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뻘글 도올과 숭산

... 조회수 : 1,130
작성일 : 2019-03-07 11:10:15
*세상에서 자기가 제일 잘난 걸로 착각하고 사는 사람이구나 하고 (내가) 착각하고 있다가,  이 글을 보고 도올은 역시 도울이라고 (내가) 감탄한 글.
**숭산스님은 한국말을 쓰는 파란 눈의 모든 외국 스님의 대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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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숭산의 이름을 들은 것은 하버드 대학에서 교수들이 代講을 하고 있을 때 내 학생중에 한국불교전공을 지망하는 어느 참하고 예쁘장한 미국 여학생으로부터였다.
내 기억으로 그 여학생의 이름은 베키라 했고, 그 여학생은 하버드 대학학부를 졸업할 때 하버드 대학 통틀어 전체수석을 했으니까 무지하게 머리가 좋은 학생이었다.
그런데 베키는 당시 한국 불교사를 가르치고 있었던 나를 만날 때마다 ‘쑹산쓰님’ 운운 하는 것이었다. 그러면서 베키는 나보고 자기가 존경하는 학자인 당신이야말로 꼭 한번 ‘쑹산쓰님’을 만나보라고 조르는 것이었다. 당신과 같은 훌륭한 한국의 학인이 쑹산쓰님을 안 뵙는것은 뭔가 잘못된 것이라는 것이다.
베키가 아무리 나에게 쑹산쓰님을 만나보라고 권고했어도 나는 그를 만날 생각이 없었다. 주기적으로 여기저기 돌아다니시는데 어느 날 케임브리지 젠센터에 오셔서 달마 토크(Dharma talk, 법문을 이렇게 영역)를 하시니깐 그때 꼭 한번 만나보라는 것이었다.
‘쑹산쓰님’의 달마 토크때는 하버드 주변의 학ㆍ박사들이 수백명 줄줄이 모여든다는 것이다. 내가 사실 불교의 인맥을 파악한 것은 최근의 일이므로 그때만해도 누가 누군지를 전혀 몰랐다.
실상 속마음을 고백하자면나는 ‘쑹산쓰님’을 순 사기군 땡중일 것이라고 생각했다. 그 이유인즉슨 나에겐 다음의 명료한 두 가지 생각이 있었다.
하나는 저 베키를 쳐다보견데, 저 계집아이를 저토록 미치게 만든 놈, 즉 계집아이가 숭산이라는 개인에게 저토록 절대적 신앙심을 갖게 만들었다는 것 자체가 무슨 사교邪敎적 권위의식을 좋아하는 절대론자일 것이고 따라서 해탈된 인간으로 간주될 수는 없다. 자기는 자유로울지 모르지만 타인에게 절대적 복속과 부자유를 안겨주는 놈은 분명 사기꾼일 것이다. 
또 하나는 ‘달마토크’의 사기성에 있었다. 숭산이 다 늙어서 미국엘 건너온 사람인데 무슨 영어를 할 것이냐? 도대체 기껏 지껄여봐야 콩글리쉬 몇마딜 텐데, 영어로 말할 것 같으면 천하에 무적인 도사 김용욱도 하버드에선 벌벌 기고 있는데, 지가 무슨 달마 토크냐 달마토크는? 하버드 양코배기 학박사들을 놓고 달마토크를 한다니 아마도 그놈은 분명 뭔가 언어 외적 사술邪術을 부리는 어떤 사기성이 농후한 인물일 것이다. 正道는 言語속에 내재할 뿐이다. 
