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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럼..제 얘길 해 볼까요?

얼마전 조회수 : 2,891
작성일 : 2019-04-25 21:32:34
아버진 마당에서 연탄불에 양념 바른 고등어를 구워 제 입에 넣어 주셨어요.
옴팡지게 받아먹는 제가 이뻐 죽겠다는듯 바라 보셨어요.
오빠랑 남동생에게 치일까 늘 절 먼저 챙겨 주셨어요.
여자라고 손해 보거나 뒤쳐지면 안된다고 가르쳐 주셨어요.
부지런한 엄마덕에 집은 늘 정갈했고 빨래 삶는 냄새는 참 좋았어요.
부요하진 않아도 우리집은 늘 따뜻하고
순둥이 오빠도 착한 남동생도 늘 제가 우선이게 해 주었어요.
혹독한 사춘기도 부모님은 그저 이쁘다.이쁘다
잘 달래며 다독여 주셨어요.
반대하는 결혼이었지만
부모님은 언제나 그랬듯이 져 주셨어요.
결혼 생활은 이상하게 나만 참는것 같았어요.
이상한 나라의 앨리스처럼
다른 세상속으로 미끄러져 들어온것 같았어요.
똑똑하고 언제나 사람들속에서 분위길 이끌던
저는 원래 시댁에선 바보 멍충이었던 사람으로 둔갑되어 있었어요.
그래도 저는 사랑이 많은 사람이였는지
품고 또 품고 ...잘 버티고 있었어요
저는 세상에서 젤 행복한 가정을 딸들에게 주고 싶었어요.
나만 참으면 가능한 일이었어요
근데 자꾸 눈물이 불쑥불쑥 솟구쳤어요 .
아주 사소한 일로 남편이 절 의심했고 급기야 상상속에서 난 화냥년이 되어 있었어요.
아니니깐 버텼어요
내 얼굴에 침을 뱉고 내 뺨을 갈겼어요.
너무 사랑해서 한참이나 부족한 그 사람을 택한 댓가를 혹독하게 치뤘어요
어디서 그런 사랑의 힘이 나오는지
그를 이해하려 노력하고 또 노력했어요.
평생을 한번도 들어보지 못한 욕설과 폭언을 견뎠어요.
그때 아버진 암투병으로 사경을 헤매고 계셨어요.
매일 병원에 가서 울었어요.
유일하게 그 사람의 구속을 벗어날수 있는 시간이었어요.
아버지 일어나. 아버지
누가 나 때려. 아버지 누가 나 울려
아버지..아버지...
살갗이 터지는 고통이었어요.
머리끝에서 발끝까지 세포 하나 하나가 툭 툭 터지는 소리가 났어요
너무 고통스러워서
차라리 어릴때 매 맞고 부모님은 맨날 싸우고 이런 집에서 태어났으면
내가 이 고통을 좀 더 쉽게 견딜까? 하는 생각을 했어요.
대문에 걸린 글을 읽고 울음이 터졌어요.
그 분이 지금은 잘 사셔서 다행이예요.
시간이 순서가 달랐을뿐 우린 같은 트라우마를 가진걸까요?
3년을 견디다 며칠전 힘들게 이혼종료예요.
내 결혼을 유지하려 할 수 있는 모든걸 다해서 아무 미련이 없어요
그 사람에게도 최선을 다했어요
지금은 내 슬픔에 애도를 표하고 있는 중입니다.
여전히 제 가족들은 저를 미친듯이 사랑하고
이런 저를 아버진 모르고 가셔서 참 다행이예요
불쑥불쑥 죽어 버릴까?
이렇게 구차하게 살아야 하나?
분노와 억울함으로 한없이 가라 앉아요.
이쁘게 키워주신 아버질 생각하면 길 가다가도 주저앉아 울어요

이 글을 힘겹게 쓰는 이유는
어린시절 아팠던 그 분이 저처럼 따뜻한 부모님 사랑을 받고 산 아이를 부러워했겠지만...
그래서 당신만 더 아프다고 생각하지 말았음하구요.
저 같은 사람도 있어요^^
우리 그냥 아픔은 흘러 버려요.
이제 조금 덜 울고 나머지 날들은 행복하기로 해요.
저는 뭐 그럭저럭 괜찮습니다.




IP : 59.22.xxx.177
7 개의 댓글이 있습니다.
  • 1. ㅡ.ㅡ
    '19.4.25 9:37 PM (211.215.xxx.107)

    잘 이겨내셨네요.
    앞으로는 좋은 일만 있으실 거예요.
    아버님도 좋은 곳에서 편히 쉬시기를 빕니다.

  • 2. 지나가다
    '19.4.25 9:41 PM (223.33.xxx.76)

    무슨 말씀인지 알 거 같은데요
    부모로부터 사랑을 받지 못한 사람은요
    면역력 자체가 확 떨어져요.
    그 모든 것을 겪고, 흘려보내고, 다시 앞으로 나가는 힘 자체가 매우 약해요.
    물론 노력으로, 천성으로, 운이 좋게도 은인의 도움으로 잘 사는 분들도 많을 겁니다.

    하지만 어린 시절 받았던 사랑은, 평생을 가는 , 대를 잇는 자산이에요

  • 3. ...
    '19.4.25 9:42 PM (223.62.xxx.160)

    똑똑하고 언제나 사람들속에서 분위길 이끌던
    저는 원래 시댁에선 바보 멍충이었던 사람으로 둔갑되어 있었어요.

    ------------------------------------------------------
    제 이야기인줄 알았어요
    결혼 전에는 내가 참 잘나고 멋지다 생각했었는데
    이제는 뭘 하려고만해도 비난이 두려워요..

    박차고 나가신 원글님이 부럽네요
    전 아직도 난 할수 있어.. 이러고 있어요

  • 4. Dionysus
    '19.4.25 9:45 PM (182.209.xxx.195)

    토닥토닥 ㅠ
    잘 견뎌오셨어요~
    대문글에 있는 분도 원글님도 두 분 다 정말 장하세요!!
    두 분 모두 이젠 정말 맘의 평안이 항상 함께하시길 바랍니다.
    근데 두 분 다, 어려운 상황을 겪어오시면서 모진 바람에 잘 단련하셔서인지몰라도, 글을 참 잘 쓰신다는 느낌을 받았어요.
    담담하지만 그 절절한 아픔이 그대로 전달되어지고 그래서인지 더 맘이 에이는 글들입니다.
    모두 기운내셔서 앞으로의 시간은 비바람 피해 항상 밝은 햇살만 받게 되시길 바랍니다^^

  • 5. ...
    '19.4.25 10:23 PM (222.110.xxx.56)

    원글님 삶은 이제부터 시작이에요~!
    즐겁게 사세요.
    꼭 돈이 많지 않아도...작은것에라도 즐겁게 살면 아이들도 밝게 자랄것이고요.
    원글님도 어느순간 너무 행복해하는 자신을 발견할거에요.
    새출발 축하드려요~!

  • 6. 언니
    '19.4.25 10:36 PM (121.157.xxx.135)

    친언니같은 마음으로 꼭 한번 안아드립니다.
    아기새처럼 고등어를 받아먹는 딸이 얼마나 소중하고 귀여웠겠어요.
    여전히 소중한 분이십니다. 행복하세요~!

  • 7. 비오는. .
    '19.4.26 12:06 AM (114.200.xxx.75)

    아버지 일어나..아버지 누가 나 때려.

    너무 슬퍼요.
    담담하게 쓰셨는데 왜 이리 아플까요.

    지금 원글님을 사랑하는 가족과 행복해지시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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