먼, 길 _ 멀지만 가야할… .
[먼, 길]을 준비하고 있습니다.
판문점 선언의 1주년 기념행사입니다. 행사기획자문위원으로 위촉된 후 첫번째 행사이기도 합니다.
연출가로서의 소회는 행사가 끝난 후에 풀어 놓는 것이 좋겠습니다. 다만, 이제 5일 앞으로 다가온 이 행사에 대해 몇 가지 말씀을 드리고 싶었습니다.
저는 늘 관객의 기대가 공연의 성패를 가른다고 생각합니다. 아무리 잘 준비된 연출도 기획도, 관객의 기대, 두근거림과 떨림이 없다면 성공하기가 쉽지 않습니다.
그런 의미에서 지금의 상황은 쉽지가 않습니다.
어제 통일부에서 행사를 발표하고 나니 당연히 ‘북측의 참여가 불투명한 반쪽짜리 행사’라는 우려가 나왔습니다. 당연한 우려입니다.
북측의 예술단 방문과 남측 예술단의 답방공연, 판문점 선언과 평양선언, 지난 한해 우리 국민들 모두가 따뜻함 봄과 결실의 가을을 고대해왔기 때문에, 그 이상의 모습을 보여주지 못하면 실망을 느낄 수 밖에 없을 것입니다.
북미회담이후 어려워진 상황과 쉽지않은 여정에 대해 이해는 가지만 답답한 심정인 것입니다.
그래서 개인적으로는 ‘반쪽 짜리 행사’ 라는 당연한 우려가 나올 것이 뻔한 행사를 기획하고 연출한다는 것은 피하고 싶은 일이 아닐 수 없습니다. 고백하자면 이 일을 하는 것에 대해 몇번이나 고민하고 갈등하지 않을 수 없었습니다.
하지만 지금 판문점선언의 1주년을 기념하는 행사조차 하지 않는다면, 지난 한 해 우리의 노력과 함께했던 의미있는 진전을 뒤로 물리는 것이 되는 것이며 금새 몇년 전의 상황으로 돌아가게 되는 것은 아닐까 싶습니다.
북측의 참석여부는 저로서는 아직 알 수가 없습니다. 하지만 이번 판문점 행사는 우리 뿐 아니라 미국과 중국, 그리고 일본의 아티스트들이 판문점에 모두 모입니다. 정전 이후 처음으로 판문점에서 다양한 국적의 예술가들이 ‘평화와 한반도의 통일’을 기원합니다.
문재인 대통령과 김정은 위원장이 처음 만나 서로의 손을 처음 잡았던 그 장소에서 바흐의 무반주 첼로 1번 프렐류드가 연주되고 어렵게 참여를 결정한 일본의 아티스트들이 미야자키 하야오 감독의 하울의 움직이는 성 OST를 연주합니다. 도보다리 위에서는 바흐의 샤콘느가 그리고 의장대를 사열했던 장소에서는 G선상의 아리아가 중국계 첼리스트와 한국 첼리스트들의 협연으로 연주됩니다.
그리고 우리 작곡가, 가수들이 참여하는 특별한 무대들이 함께 준비되고 있습니다.
한반도를 둘러싼 주변국가의 아티스트들이 참여하고 대중음악보다 클래식음악이 연주되는 까닭은 분명하며 절실합니다.
해외의 아티스트들을 섭외하면서 가장 많이 받았던 질문은 ‘한국은 안전하냐?’였습니다. 사실입니다.
여전히 세계 각국의 보통 사람들, 시민들은 우리의 변화되는 상황과 남북의 평화와 통일문제에 대해 잘 모르고 있구나 싶었습니다. 정치뉴스와 각국 정상들간의 외교성과와 세계시민들의 인식에는 큰 차이가 있었습니다. 평화를 노래하는 세계의 아티스트들도 별반 다르지 않았습니다.
정치적으로 외교적으로 한반도의 평화와 통일에 대한 지지를 얻어내는 것과 함께 각국의 시민들과 예술가들에게 우리의 상황과 도움 그리고 든든한 지지를 끌어 내는 것이 절실하다는 것을 느끼지 않을 수 없습니다.
그러기 위해서 연출적으로는 가장 보편적이면서 상징적인 음악과 레퍼토리로 접근해야 하며, 동시에 분단의 상징인 판문점을 다시 평화와 통일의 상징으로 그려내야 한다고 생각했습니다.
개별적인 공연들이 판문점 안의 여러 장소에서 각각의 의미를 담아 연주되는 까닭이 여기에 있습니다.
공연의 제목은 먼,길입니다. 그리고 멀지만 가야할 길이라는 의미도 담고 있습니다.
굳이 부연하지 않겠습니다. 먼 길이니 그만 돌아가야 하는 것인지, 먼, 길이지만 그래도 가야 할 것인지 우리 국민들 모두가 생각해 보아야 할 때인 것 같습니다.
아니 어쩌면 우리 모두 이미 그 먼 길에 올랐는지도 모르겠습니다.
그래서 연출가로서는 이 행사가 지금 그 길 위에서 지친 분들에게 위로가 되었으면 좋겠다는 마음도 있습니다.
https://www.facebook.com/100032978146938/posts/132482991194305/
탁현민 페북 - 판문점 선언 1주년 행사 먼,길
힘내요 조회수 : 1,453
작성일 : 2019-04-22 12:20:21
IP : 218.236.xxx.162
1 개의 댓글이 있습니다.
1. 늦게나마
'19.4.27 8:04 PM (121.139.xxx.15)잘읽었어요.마지막구절에 위로가 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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