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의 나라 영화상이지만, 어떤 영화가 어떤 평을 받나 굉장히 궁금해서 조금 들여다 보는 편입니다.
작년 아카데미 시즌에는 무척 좋은 영화들이 넘쳐나서 영화팬은 굉장히 흥미진진하고 재미있었는데, 올해는 아카데미 시상식 자체도 말이 많은데다가 후보작 선정에도 뒷말이 넘쳐나서 김이 많이 빠지는 시즌입니다.
그러거나 말거나 태평양 건너 한국의 영화팬의 입장에서 심난한 것은 후보작의 상당수가 아직 한국에 개봉하지 않은 영화들이라는 점!
이런 이유로 지난 달부터 아카데미 기획전이라는 타이틀로 한정 상영하고 있습니다.
정말 몇번 상영하지 않아서 온 서울 시내를 다 돌아다녀서 겨우겨우 보고 있는데, 그 가운데 상당히 인상적인 영화가 있어 소개하고 싶습니다.
문제는 이 영화들이 정식 개봉 여부가 정해지지 않은 것들도 있다는 것이 좀 속상합니다.
특히나 올해는 여배우들의 활약이 빛나는 인상적인 영화들이 많아 색다른 느낌입니다.
다만, 이번 주에는 몇개의 극장에서 한정 상영하니, 관심있으면 한번 보시길...
1. 더 페이버릿 - 여왕의 여자 / 요르고스 란티모스 감독
이 영화는 영국 앤 여왕시대를 풍자한 영화입니다. 이 시기의 영국 역사를 잘 아는 분이라면, 더 재미있겠지만, 저처럼 어설프게 알거나 전혀 모르더라도 충분히 재미있게 즐길 수 있을 겁니다.
요르고스 란티모스 감독은 전작 '킬링 디어'로 제 뒷통수를 강하게 후려쳐서 얼떨떨하게 만들었지만, 동시에 매우 흥미롭게 생각하게 만들었던 감독인데, 신작 '더 페이버릿 - 여왕의 여자'는 그에 비해서 어렵지 않은 블랙 코미디입니다.
주인공 앤 여왕 올리비아 콜맨을 사이에 두고 사라 재닝스로 분한 레이첼 와이즈, 시녀 아비게일 할의 엠마 스톤, 세 여인의 연기가 불꽃튑니다. 배우의 연기만이 아니라, 극 중 3 여인이 모두 피없이 피튀기는 사람들입니다.
단순히 궁중 여인의 '암투'라 폄하되어 온 역사에서 여인들이 어떤 식으로 본인의 욕구와 대중을 움직이고 이용했는지 새롭게 보이기도 합니다. 거기까지 가지 않더라도 연기만 봐도 흠뻑 빠집니다.
이번 한정 상영이 끝난 후에 정식 개봉은 확실치 않은가 봅니다.
2. 메리, 퀸 오브 스코틀랜드 / 조지 루크 감독
우연하게도 또 영국 여왕의 치세시절 영화입니다.
제목에 떡하니 나와있다시피 잉글랜드와 스코트랜드를 통합한 영국의 국왕이 되는 제임스 스튜어트의 어머니, 메리에 대한 영화입니다. 당시 사촌이었던 엘리자베스 여왕이 잉글랜드를 통치하고 있었던 시절이고요.
이 영화는 영국 역사에 통달한 분보다는 저처럼 어정쩡하게 어설프게 알고 있는 사람에게 훨씬 재미있을 듯 합니다.
타이틀 롤인 메리 여왕은 시얼사 로년, 엘리자베스 여왕은 마고 로비라는 쎄고 막강한 두 배우가 맡았습니다.
제게는 두 배우 모두 관심있어서 예매창이 열리자마자 바로 예매하고 본 영화입니다.
현재까지 정사로 알려진 것과 상당히 다른 시각에서 메리 여왕을 조명했나 봅니다.
그래서 영국역사를 잘 아는 분들은 상당히 거슬려하는 경우가 많은가본데, 메리 여왕에 대한 새로운 해석, 저는 마음에 들었습니다. 각본과 감독의 연출도 중요했겠지만, 시얼사 로넌이라는 걸출한 배우가 맡아서 그 개연성을 강하게 보여주었다 생각합니다.
그러나 더 인상적인 것은 마고 로비의 엘리자베스 여왕입니다.
두 여왕의 대립과 연합, 그리고 찌질한 쩌리 남자들로 가득한 영국 궁정과 정치를 서로 다른 스타일로 어떻게 아슬아슬하게 경영해가고 무너지는지를 흥미진진하게 묘사합니다.
이 영화는 개봉 가능성이 거의 없나봅니다.
개봉 안한다면 매우 아쉽구요. 관심있는 분들은 혹시 모를 이번주 한정 상영의 기회를 노려보시기 바랍니다.
3. 더 와이프 / 비욘 룬게 감독
이 영화는 정식 개봉이 확정되었으니, 천천히 보셔도 될 겁니다.
이 영화는 처음부터 끝까지 노장 글렌 클로즈의 영화입니다.
글렌 클로즈라면 '위험한 관계'의 메르퇴이유 부인의 카리스마를 잊을 수 없는데, 이 영화에서는 조용하지만, 젊은 시절 그때의 그 카리스마 그대로 영화 전체를 장악합니다.
오스카 운이 없었다던 글렌 클로즈가 이 역할로 부디 오스카를 품에 안기를 빌어봅니다만, 여우 주연상 후보에 어쩌자고 이렇게 연기 폭발인 배우들이 북적북적 많은지...
'더 페이버릿'과 '메리, 퀸 오브 스코츠'는 정식 개봉 안하고 그냥 넘어갈 분위기이니, 혹시나 이 여배우 혈전에 동참하고 싶은 분들은 이번 주가 아니면 기회가 별로 없음을 알려드립니다.
참고로 서울의 경우, cgv 일부관, 이번 주말에 씨네큐브에서 볼 수 있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