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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의 전원(귀농)일기

꺾은붓 조회수 : 3,352
작성일 : 2019-05-01 20:09:47

                   나의 전원(귀농)일기

 

글 제목만 보고 나를 아는 친구 녀석들은 저 자식 꿍쳐 놓은 돈이 꽤 많은가보다 하며 배가 아플 것이다.

하지만 배 아파 할 것 없다.

 

마누라의 성화에 못 이겨 살던 헌집 팔아치우고 아파트로 이사 온지 1년 반 정도 되었다.

원래 태어나기도 똥구멍 찢어지게 가난한 농촌에서 태어났지만, 팔아치운 옛집에는 옥상에 2평정도의 밭이 있어 그런대로 채소를 가꾸어 먹는 재미가 있었다.

 

하지만 아파트에서야 어디 바늘하나 꼽을 땅이나 있나?

안 되면 되게 하라고 했던가!

재작년 연말 한겨울에 이사 와서 이삿짐 풀자마자 시작한 게 손가락 농사지을 농지의 마련이었다.

그 농지가 바로 남향받이 거실 앞 베란다와, 역시 남향받이 내 방 앞의 베란다였다.

아파트를 팔고 간 사람이 베란다를 없애고 거실과 방을 편법으로 확장하는 공사를 하지 않고 그대로 남겨 놓은 것이 천만다행이었다.

 

우선 거실 앞 베란다에는 물이 흘러내려도 거실마루가 젖지 않도록 가로 2m x 세로60cm정도의 플라스틱(아크릴?) 판때기 둘레를 따라가며 높이 5cm정도의 플라스틱 판때기담장을 둘러 물이 흘러도 마루로 흘러나오지 않도록 방수 공사를 하고 길거리 널려 있는 알루미늄 파이프를 주어다 네 귀퉁이에 높이 1.5m정도의 기둥을 세우고, 역시 알루미늄 파이프를 높이50cm 간격으로 기둥위로 올라가며 가로막대를 4단으로 엮어 5단의 선반을 만들고 각 단의 위에다 적당한 크기의 유리판을 깔았다.

그러니 바닥면을 포함 총 5단의 유리농원이 생긴 것이다.

그리고 네 귀퉁이 기둥에 잘 휘어지는 둥근 아크릴막대(?)를 반원형으로 구부려 올려 고정시키니 타원형의 농지와 화원이 생겨난 것이다.

2단부터 5단까지는 마누라가 좋아하는 화분을 올려놓게 하고, 맨 밑단 바닥면은 내 농지가 되었다.

 

내 방 앞의 베란다는 유리창이 1m정도 높이 위에 설치되어 있어 유리창 높이 까지 나무막대로 밑 바침을 만들고 그 위에 판때기를 깔고 가로 40cm x 세로 30cm x 높이 20cm 쯤 되는 붉은색 4각형의 큰 화분 4개를 사서 흙을 채워 올려놓아 농지를 장만했다.

 

거실 앞 바닥면 농지 맨 가장자리에는 둥근 큰 화분을 2개를 놓고 가운데에는 그보다 작은 화분 4개를 놓고 3월 중순 농사철이 되자 첫 가내농사를 시작하였다.

맨 가장자리 큰 화분2개에는 오이모종 2모를 심고 중간의 작은 화분에는 고추 2모, 딸기 2모를 심었다.

그리고 내방 앞 베란다의 큰 화분하나에는 부추를 심고, 또 하나에는 상추를 심고, 나머지 2개에는 아욱을 심었다.

오이, 고추, 딸기는 모종을 사다 심었고, 상추와 아욱은 씨를 뿌려주었고, 부추는 경기도 안성에서 소를 키우는 4촌 동생네에서 부추를 포기채로 뽑아 온 것이다.

 

4월 중순이 되자 오이가 자라는 모습이 눈에도 보일 정도로 잘 자랐고, 네 귀퉁이 기둥과 타원형의 아크릴 막대를 타고 올라갔다.

헌데 딸기는 모종을 사 올 때부터 매달려 있던 콩알 만 한 딸기가 더 이상 자라지도 더 열리지도 않고 금세 붉게 익고 나서 잎이 말라들기 시작했다.

고추는 조금 자라자 진딧물이 잎이 안 보일 정도로 새까맣게 달라붙어 도저히 손을 쓸 방법이 없었다.

할 수 없이 고추와 딸기는 뽑아 버리고 아욱 씨를 뿌렸다.

