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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사바하'를 봤습니다.

... 조회수 : 5,950
작성일 : 2019-02-21 12:31:23
요즘 아카데미 시즌이라 아직 국내 미개봉작들을 한정 상영하는 것만 따라다니다가 중간에 훅 들어온 한국 영화입니다.
감독의 전작 '검은 사제들'도 흥미로웠고, 그 당시에도 이미 차기작은 종교, 미신, 이단 등등을 다룰 거라는 이야기가 있었기에 내심 기대하던 작품이었습니다.

개인적으로는 공포영화를 좋아하지 않습니다. 아니, 싫어해서 잘 안봅니다.
'오멘' 같은 오컬트류도 별로 좋아하지 않습니다.
그런데도 전작 '검은 사제들'은 흥미로웠기에 이번 작품도 기대가 되었죠.

별 생각없었는데, 보고 나서 생각해보니, 참으로 기묘한 설정입니다.
주인공은 개신교 목사(?)인데 제목은 '사바하'?

사바하라는 말은 불교경전의 하나인 천수경에 나오는 '수리수리 마하수리 수수리 사바하'에서 나오는 말인가 봅니다.
그 뜻은 '길상존이시여, 길상존이시여, 지극한 길상존이시여, 원만 성취하소서'라는 뜻이라고 불광미디어가 가르쳐 주었습니다. 사바하는 진언의 하나라고 하는데, 진언은 부처의 참된 경지를 나타내는 진실한 말이라 하며, 이는 말이라기 보다 이를 염송함으로써 궁극적인 깨달음에 도달할 수 있다고 합니다.
이건 불교계에서 알려주는 어려운 말이고, 쉽게 생각하자면, 기독교에서 '아멘'이라고 읊는 것과 비슷한 의미라고 보면 된다고 합니다.

이 영화의 대략적인 내용은 수많은 영화 사이트에 나와있으니 따로 언급할 필요는 없겠습니다.
개인적으로 이 감독은 한국에 아무도 따라할 수 없는 독자적인 장르 하나를 만들었구나 싶습니다.
전작 '검은 사제들'이 '오멘'과 큰 차이 없는 플롯에 한국적인 상황과 감상을 덧입힌 정도라면, 이 영화는 종교와 인간, 콕 집어 한국인의 정서와 사상에 배어든 종교와 인간의 구도에 대해 심층적으로 접근했다고 봅니다.
이걸 풀어내는 장치들도 좋았고 그를 통해 보여주는 것들도 상당히 다면적입니다.
많은 것을 자연스럽게 엮어내는 솜씨가 아주 좋습니다.
그런 면에서 전작 '검은 사제들'과는 결이 매우 다른 영화입니다

보는 내내 종교가 인간을 이용한 것인가, 인간이 종교를 이용한 것인가라는 의문이 머릿 속을 뱅뱅 돕니다.
다양한 종교의 외면을 떠나서 종교의 본질이 무엇인가, 인간의 본성이 무엇인가에 대한 많은 식상한 질문을 새로운 방식으로 던집니다.

연출과 각본도 깊이가 있고 만족스럽고, 배우들의 연기도 아주 만족스럽습니다.
누가 주연이고 조연이고를 가리지 않고 적재 적소에서 인상적인 연기를 보여줍니다.
'모래시계' 때의 배우 이정재를 생각하면 현재의 그를 상상하기 힘들 정도로 대단한 연기자가 된 느낌입니다.
힘줄 때, 뺄 때를 유연하게 유들유들하게 조절하기에, 그의 외모가 연기를 전혀 가리지 않습니다. 
주연 배우 말고도 조연조차 누구 하나 쳐지고 빠지지 않고 인상적입니다.

다만, 등장 인물 하나를 시크릿으로 마케팅했나 본데, 아무 임팩트도 없고 의미도 없는 이런 짓은 왜 했나 싶긴 합니다.
이미 비슷한 캐릭터로 연기한 적도 있고 임팩트 있을 인물도 아니고  스포 당해 안들 모른들 아무 의미없더군요.
그런 마케팅은 '1987'의 강동원 배우 하나면 끝인데 왜 식상하게 써먹으려는 건지...
그런 노림수는 국내나 외국이나 마찬가지인가 봅니다 '알리타, 배틀 엔젤'에도 아무 쓰잘데기 없이 그런 짓을 하더니...

