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영화를 다 본 이후, 그 영화가 남긴 잔상이 지속적으로 마음에 남네요.
도쿄 시내 한적한 고급주택가( 비슷한 지대로 우리의 서래마을같은) 고급 주택가에서 일가족이 집에 있던 식칼로
처참하게 살해당하는 사건이 발생하는데 1년 째 진범이 안잡히고, 일본 열도는 범인과 사건의 진상 때문에 들끓는데... 명문대를 졸업한 엘리트 남편과 백화점 문화센터에 요리강습 받는 중산층의 미인 부인, 그리고 어린 아이로 이뤄진 가정이 처참한 살육극의 희생자들이라네요. 곱게 자란 배경이나 원한을 살 일이 없을 듯한 그들의 면모...로 쉬이 추정이 되지 않는데, 베일 속에 가려진 그들의 진짜 이야기가 그들을 둘러싼 여섯명의 심층적인 인터뷰를 통해 각기 다르게 보여집니다.
어두움, 현대인들 혹은 인간의 어둡고 잔악한 속성과 유혈이 낭자하게 튀기는 일가족 살인의 전모...이 생명의 봄날의 기운과 무척 대비되는데...그래도 그 비극과 어두운 진실이 가슴을 흔듭니다. 울컥 하고 아프데요.
주인공은 무려, <조제, 호랑이 그리고 물고기들>의 그 귀엽고 착한 츠마부토 사토시가 맡아 전혀 연상이 안되는
, 어울리지 않는 르포 기자(사건에 깊이 개입한다는 점에서 일부 탐정과 비슷하며 ) 역할을 맡았는데요,
그가 어울리지 않게 우울하다 못해 표정없는 얼굴을 하고 인터뷰어 겸 사건의 진실을 추적하는데...
미스터리나 잔혹한 진실이 기다리고 있는 전개를 풀어가는 기법은 의외로 가볍게 가볍게 각 자의 화법을 한 인터뷰
형식으로 전개됩니다. 그래서 더 이해하기가 쉬워져요. 감정도 이입이 되는 듯하고요...
그리고 등장하는 인물들과 그 속내가...아마 이 게시판에 빈번하게 등장하는 소재 겸 주제일 수도 있는 '상처' 그리고
타인은 그 깊이나 진실을 겉만 봐서는 알 수 없는일생의 마음의 비밀이나 짐과 같은, 더더구나 여자들은 잘 이해할 법한 성장기에 경험하는 아픔들, 여자들의 관계(모든 관계라 해야겠죠) 에 도사린 선망과 동경 그리고 간악한 비교, 속을 헤아릴 수 없는 혹은 속이 너무 보일 듯한 인간 군상들의 속셈, 계산하는 심리, 그리고 사랑이 아닌 줄 알면서도 진실이 아닌
줄 알면서도 이어지는 관계에 도사린 위험한 진실들...이꽤 아프게 다가오더군요.
저는 몇 해전에 원작으로 읽었는데, 일본 소설 그것도 저변이 넓고 그 잔혹함으로 유명한 일본의 추리소설이라
우리와는 다르지 않을까? 싶다가도 범죄나 사회병리가 표출되는 현상이 한국사회를 앞서간다는 점에서
인간을, 세상을 , 더 깊이 또 다른 시각으로 보게 되었다고 할까? 그런 느낌으로 남았는데
영화가 원작의 그 깊이를 심도있게 담아내진 못했지만, 그래도 영화를 보니 또 다르고...
원작자는 오래 부동산 회사에서 근무하면서 수많은 사람들을 대하며 인간의 본질을 탐구해왔다는 후기가 있습니다.
이 원작을 한국에서 리메이크를 한다면, 누가 어울릴까? 하다가 박찬욱 감독이 했다면, 대단한 유혈낭자와 부분 블랙 코미디 스릴러로 또 굉장했겠다는 예상도 동시에 듭니다.
한국으로 치면, 정이현 소설가의 단편이나 [너는 모른다] 류의 소설에 등장하는 간악하디 간악한 현대인들 이야기류와도 비슷하고요.
지난 겨울 mbc에서 [붉은 달 푸른 해]를 굉장히 잘, 그리고 아프게 본 기억이 있는데, 그 이후 누가 가르쳐주지 않았는데저지르게 되는 인간들의 죄와 그 죄악의 근원인 타고난 악의, 그리고 죄의식 없는 자들을 향한 복수,,,그리고 궁극적으로 깊은 상처를 갖고도 세상을 살아간다는 것에 대해서도 생각할만한 대단한 작품이더군요.
이후 얼마 지나지 않아 tv캠페인에 학대받는 아동에 대한 캠페인을 보게 됐는데, 그게 연기일텐데, 진짜 가정 폭력으로 유기된 아이를 캐스팅한 듯 연기를 너무 잘하더군요.
아이같지 않은 무표정, 얼굴에 흉이 지고 왜소하고 집 근처를 배회하는 발걸음, 그리고 불우함이 뚜렷한 몸짓들
상처라는 게 그리 평생을 지배한다는 거, 알고 나니 나의 상처들이 더 보이고, 꼭 내 모습인 것만 같았는데
, 저는 가정은 아니고 사회에서의 폭력적 경험이 굉장히 살벌했어서 그게 아직도 오래오래가더군요.
아무튼 영화나 책을 읽으신 분 계신가요? 우행록...
한 번 추천하고 싶네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