오이는 반대쪽 오이와 서로 줄기가 엇갈려 엮이며 잘 자라고 오이가 매달리기 시작했다.

오이농사는 그런대로 성공이었고, 2포기에서 총 10개를 수확했다.

 

내 방 앞 베란다의 부추는 잘 자랐고 한겨울에도 죽지 않고 보름 간격으로 한 뼘씩 자라 가위로 잘라 먹으면 또다시 잎이 자라 올랐다.

부추는 한 번 심으면 옆으로 퍼지지는 않는 것 같았으며 다년 생 식물로 계속해서 가위로 잘라 먹기만 하면 되었다.

반면 상추는 잘 자랐지만 그 잎이 너무나 연약해 비려서 먹을 수가 없었다.

아욱은 참으로 잘 자랐다.

잎을 따 먹으면 위로 대가자라 올라가며 계속해서 잎이 매달려 계속해서 잎을 따 먹기만 하면 되었다.

 

그렇게 해서 1년 농사가 끝났고 다시 올 봄이 시작되었다.

3월 중순부터 꽃가게(종묘상)에 오이모종을 사러 갔으나 오이는 추위를 잘 타고 조금만 추어도 시들어 죽어서 사월 중순이 되어야 모종이 나온다고 했다.

작년에는 몽땅 화초를 심자고 농사짓는 것을 시큰둥해 하던 마누라가 작년 경험이 있어 빨리 오이모종을 사다 심으라고 성화를 해서 매일 같이 종묘상에 가도 오이모종은 나오지를 않아 4.10 쯤 오이모종 5묘를 사다 거실 앞 작년에 심었던 2개화분에 심고 그 중간에는 작년에는 심지 않았던 가지 모종 4개를 사다 심었다.

 

그리고 내 방 앞 베란다의 5개의 화분 중 부추를 심은 화분은 부추가 자라게 그냥 놔두고 아욱이 늙어서 뽑아낸 화분을 포함 3개의 화분에도 오이를 심었다.

역시 오이였다.

심고 나서 이튿날부터 잎이 넓어지고 줄기가 자라 올라가며 자라는 것이 눈에 보이는 것 같았다.

그런데 작년에 심었던 거실 앞의 2개보다 내 방 앞의 3포기가 더 잘 자라고 있었다.

헌데 이게 무슨 실수란 말인가.

잘 자라 오르던 내 방 앞의 오이 3개가 자람을 멈췄고 한 개는 시들기 시작을 했다,

아무리 원인을 규명하려 해도 내 머리와 경험으로는 될 일이 아니었다.

마누라가 당신이 잘못해서 그렇다고 쇠바가지를 긁어 댔지만 내가 도대체 무엇을 잘못 했단 말인가?

그러다가 이틀 전 그 원인을 알아내었다.

10여일 전부터 아침최저기온이 10도 이상으로 계속되어 작물에게도 시원한 바깥바람을 쐬어주는 것이 좋을 것 같아 내방 앞 베란다에 유리창을 열어 놓고 밤잠을 잤던 것이다.

추위에 약한 오이가 밤의 찬바람에 된서리를 맞았던 것이다.

즉시 유리창을 닺고 물을 뿌려주자 아주 말라 죽지는 않고 서서히 죽음에서는 벗어나는 것 같았다.

그리고 거실 앞 가지도 생기 있게 잘 자라는데 가지는 작년 경험이 없으니 앞으로 어찌될지는 짐작을 할 수가 없습니다.

 

그러고 보니 앞에 빠트린 게 하나 있습니다.

아욱은 씨를 포장한 설명서에 보니 추위에 아주 강하고, 5월 이후에 심으면 날씨가 더워 추대(잎이 자라지를 않고 빨리 키만 크고 꽃 피우고 열매를 맺는 다는 농사용어)가 빨리 이루어지니 서늘한 기후에서 파종을 하라고 되어 있었다.

그래서 오이 농사가 끝나난 가을쯤에는 오이줄기를 걷어내고 그 화분에는 아욱을 심어 겨우내 잎을 뜯어 먹습니다.

 

그러면 거름은 어찌하느냐고요?

예, 쌀을 씻을 때 처음에는 물을 조금만 부어 우유나 다름없는 뜨물을 받아 놓습니다.

그리고 저는 막걸리를 좋아해서 하루에 한 두병은 꼭 마십니다.