전 오컬트도 호러도 싫어하는 스타일이지만 이 작품은 매우 흥미롭게 집중력있게 봤습니다.
그러나 '검은 사제들'보다 훨씬 밀도있고 깊이 있는 주제라 취향을 심하게 탈 영화입니다.
저처럼 매우 흥미롭게 지켜볼 사람도 있겠지만, 지루하다 생각하는 쪽이 더 많을 겁니다.
이런 이유로 딱히 누군가에게 권할만하지는 않습니다.

그러나 독보적으로 장르를 개척하고 전작보다 나은 차기작을 만들어내는 감독이라 저는 그의 차기작 또한 지켜보려 합니다.
IP : 220.86.xxx.196
13 개의 댓글이 있습니다.
  • 1. 우와
    '19.2.21 12:33 PM (223.33.xxx.69)

    영화평론가 같으세요. 부러워요 글솜씨 ㅠㅠ

  • 2. 감독이
    '19.2.21 12:34 PM (213.33.xxx.192)

    개신교라는데 천주교, 불교 영화를 만드네요.
    차기작은 개신교 주제일까요?

  • 3. ..
    '19.2.21 12:38 PM (218.237.xxx.210)

    아카데미 후보작은 어떤게 재미있으셨나요?

  • 4. 우와
    '19.2.21 12:40 PM (223.33.xxx.69)

    여왕의 여자 재밌겠던데 ... 원글님께 조심스럽게 리뷰 부탁드려도 될까요? ^^;;

  • 5. ..
    '19.2.21 12:54 PM (211.178.xxx.204)

    좋아하는 장르가 아니라서 고민중인 영화인데 더 고민이 ㅎ

  • 6. ........
    '19.2.21 12:57 PM (211.178.xxx.50)

    무섭지만않으면 보고싶은데
    검은사제들도 무서워서 한동안 힘들었는데...
    (그 방언 터지는 장면때문에 시달림 ㅠㅠ)

  • 7.
    '19.2.21 1:05 PM (211.245.xxx.178)

    공포물은 싫고 외화 퇴마?영화도 싫은데 한국적인 영화는 또 취향에 맞더라구요.ㅎㅎ
    곡성이니 검은 사제는 재밌게 봤어요. 시지 팍팍 들어간 영화도 좋아하는지라서요.
    더 보고싶어지는 영화네요.

  • 8. ㅎㅎ
    '19.2.21 1:07 PM (175.223.xxx.6)

    그 영화를 꼭 보고싶게 만드시는 능력자.
    어느 영화평론가 보다 뛰어난 평이셨어요.
    이런 분석력 필력.. 진심 부럽습니다.

  • 9. ..
    '19.2.21 1:07 PM (125.178.xxx.106)

    애들 개학하면 봐야하나..
    살짝 기대가 되네요

  • 10. 공포영화 무서움
    '19.2.21 1:41 PM (112.216.xxx.139)

    저도 공포영화는 잘 못보는데
    `장화 홍련`이나 `검은 사제들`, `곡성`은 재밌게 봤습니다.

    영화 소개에서 이정재가 개신교 목사인 퇴마사(?) 정도로 소개되기에
    `콘스탄틴`이 떠올랐었어요.

    개인적으로 콘스탄틴에서의 해석 천사와 악마의 대비라든가, 그런 해석도 좋았고
    표현력도 좋아서 매번 재방하면 챙겨 보는 영화인데
    혹시 `사바하`도 `콘스탄틴`과 결을 같이 할 영화일까요?

    원글님 글을 보니 급 관심이 생기네요. ㅎㅎㅎㅎ

  • 11. ...
    '19.2.21 2:05 PM (220.86.xxx.196)

    참고로 주인공 이정재 배우는 전작 '검은 사제들'의 강동원 배우처럼 퇴마사가 아닙니다.
    전반적으로 퇴마의 내용도 아니구요.
    종교가 하나의 소재로 쓰인다는 공통점은 있지만 '검은 사제들'과 전혀 다른 포커스의 영화입니다.
    종교가 소재로 쓰인다고 해도 특정 종교와 아무 상관 없고, 오히려 사회 현상과 관련있다고 봐야 하지 싶습니다.

  • 12. 와우
    '19.2.21 2:05 PM (59.5.xxx.205)

    님의 통찰력이 더 대단하네요.
    님이 아이디 밝히고 글 쓰시거나 블로그 주소 좀 알려주셨으면 좋겠네요.
    따라다니면서 읽게..
    잘 읽었습니다^^

  • 13. ...
    '19.2.28 11:46 PM (223.38.xxx.62)

    영화사에서 푼 글?
    어설프고 뽕 잔뜩 들어간 폼잡는 영화.
    이정재는 개그하는 줄.
    목사역 하는 고교 연극반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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