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애아이들 상담을 하고 있습니다. 제 아동들 중 자폐아들이 몇 명 있는데, 내일은 자폐스펙트럼 범주에서 벗어나는, 아주 특별하고 예쁜 아이가 상담을 오는 날입니다.
그래서 화장을 안하고 출근합니다. 특별하고 예쁜 아이 상담을 끝낸 후에 다시 세수를 하고 화장을 합니다.
그 아이는 자페아입니다. 자폐아들의 특징 중의 한가지가 상동 행동이 있습니다. 의이없는 반복 행동이라고 생각하시면 돼요.소리를 지르거나, 자기 손을 두드리거나, 제자리에서 뛰는 행동 등이요.
제한테 오는 아이는 침을 뱉는 상동 행동을 합니다. 반갑다고 침을 뱉고, 좋다고 침을 뱉고, 자신을 봐 달라고 침을 뱉고.
언제 어디서 침 세례를 받을 지 몰라요. 그 아이 상담이 끝나면 얼굴에서 옷에서, 심지어는 제 치료실에서도 침냄새가 나서, 그 아이 다음 시간은 비워놓죠. 환기를 시키기 위해서요.
보호자께서는 미안하다고 하시지만, 저는 괜찮습니다. 아이가 의도적으로 하는 행동은 아니니까요.
정말 특별하고 예쁜 아이입니다. 처음에 저를 만났을 제가 어떤 사람인지, 진심으로 대하는 좋은 사람인지, 가식적으로 대하는 나쁜 사람인지, 얼굴에 침을 뱉고, 머리채를 잡아 당기고, 치료실 벽을 발로 차는 행동으로 저를 탐색했지요.
저는 그 아이가 정말 예뻤거든요. 상동 행동으로 인한 침뱉기는 그냥 무시했고, 의도적인 침뱉기에는 중재를 했지요.
제가 진심으로 대하는 것을 느꼈는지, 지금은 상호작용을 하기 위하여 제 머리채를 잡아당깁니다. 그러고는 제 머리의 냄새를 맡죠. 제가 좋다는 표시이며 안정감을 느낀다는 표시입니다.
상담 시간이 지나면 지치기도 하지만, 행복감이 더 크기 때문에 이 일을 하는 것 같습니다.
그 아이가 사회적 소통이 가능하도록 중재와 안정을 찾아주는 것이 저의 역할인데, 앞으로 얼마의 시간이 걸릴지는 모르겠습니다.
혹시라도 어느 공간에서, 거리에서 특별한 아이를 만나게 된다면, 일부러 눈길을 주지 말아주세요. 혹시 상동 행동이 나타나더라도 그냥 두시면 안정을 찾아갑니다. 그 부모들도 아이들도 충분한 눈길을 받고 살고 있으니까요.
내일 그 예쁘고 특별한 아이를 만날 생각에 기분이 좋아서 몇 자 적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