막걸리 마시기 전에 대부분의 사람들은 병을 흔들어 밑에 가라앉은 앙금을 풀어서 마십시다, 하지만 저는 병을 흔들지 않고 맑은 약주와 같은 막걸리만 마시고 밑에 가라앉은 앙금은 그대로 놔뒀다가 나중에 물을 부어 흔들어서 역시 쌀뜨물과 같은 물을 만들어 쌀뜨물과 합쳐서 거름으로 줍니다.

그리고 농사를 짓는 4촌 동생네 가면 콩알 만 한 퇴비덩어리(이름은 잊었음)를 한 봉지씩 갖고 와서 줄기 사이에 뿌려 줍니다.

 

올 오이농사는 어찌 되려는지?

대풍이 들어 마누라 입이 찢어져야 하는데!

우리 집이 아파트 2층이라 동네사람들이 우리 오이자라는 것을 바라보며 한 참씩 거름을 멈추고 손가락으로 가리키며 신기해 들 합니다.

 

<보너스>

쓴(쌉쌀한)맞을 좋아 하시는 분들은 민들레김치와 씀바귀 김치를 담가 잡숴 보십시오,

민들레김치는 그냥 담가도 되지만, 씀바귀는 너무 써서 소금물에 살짝 담가 쓴 맛을 우려낸 다음에 김치를 담그는 것이 좋습니다.

군말 필요 없이 밥도둑입니다.

민들레는 입만 뜯어내면 계속해서 입이 자라 지금부터 서리 내릴 때 까지 계속해서 담가 먹을 수가 있고, 씀바귀는 가을철 서리 내리기 전에 뿌리 채 뽑아 김치를 담가 겨우내 먹을 수가 있습니다.

 

<마지막으로 기말시험>

도둑 중에서 사람들의 찬사를 받는 도둑은?

예, 민들레와 씀바귀 김치입니다.

 

 

 

IP : 119.149.xxx.64
8 개의 댓글이 있습니다.
  • 1. ㅇㅇㅇ
    '19.5.1 8:14 PM (120.142.xxx.80)

    본인 글인지 퍼온 글인지를 잘 모르겠네요. 근데 원글이 있는 블러그가 있는지 궁금하네요. 사진 보고 싶어요. 저도 텃밭농사 관심이 많아서요.

  • 2. queen2
    '19.5.1 8:21 PM (39.7.xxx.71)

    베란다에서도 농사가 되는군요 재미있네요

  • 3. 꺾은붓
    '19.5.1 8:24 PM (119.149.xxx.64)

    queen님 댓글 감사드리고

    000님!
    저는 나이는 그렇게 맍지는 않지만(1948년생) 남의 글 퍼 오는 것을 단 한 번도 한 적이 없고 글은 좀 서도 블러그가 뭐닞도 모르고 핸드폰으로 사진찍어 올리는 것도 할 줄 모릅니다.
    이 카페에 제글 수백개가 올라 있으니 몇 개만 읽어 보시면 남의 글 옮기는 사람이 아니라는 것을 아실 수 있을 것입니다.

  • 4. 해본이
    '19.5.1 8:29 PM (211.54.xxx.243)

    저도 아이 어릴때 해봤는데 딸기 키우는거 정말 힘들어요. 콩알만한 딸기 열리는게 다....

    대신 방울토마토는 빛만 듬뿍 쐬어 주고

    아주 큰 화분에 한개만 키우면 수확이 커져요.

    오이키우는거 되게 힘들다고 하는데 이분은 잘 하시네요. 저도 부추 좀 얻어와 다시 키워보고 싶네요.

  • 5. .ㅡ.
    '19.5.1 8:45 PM (175.211.xxx.106)

    테라스가 넓어서 방울토마토와 고추 등등 화분에 키워봤는데 벌레가 어마하게 껴서 이제 텃밭 안해요. 심지어 선녀벌레...바질도 잘 크더니만 어느 한순간 갑자기 죽어 버리고...

  • 6. 씨앗
    '19.5.1 11:49 PM (115.23.xxx.72)

    신기하네요

  • 7. 베란다
    '19.5.1 11:53 PM (125.182.xxx.27)

    에키우고싶지만 벌레나오면 못키우거든요 ㅠ궁금해요 벌레안나오는건 없겠지요

  • 8. 천년세월
    '19.10.6 7:37 AM (223.62.xxx.180)

    정말 궁금한게 노출도 아닌 밀폐식으로 가두어 키우는 작물에 어떻게 벌레가 생기는가 하는것입니다.
    외부에서 나방이 날아와 알을 까놓고 가면 그게 부화되어 생기는것으로 이해하고 있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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