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2cook.com을 즐겨찾기에 추가
login form

자유게시판

드러낼 수 없는 고민을 풀어보는 속풀이방

Banner

눈이 부시게, 이준하와 장준하

ㅇㅇ 조회수 : 3,932
작성일 : 2019-03-20 21:43:14

눈이 부시게 작품평인데 정리가 너무 잘된 거 같아서요.

기사 일부만 펌했으니 전문 읽어보심 좋을 듯해요.


https://entertain.v.daum.net/v/20190320154050871?f=m

하지만 그런 남편이 죽은 뒤, 혜자와 아들의 관계는 순탄치 않았다. 아들이 왜 시종 편치 않은 얼굴로 혜자를 대해왔는지를 드라마는 최종회에 이르러 길지 않은 분량을 할애하여 알려준다. 혜자는 어린 아들에게 매정하게 대했다. 사랑하던 남편을 황망하게 보냈으니 혜자도 우울증이 생겼을 것이고, 홀로 아들을 키우기 위해 생계와 가사를 책임지느라 한 치의 여유도 없었을 것이다. 또한 장애를 입은 아들을 강하게 키워야 한다는 압박도 컸을 것이다.

치매에 걸린 후 혜자는 아들을 살갑게 대한다. 아빠라고 부르며 도시락을 싸주고, 사람들 앞에서 편을 들고 나선다. 아들은 뒤늦게 다리가 불편한 자신을 위해 엄마가 눈을 치워주었다는 사실을 알고, 그제야 편안한 얼굴로 엄마를 대한다. 여느 드라마였다면 이런 디테일한 갈등과 회복의 서사 없이 혜자와 아들의 관계를 그냥 화목하게 그렸을 수도 있었을 것이다. 그러나 드라마는 부모-자식 관계가 그리 단순하지 않음을 보여준다. 늙은 부모에게 느끼는 자식의 감정이 각자 쌓아온 사연만큼 복잡한 결과 두께를 지닐 수 있음을 보여준다.



◆ 거대서사를 끼워 넣는 방식

<눈이 부시게>는 노년을 성찰해보는 보편 서사를 지니지만, 드라마에는 1970년대 사회상과 역사가 그림자로 드리워져 있다. 한편에서는 미니스커트와 “키스는 해보고 결혼해야겠다”는 개방적인 사고가 존재하고, 다른 한편으로는 야간통행금지와 무단횡단 단속이 있던 1970년 초의 풍속사를 가볍게 그리는가 싶었지만, 우스꽝스럽던 시대상은 결국 준하의 의문사라는 묵직한 이야기로 이어진다. 유신독재 초기에 일간지 사회부 기자 준하는 이유도 없이 경찰서에 끌려갔다가 풀려나지 못한다. 그리고 며칠 후 화장된 유골의 상태로 돌아온다. 드라마 내내 판타지의 신물(神物)처럼 등장하던 시계는 준하의 결혼예물이자, 돌려받지 못한 유품이었다. 놀랍게도 그 시계는 담당 수사관의 손목에 걸려있었다.

이런 에피소드는 1975년 장준하 선생의 의문사를 연상시킨다. 장준하 선생이 산에서 실족사 했다고 진술한 목격자 김용환씨가 장준하 선생의 시계를 손목에 차고 있었다는 기막힌 이야기가 전해진다. 물론 극중 준하의 삶은 장준하 선생의 삶과 일치하지 않는다. 다만 ‘유신독재 시절에 한 언론인이 당한 의문사와 그의 시계의 행방’ 이라는 모티브를 극에 녹인 것이다. 이는 마치 드라마 속 혜자의 친구에 가수 윤복희를 겹치거나, 단역으로 등장한 중국집 소년에게 이연복 셰프를 연결시키는 것과 비슷하다. 이들의 삶의 궤적이 일치하지 않지만, 그 시대를 대표하는 아이콘을 극 중에 삽입함으로써 시대적 공기와 현실의 맥락을 환기시키는 것이다.


IP : 121.148.xxx.109
5 개의 댓글이 있습니다.
  • 1. ...
    '19.3.20 9:52 PM (219.254.xxx.67) - 삭제된댓글

    무겁지않게 잘 끼워넣은거 같아요.
    치매나 가족의 어려운 상황을 암울하게만 느껴지지않게
    소소한 재미를 적절하게요.
    단 연출이나 편집은 산만한게 아쉬워요.

