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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게시판

드러낼 수 없는 고민을 풀어보는 속풀이방

내일은 화장을 안하고 출근합니다.

생얼녀 조회수 : 4,820
작성일 : 2019-06-18 22:36:33

장애아이들 상담을 하고 있습니다. 제 아동들 중 자폐아들이 몇 명 있는데, 내일은 자폐스펙트럼 범주에서 벗어나는, 아주 특별하고 예쁜 아이가 상담을 오는 날입니다.

그래서 화장을 안하고 출근합니다. 특별하고 예쁜 아이 상담을 끝낸 후에 다시 세수를 하고 화장을 합니다.

그 아이는 자페아입니다. 자폐아들의 특징 중의 한가지가 상동 행동이 있습니다. 의이없는 반복 행동이라고 생각하시면 돼요.소리를 지르거나, 자기 손을 두드리거나, 제자리에서 뛰는 행동 등이요.

제한테 오는 아이는 침을 뱉는 상동 행동을 합니다. 반갑다고 침을 뱉고, 좋다고 침을 뱉고, 자신을 봐 달라고 침을 뱉고.

언제 어디서 침 세례를 받을 지 몰라요. 그 아이 상담이 끝나면 얼굴에서 옷에서, 심지어는 제 치료실에서도 침냄새가 나서, 그 아이 다음 시간은 비워놓죠. 환기를 시키기 위해서요.

보호자께서는 미안하다고 하시지만, 저는 괜찮습니다. 아이가 의도적으로 하는 행동은 아니니까요.

정말 특별하고 예쁜 아이입니다. 처음에 저를 만났을  제가 어떤 사람인지, 진심으로 대하는 좋은 사람인지, 가식적으로 대하는 나쁜 사람인지, 얼굴에 침을 뱉고, 머리채를 잡아 당기고, 치료실 벽을 발로 차는 행동으로 저를 탐색했지요.

저는 그 아이가 정말 예뻤거든요. 상동 행동으로 인한 침뱉기는 그냥 무시했고, 의도적인 침뱉기에는 중재를 했지요.

제가 진심으로 대하는 것을 느꼈는지,  지금은 상호작용을 하기 위하여 제 머리채를 잡아당깁니다. 그러고는 제 머리의 냄새를 맡죠. 제가 좋다는 표시이며 안정감을 느낀다는 표시입니다.

상담 시간이 지나면 지치기도 하지만, 행복감이 더 크기 때문에 이 일을 하는 것 같습니다.

그 아이가 사회적 소통이 가능하도록 중재와 안정을 찾아주는 것이 저의 역할인데, 앞으로 얼마의 시간이 걸릴지는 모르겠습니다.

혹시라도 어느 공간에서, 거리에서 특별한 아이를 만나게 된다면, 일부러 눈길을 주지 말아주세요. 혹시 상동 행동이 나타나더라도 그냥 두시면 안정을 찾아갑니다. 그 부모들도 아이들도 충분한 눈길을 받고 살고 있으니까요.

내일 그 예쁘고 특별한 아이를 만날 생각에 기분이 좋아서 몇 자 적었습니다.

IP : 175.206.xxx.49
12 개의 댓글이 있습니다.
  • 1. 네네
    '19.6.18 10:46 PM (223.38.xxx.93) - 삭제된댓글

    본인은 특별한 일을 한다는, 그리도 남들은 그저 아무것도 모르고 몰상식해서 그런 아이들을 이상한 눈으로 바라본다는 우월감만 없으먄 좋은 분이네요 ㅎ

  • 2. @@
    '19.6.18 10:48 PM (119.64.xxx.101)

    정말 이런일은 원글님 같은 분이 하셔야 하나봐요.
    저 같이 그릇이 작은 사람은 하루도 못버틸 일인것 같아요.
    존경 스럽습니다.

  • 3. ..
    '19.6.18 10:49 PM (175.116.xxx.93)

    원글님 마음이 특별한 사람이네요. 저도 모르게 감사합니다란 말이 절로 나와요.

  • 4. 인간아.
    '19.6.18 10:51 PM (175.116.xxx.93)

    223 38 첫댓글은 종지그릇 반밖에 안되는 본인 그릇 보여주면서 안부끄러운지 ㅊㅊㅊ..

  • 5.
    '19.6.18 10:58 PM (211.206.xxx.180)

    첫댓글자 궁예질은 일기장에..

  • 6. 감사합니다
    '19.6.18 11:37 PM (221.164.xxx.101)

    사회 곳곳에서 본인의 일을 열심히 성심껏 정성스레 하시는 모든 분들께 감사드립니다.

    저의 작은 행동도 다른 분들에게 도움이 되기를 바랍니다.

  • 7. 우와
    '19.6.18 11:37 PM (211.36.xxx.163)

    이런 발상과 생각과 고민을 하시다니 제가 더 고맙네요
    좋은 선생님이 되어 주셔서 감사합니다

  • 8. ㅡㅡ
    '19.6.18 11:38 PM (116.37.xxx.94)

    감사해요
    복받으시길~

  • 9. 축복합니다
    '19.6.19 12:23 AM (112.152.xxx.19) - 삭제된댓글

    이런 분이 진짜 계시는군요
    선생님 정말 존경스러워요 내 아이라도 조금은 미워질거 같은 행동들인데, 그런 아이를 따뜻한 마음으로 보듬어 주시는군요 그 아이도 많이 치유되고, 선생님도 스트레스받지 않고 큰 보람과 축복 받으시길 바래요

  • 10.
    '19.6.19 12:52 AM (39.123.xxx.124) - 삭제된댓글

    고맙습니다 행복하세요

  • 11. 정말
    '19.6.19 1:15 AM (223.62.xxx.240)

    감사하네요.아이들과 행복하시길 빕니다.

  • 12. 따뜻한시선
    '19.6.19 6:22 AM (223.38.xxx.215)

    오늘 하루를 시작하려는 이 시간에
    이렇듯 울림있는 글 올려주셔서 감사해요
    다행인게 나이를 먹어갈수록 다른 사람들이
    보이면서 그들에 대한 이해도가 넓어지고 높아지네요
    화장은 안하시더라도 썬크림은 꼭 바르시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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