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묘하게 속이고 아첨하는 짓에도최상과 중간과 최하의 등급이 있다.
몸을 가지런히 하고, 얼굴을 다듬고,말을 얌전하게 하고,
명예나 이익에는 초연하고,상대방과는 사귀려는 마음이 없는 척하는
인간 부류는 최상 등급이다.
간곡하게 자신의 마음을 드러내 보인 다음,
그 틈을 활용해 뜻이 통하도록 하는 인간 따위는 중간 등급이다.
발바닥이 다 닳도록 아침저녁으로 문안 인사를 드리고,
돗자리가 다 떨어지도록 뭉개고 앉아 상대방의 입술과 안색을 살피면서
그 사람이 하는 말이면무조건 좋다고 하고, 그 사람이 하는 일은
무조건훌륭하다고 칭찬한다.
이러한 아첨은 처음 들을 때는 기분이 좋지만,
자꾸 듣다 보면 도리어 싫증이 나는 법이다.
그러면 아첨하는 사람을 비천하고 누추하다고 여겨
끝내는 자신을 갖고 노는 게 아닌가 하고 의심을 품게 된다.
이러한 인간은 최하 등급이다.
박지원 [ 마장전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