그런데 베키에 간청에 못이겨 케임브리지 젠센터의 한구석에 쭈구리고 앉아 숭산의 달마토크를 듣는 순간, 나는 언어를 잃어버렸다.
나는 그의 얼굴을 보는 순간 그동안 나의 식識의 작용속에서 집적해왔던 ‘객기客氣’가 얼마나 무상한 것인가를 깨달았던 것이다. 한 인간의 수도를 통해 쌓아올린 경지는 말과 말로 전달되지 않는다. 그것은 오로지 마음과 마음으로 전달될 뿐이다. 마음과 마음의 만남은 언어가 없는 것이기에 거짓이 끼어들 수가 없는 것이다. 나는 그의 얼굴을 쳐다보는 순간, 그가 해탈인이었음을 직감했다. 
그의 얼굴 속에는 위압적인 석굴암의 부처님이 앉아있는 것이 아니라 동네골목에서 흔히 만날 수 있는 ‘땅꼬마’가 들어 있는 것이 아닌가? 몸의 해탈의 최상의 경지는 바로 어린애 마음이요, 어린애 얼굴이다.동안童顔의 밝은 미소, 그 이상의 해탈, 그 이상의 하느님은 없는 것이다.
숭산은 결코 거구는 아니라 해도 작은 덩치는 아니다. 당시 오순중반에 접어든 그의 얼굴은 어린아이 얼굴 그대로였다. 그의 달마토크는 정말 가관이었다. 방망이를 하나들고 앉아서 기끔 톡톡 치며 내밷는 꼬부랑 혀 끝에 매달리는 말들은 주어 동사 주어 술부가 막구 도치되는가 하면 형용사 명사 구분이 없고 전치사란 전치사는 다 빼먹는 정말 희한한 콩글리쉬였다. 그러나 주목할 만한 사실은 영어도사인 이 도울이 앉아 들으면서 그 콩글리쉬가 너무 재미있어 딴전 볼 새 없이 빨려들어갔다는 것이다. 그의 콩글리쉬는 어떤 누구도 흉내낼 수 없는 언어의 파워를 과시하고 있었다. 주부 술부가 제대로 틀어박힌, 유려한 접속사로 연결되는 어떠한 언어형태도 모방할 수 없는 원초적인 마력을 발하고 있었다. 
그의 달마토크가 다 끝나갈 즈음, 옆에있던 금발의 여자가 큰스님께 질문을 했다. 내 기억으로는 그여자는 하버드 대학 박사반에 재학중닌 30세 전후의 학생이었다. 그녀가 물었다.
“왓 이즈 러브 (What is Love)?”
큰스님은 내처 그여학생에게 다음과 같이 묻는 것이었다.
“아이 애스크 유, 왓 이즈 라브(I ask you, what is love)?”
그러니까 그 학생은 대답을 잃어버리고 가만히 앉아 있는 것이었다.
그 다음 큰스님은 이렇게 말했다.
“디스 이즈 라브(This is love).” 
그래도 그 여학생은 뭐라 할말을 찾지못하고 멍하니 앉아 있었다. 그 학생을 뚫어지게 쳐다보던 동안의 큰스님은 다음과 같이 말을 잇는 것이었다.
“유 애스크 미, 아이 애스크 유, 디스 이즈 라브 (You ask me, I ask you. This is love)”
인간에게 있어서 과연 이이상의 언어가 있을 수 있는가? 아마 사랑 철학의 도사인 예수도 이 짧은 시간에 이짧은 몇마디 속에 이렇게 많은 말을 담기에는 재치가 부족했을 것이다. 나는 숭산 큰스님의 비범함을 직감했다. 그의 달마토크는 이미 언어를 뛰어넘고 있었다. 그리고 이미 국경도 초월하고 있었다. 오로지 인간, 그것뿐이었다.
IP : 106.240.xxx.43
8 개의 댓글이 있습니다.
  • 1. 올슨
    '19.3.7 11:12 AM (106.240.xxx.43) - 삭제된댓글

