규방공예를 배우다가 우연히 알게 된 화가입니다. 그야말로 뜻밖의 발견(serendipity)이네요.
영국화가 엘리자베스 키스의 코리아 (1920~1940)의 책 머리말에 이런 울컥한 내용이 있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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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시는 삼일운동이 일어난 지 한 달도 채 되지 않은 때여서 한국은 깊은 비극에 휩싸여있었다.
수천 명에 달하는 한국의 애국자들이 감옥에 갇혀 고문을 당하고 있었고
심지어 어린 학생들까지도 고초를 겪고 있었다. 그들은 폭력을 전혀 사용하지 않았고 그저 줄지어 행진하면서
태극기를 휘두르며 '만세'를 외쳤을 뿐인데도 그런 심한 고통과 구속의 압제에 시달리고 있었다.
그 과정에서 일본인들은 많은 한국 사람을 죽였다.
하지만 한국인들은 얼굴에 그들의 생각이나 아픔을 전혀 내비치지 않았다.
내가 스케치한 어느 양갓집 부인은 감옥에 들어가서 모진 고문을 당했는데도 일본인에 대한 분노의 감정을 전혀 표시하지 않았다.
우리는 한국인들의 이야기를 들으면서 그들의 강인한 성품을 잘 알게 되었고 또 존경하게 되었다.
한국인들은 일본의 간사한 농간 탓에 조국을 잃었고 황후마저 암살당했으며,
그들 고유의 복장을 입지 못하게 되었고, 학교에서는 일본말만 사용하도록 강요받았다.
나는 길을 가다가 한국 전통 의상을 입은 사람 옷에 검은 잉크가 마구 뿌려져 있는 것을 보았다.
일본 경찰은 한국인의 민족성을 말살시키려고 흰옷 입은 한국인들에게 그런 만행을 저질렀던 것이다.
생각이 부족한 일본 사람들은 오랫동안 진행되어온 자국에서의 악질적인 선전때문에 한국 사람들을 경멸하고 있었다.
하지만 일부 열린 마음을 가진 일본인들은 한국의 문화와 그 미술을 존경하고 심지어 숭배하고 있었다.
뿐만 아니라 그들은 한국의 역사가 일본 역사보다 더 오래 되었고
또 한국이 일본에 문화를 전달했다는 사실을 잘 알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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엘리자베스 키스의 그림중 특히
달빛 아래 서울의 동대문(Moonlight at East Gate, Seoul)과
정월 초하루 나들이(New Year's Shopping, Seoul)에서 작가의 애정이 느껴지네요. 한번 검색해서 감상해보셔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