  • 2. 눈이 부시게
    '19.3.20 10:14 PM (211.247.xxx.150)

    좋은 리뷰, 소개해 주셔서 감사.
    황진미씨도 드라마 작가 못지않게 글 잘쓰시네요.
    JTBC에서 졍규로 다시 편성해주었으면 어떨까 싶어요.
    주말에 했으면 더 많은 분들이 보실 수 있었을 텐데..

  • 3. ..
    '19.3.20 11:12 PM (211.205.xxx.62)

    리뷰 좋네요

  • 4. 나옹
    '19.3.24 12:24 AM (123.215.xxx.114) - 삭제된댓글

    딸인 혜자가 싸준 도시락의 멸치볶음을 안내상은 먹지 않았죠. 어머니에 대한 응어리가 그것이었던 것 같아요. 부모 자식간의 관계에 대한 작가의 깊이있는 통찰이 돋보였습니다. 눈을 쓸고 있는 어머니에 무너져 내린 안내상씨의 연기도 매우 잘 보았어요.

  • 5. 나옹
    '19.3.24 12:25 AM (123.215.xxx.114)

    딸인 혜자가 싸준 도시락의 멸치볶음을 안내상은 먹지 않았죠. 어머니에 대한 응어리가 그것이었던 것 같아요. 부모 자식간의 관계에 대한 작가의 깊이있는 통찰이 돋보였습니다. 눈을 쓸고 있는 어머니에 무너져 내린 안내상씨의 연기도 매우 잘 보았어요.

    그리고 원글님 좋은 리뷰 보여 주셔서 감사해요. 느꼈던 부분부분 놓치지 않고 글로 적어낸 저분도 대단한 분이네요. 매우 공감되는 글입니다. 정말 명작입니다.

☞ 로그인 후 의견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댓글입력 작성자 :

N

번호 제목 작성자 날짜 조회
915708 혹시 상해사시는분이나 잘아시는분 계시나요? 5 ... 2019/03/21 685
915707 눈이부시게 마지막 장면 질문요. 6 ... 2019/03/21 2,864
915706 포항지진 책임추궁 사설 조선·중앙일보만 없어 4 왜구언론 2019/03/21 670
915705 낚시 3월 1일 부터 오늘까지 850벌었어요. 21 부자 2019/03/21 3,936
915704 갸름하면서 납작한 얼굴형에 코가 오똑한 여자 연예인 7 2019/03/21 4,198
915703 과외 시강안하나요 6 과외 2019/03/21 1,131
915702 유튭 광고에 무로 발거스본 살빼는데 효과있나요? 5 ㅇㅇ 2019/03/21 1,097
915701 이 아이의 마음은 뭘까요? 6 . 2019/03/21 1,358
915700 토스트기만 쓰면 두꺼비집이 내려가요 11 토스트기 2019/03/21 5,173
915699 한끼줍쇼 강민경 14 제목없음 2019/03/21 7,973
915698 먼저 만나자고 약속 잡고 당일 컨디션 핑계로 취소하는 사람.. 20 .... 2019/03/21 11,228
915697 보일러에서 대포소리나요 5 ... 2019/03/21 4,466
915696 여드름 피부에 발라도 괜찮은 비비크림 1 비비 2019/03/21 1,164
915695 반민특위 - 제대로 알아봅시다 2 정관용시사자.. 2019/03/21 432
915694 눈 다래끼 제거 시술후 눈꺼풀이 푹 내려 앉았어요 ㅠㅠ 1 ㅇㅇ 2019/03/21 1,800
915693 자유당 지지하는 사람들 이해 안돼요. 29 조선폐간 2019/03/21 1,781
915692 이부진씨건 이상하네요, 전에 이재용씨 식당 올때.. 59 ... 2019/03/21 32,149
915691 쌍꺼풀 수술 병원 추천해주세요 7 궁금 2019/03/21 2,954
915690 김어준의 뉴스공장 주요내용 (페북 펌) 7 ... 2019/03/21 991
915689 현대홈쇼핑 두 바보 호스트들 ㅋㅋㅋ 12 현대 2019/03/21 25,094
915688 힘들게 얻은 아이는 더 애지중지 키우게 되나요? 11 2019/03/21 2,776
915687 다이아반지꿈 4 highki.. 2019/03/21 1,833
915686 9급공무원 평균 합격연령 보니깐요 ㅁㅁ 2019/03/21 4,162
915685 '타다' 질문있어요 2019/03/21 555
915684 수색도 체포도 거부.. 檢 '김학의 수사' 틈만 나면 뭉갰다 2 뉴스 2019/03/21 95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