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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구와 시어머니

친구 조회수 : 3,501
작성일 : 2019-05-29 23:33:54

나이 오십 넘어 우연히 알게 된 친구가 있어요.

모임에서 처음 만났는데 그냥 딱 마음에 들더라구요.

서로 필이 통했는지 가끔 만나면 늘 즐거웠구요.

친구 남편이 삼남 이녀중 막내인데요 우여곡절 끝에 아흔이 훌쩍 넘은 시어머니를 집에 모시게 되었어요.

본인은 물론 저 포함 주변 사람들 걱정이 대단했죠.

저도 시부모님 돌아가실 때까지 20여년을 모신 경험이 있는지라 그 힘듬을 잘 알거든요.

그 시어머님이 아흔 중반의 연세에도 굉장히 총명하고 자존심도 센 그런 분이예요.

큰 아들, 작은 아들 집에 몇 년씩 사시다가 결국 혼자 독립하셔서 사셨는데 최근에 뼈가 너무 약한데

살짝 넘어져서 병원에 몇 달 계셨어요.

이제 혼자는 안되겠는데 본인이 병원 생활이 너무 싫다시니 어쩔 수 없이 막내 아들집으로 모시게 된 거죠.

어른 모신지 한 달 만에 친구를 만났는데 얼굴이 너무나 밝은 거예요.

걱정했던 것보다 훨씬 괜찮고 같이 사니까 오히려 돈이 적게 들어서 좋다고....

혼자 계실 때 생활비니 집세 같은 거 많이 부담스러웠다고...

퇴원해서 집에 오시던 날  남편과 시누이가 모시러 갔었는데 어머님이 오해를 하셔나봐요.

며느리가 싫어서 같이 안 왔는가 싶었나봐요.

근데 이 친구는 집에서 어머님방 멋지게 꾸며 놓고 홈웨어를 두 벌이나 만들어 침대위에 올려 놓고

고기 삶고, 잡채 하고  완전 잔치 음식을 하고 있었대요.(재주도 많고 매우 부지런한 친구예요)

현관문에 들어선 어머님이 "짐덩어리 왔다!" 이러시더래요.

친구가 얼른 나가 어머니를 꼭 안으면서 "어머님 어서 오세요" 했대요.

어머니가 들어와 보니 집안에 음식 냄새 가득 하고, 어머니방 너무 맘에 들고 이러니까 감동을...

요즘 잘 지내고 있다네요.

어머님이 절대 간섭을 하지 않으신대요.     집안에서만 생활하시는데 혼자서 밥도 잘 챙겨 먹을 수 있으니까

바깥일 얼마든지 보라고 하시고  평소 생활하던대로 하라신대요.

살림 정말 잘 하는구나 하면서 칭찬을 자주 하신대요.

강아지를 키우고 있는데 어머님이랑 둘이 너무 친해져서 알콩달콩하대요.

어머님이 귀가 어두우셔서 친구가 가끔 큰소리로 말을 하면 강아지가 싸우는 줄 알고

친구에게 으르릉 거린대요.    전에는 엄마가 최고였는데 웬일인지 모르겠다고....

친구 남편이 술과 친구를 너무 좋아해서 귀가가 늦고 힘들었는데 어머님의 폭풍 잔소리땜에 착한 남편이 되어간대요.

어떤 친구는 이제 한달이니 그렇지 좀 더 살아봐~ 하더라는데 

 거동이 많이 힘드시면 어쩔 수 없이 병원으로 모셔야겠지만 그 때까진 이 친구가 잘 해내리라 전 믿어요.

어머님이 잠 드실 때마다 "이대로 깨지 말고 가게 해 주세요"라고  기도하신다네요.

제 친구지만 참 대단하다 싶어요.

오십 중반 넘어 갑자기 모시게 된 시어머님을 참 잘 모시는구나...칭찬해줬더니

그 친구는 오히려 제가 생각났대요.

너는 젊은 시절이라 더 힘들었을 것 같다고...

다시 하라면 절대 못 할 일이긴한데 지나고 보니 남는 것도 조금은 있네요.

그리움도 쬐끔은 남았고, 아직도 고마워 하는 남편과 식구들, 이제는 마음껏 즐기는 내 생활....

하지만 우리는 정신이 남아 있을 때 시설로 들어가자고 남편과 약속을 했네요.

부디 친구가 무사히 숙제를 잘 마치기를, 그 시간이 너무 길지 않기를

친구 시어머님이 편안하게 사시다가 평온하게 가시기를 빌어 봅니다.