    허걱 글이 잘렸네요. 다시 올리겠습니다.

  • 2. 하~~
    '19.3.7 11:17 AM (106.240.xxx.43)

    You ask me, I ask you. This is love

  • 3. oo
    '19.3.7 11:55 AM (121.162.xxx.29) - 삭제된댓글

    이 글 예전에 읽은 적이 있어요.
    숭산 스님...
    이분의 얼굴은 정말 뭐라 말할 수 없지만 이 세계와 차원이 다른
    세계가 있을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들게 하지요.

    스님 돌아가신 후, 현각스님도 한국불교에 질려서 한국을 떠나시고
    글 올려주셔서 감사

  • 4. 그러네요
    '19.3.7 12:01 PM (106.240.xxx.43)

    "숭산 스님께서 45년 전에 한국불교를 위해 새 문을 열었다. 나와 100여 명 외국인 출가자들이 그 포용하는 대문으로 들어왔다. 참 넓고 현대인들에게 딱 맞는 정신이었다"면서 "그런데 종단이 그 문을 자꾸 좁게 만들어 지난 2∼3년간 7∼9명 외국인 승려들이 환속했고, 나도 요새는 내 유럽 상좌(제자)들에게 조계종 출가 생활을 절대로 권하지 못한다"고 털어놓았다.

    현각 스님은 화계사 외국인행자교육원이 운영에 어려움을 겪는 것과 관련 "숭산 스님이 세운 혁명적인 화계사 국제선원을 완전히 해체시켰다"고 비판했다. 또 "한국 선불교를 전 세계에 전파했던, 누구나 자기 본 성품을 볼 수 있는 열린 그 자리를 기복 종교로 만들었다"며 "왜냐하면 '기복 = $(돈)'"이라고 비판했다.

    현각 스님은 예일대, 하버드 대학원 출신으로 1990년 대학원 재학 시절 숭산 스님의 설법을 듣고 1992년 출가했다. 현정사 주지, 화계사 국제선원 선원장 등을 지냈으며 불교 경전 영역과 법문을 통해 한국불교를 세계에 알리는 데 힘써왔다.

  • 5. ...
    '19.3.7 12:29 PM (39.7.xxx.186)

    도올의 나는 불교를 이렇게 본다에 나오는 내용 같네요.

  • 6. ...
    '19.3.7 1:16 PM (108.30.xxx.83)

    글쎄요 유명스님에 대한 환상이 없는 사람입장에서 말씀드리면요
    불가능하겠지만 공부하는 스님들은 보전되셨으면 합니다.

    정말 큰 스님처럼 사자후에 올라 지팡이하나로
    단어한가지로 사람들을 모으실거라 생각하시고
    웃기지도 않는 상황에 불자들 쩔쩔 매는 상황도 웃기고


    썩을대로 썩어 요트타고 유람다니는
    불전함에 주말마다 억단위의 현찰로 유랑다니기 바쁜
    그런것을 다 없애자 한다면 난리 나겠지요.

    다 그위에서 자란 스님들이 이젠 실력행사들을 하시는지라
    누구든 한 자리 하셔야 되구요.

    스님 왜 되셨을까 싶은 분들 겪고나니
    몸과 마음이 많이 지치신 분들도 많이 뵈어요.

    타종교도 마찬가지구요
    타종교에서 반항심으로 개종하신 분

    차라리 국익을 위해 종교를 앞장세우는게 더 솔직해 보인다라고 해야 할 정도로
    코미디를 많이 겪습니다.

    한편으론 수행열심히, 매일 정진하시는 사부대중들에게 누가 될까
    단속 또 단속 이지만요

    스님 고기드시고 안드시고의 문제는 아무것도 아닙니다.


    정말 수행하시는 스님 몇분계실까 헤아려 봅니다.
    왜 스님되시는데 화려한 배경이야기가 나와야 할까요
    예일대 하버드대 출신이라 왜 더 주목받게 되는건지 지금도 궁금합니다.

    말도 안되는 한글 버젼이라며 버젓이 올라오는 반야심경 해석도 어이 없는데

    결국은 시대가 이정도라 그냥 받아들이는 것 이겠지요


    숭산스님 글읽다보니 지난 시간 가르침을 찾아 정진하려던 시간들이 주마등처럼 지나가서
    잠시 적어봅니다. 주어도 가끔빼고 중간 생략해가며 적어내려가는 제가 다 웃기기도 하구요.

  • 7. 윗님 글
    '19.3.7 1:43 PM (125.184.xxx.10)

    정말 정말 공감합니다~
    진작에 종교에 환멸한터라
    성직자는 개뿔
    우주 지구 세포 분자생물학등에
    관심을 가져보니 이리도 과학이 깊고도 재미진것을 ~~

  • 8. 다시
    '19.3.7 2:24 PM (182.230.xxx.136) - 삭제된댓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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