠시 먼 메뉴판 보며 하~ 식히고
깍두기 더 먹을래?
아니 난 됐어 더 먹어
아무 말도 하지 않아도
편안하다
내가 나와 마주 앉아 있는 것처럼
그 사람을 더 즐겁게 해줄 필요도 없고
더 예쁘고 매력적으로 보이려 어필하지 않아도 되고
어색할까 전전긍긍하지도 않는 이 느낌
이게 우리 둘이 하나가 된다는 걸까
너와 나의 경계가 분명한데
둘이 서로 자연스럽게 만나서 잠깐 교신했다가
다시 서로의 뚝배기 안으로 돌아가는 느낌
내가 내 뚝배기 먹는데 너의 존재가 방해도, 딱히 도움도 되지 않지만
네가 거기 그렇게 있어줘서
그것만으로 외롭지 않고
너의 존재로써 그저 충분하고 충만한 느낌
아 이런거구나 둘이 하나가 된다는 것
한 때는 서로 인절미 두 개를 밟아놓은 듯 혼연일체가 되어야 한다고 생각했지만
아니야 이거였구나
홀로 단단히 더불어 조화롭게
배불리 먹었어?
끄덕끄덕 ...갈까?
응..
나의 손에 연결된 느슨하지만 단단한 그의 투박한 손마디.
이대로 좋다 충분하다
결혼 20년차
82는 내 일기장이라서 가끔 이렇게....끄적끄적..보거나 말거나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