IP : 58.237.xxx.75
11 개의 댓글이 있습니다.
  • 1. 우와
    '19.5.30 1:07 AM (147.46.xxx.59)

    자기전에 따뜻한 이야기 들으니 저절로 미소가 ㅎㅎ.

    구순이 넘으셨는데도 그리 총명하시다니 정말 좋네요.


    친구분도 그 시어머니도 정말 같이 계시는동안 좋은 일만 가득했으면 좋겠네요

  • 2. ^^
    '19.5.30 1:07 AM (218.146.xxx.195)

    기분좋은 글이네요
    이제까지 82에서봐온 시어머니와 합가 글과 너무다른 밝은 글이예요
    제가 괜히 님 친구분께 감사한마음이예요
    오래 잘 지내셨음좋겠어요~^^

  • 3. ....
    '19.5.30 4:12 AM (108.41.xxx.160)

    이렇게 좋은 글에는 댓글이 없구나..

  • 4. ...
    '19.5.30 4:45 AM (59.15.xxx.61)

    한국은 지금 새벽 4시입니다.
    누가 댓글을 다나요?

  • 5. wisdomH
    '19.5.30 5:53 AM (116.40.xxx.43)

    일반적지 않은 이야기라..님도 친구분도.
    신선하고 재미있네요.

  • 6. 저도 곧
    '19.5.30 7:31 AM (211.58.xxx.127)

    같은 처지라 위로가 되네요.
    근데 전 시부님.

  • 7. 유한존재
    '19.5.30 7:36 AM (203.100.xxx.248)

    좋은글 감사합니다....

  • 8. ..
    '19.5.30 8:20 AM (118.221.xxx.32)

    좋으신 분들이네요
    손이 마주쳐졌네요

  • 9. 인생지금부터
    '19.5.30 9:04 AM (121.133.xxx.99)

    아...좋은 글 잘 읽었습니다..정말 보기 드문 시어머니이시네요..짐덩어리 왔따.ㅋㅋㅋㅋ 나이 아흔에 저렇게 총명하기 쉽지 않을뿐더러 ㅈ좀 더 젊으셨을때는 얼마나 독립적이고 쿨하셨을지 상상이 되네요..친구분도 좋으신 분이구요..하지만 지난 세월 며느리 구박하고 하대 했더라면 아무리 천사같은 며느리도 저렇게 하지 못할것 같아요..

  • 10. 하얀구름
    '19.5.30 11:27 AM (121.184.xxx.174) - 삭제된댓글

    가슴 따뜻해지는 글 올려주셔서 감사합니다 ^^

    저희 어머님 나쁜분 아니라 그냥 보통 시어머니
    결혼초 가끔은 마음에 남을 말씀도 하시곤 했는데
    그말씀때문에 남편과 다툼도 있곤했거든요
    20년이 지나니 어머님이 조금씩 바뀌시더라구요
    저는 그것도 반갑지만은 않아 최소한만의 도리만 하고 지내는데
    이글을 보니 반성이 되네요
    남편도 잘하고 시댁식구들 너무 잘해주시는데 제가 마음을 못열고 있었거든요 ㅠㅠ

    저도 홀며느리라 언젠가는 어머님을 모셔야될 상황이 올수도 있는데
    친구분 본받아 마음을 달리 먹어야겠다고 급 반성이 됩니다.
    친정부모님 일찍 보내드리고 어른이라고는 한분뿐인데 모두 행복할수 있게 제가 더 노력해야겠어요

  • 11. 하얀구름
    '19.5.30 11:29 AM (121.184.xxx.174)

    가슴 따뜻해지는 글 올려주셔서 감사합니다 ^^

    저희 어머님 나쁜분 아니라 그냥 보통 시어머니
    결혼초 가끔은 마음에 남을 말씀도 하시곤 했는데
    그말씀때문에 남편과 다툼도 있곤했거든요
    20년이 지나니 어머님이 조금씩 바뀌시더라구요
    저는 그것도 반갑지만은 않아 최소한만의 도리만 하고 지내는데
    이글을 보니 반성이 되네요
    남편도 잘하고 시댁식구들 너무 잘해주시는데 제가 마음을 못열고 있었거든요 ㅠㅠ

    저도 홀며느리라 언젠가는 어머님을 모셔야될 상황이 올수도 있는데
    친구분 본받아 마음을 달리 먹어야겠다는..
    친정부모님 일찍 보내드리고 어른이라고는 한분뿐인데 모두 행복할수 있게 제가 더 노력해야겠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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