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대 초반에 시집와서 맏며느리 노릇 13년간 주변사람들 말에 의하면 완벽하게 하고 살았습니다.
시할머니, 시어머니, 시동생까지 같이 살아봤고, 지금은 시어머님과 13년째 주욱 같이 살고 있습니다.
보수적이고 엄격한 친정엄마 가르침 덕분에 시집와서 주욱 가정교육 너무 잘 받았다는 말 들었고
아무리 힘든 상황이라도 (신혼부터 20평 임대아파트에 층층시하랑 살면서 5년뒤 남편 사업 망해서 경매 두 번 당하고 파산신청하고 바로 작은애 1200그램으로 조산했네요) 혼자 삭히고 혼자 견디며 지냈습니다. 남편이 기본적인 믿음과 신뢰감이 있는 사람이었지만 제 맘까지 헤아릴만큼 그릇이 큰 사람은 아닙니다. 그리고 형제간이나 모자간 사이 이간질하고 싶지 않아서 제가 참고 살긴 했습니다. 그리고 시어머니도 그런대로 제 마음 헤아려주시고 다독이면서 잘 지내왔습니다.
그러다가 애먹이고 속썩이던 시동생이 장가를 갔습니다. 시동생이 결혼할때 맘 먹은것이 있었습니다. 도련님은 미워도 동서는 미워하지 말자..라구요.
그런데 결혼한지 7개월도 안되었는데 너무 안하무인이었습니다. 한마디로 기본인성이 안갖춰진 사람이고 철이 없었어요.
시동생은 싱글이고 동서는 돌싱이었는데 그 전에 둘이 사귀는 사이었다가 헤어져서 동서는 다른 남자랑 결혼했다가 금새 헤어졌대요. 헤어질때 시댁이 돈없다고 대놓고 무시하고 헤어진 상태였는데 임신한 상태라서 집안에선 그냥 허락했습니다. 다시 와서 인사할땐 제가 정말 잘할께요..라고 하더군요..
한달전 동서랑 한바탕 했습니다. 말실수를 너무 많이하고 상대 입장은 전혀 고려하지 않은데다 물질만능주의에 물든 사람이었습니다. 시어머니나 제가 하는건 모든게 당연하고 본인이 조금 하는건 어찌 그리 생색을 많이 내는지..그리고 말로써 상대에게 생채기 내는건 언어폭력수준이었습니다. 그런데 정작 본인은 아무것도 모르던군요. 대화 자체가 안되고 자기 합리화와 자격지심으로 똘똘 뭉쳐있는 사람이어서 통화 끝내고 바로 동서 전화번호를 제 핸드폰에서 삭제했습니다.
그리고 바로 시아버님 제사 추석 이렇게 서먹서먹한 상태로 보냈구요. 물론 본인도 주변 친척들 (저희 집성촌이라 할만큼 주변에 친척들 바글바글합니다. 그 덕분에 제가 많이 힘들었구요) 눈이 있으니까 일은 합니다. 나이어린 사촌동서도 열심히 하고 있으니 본인이 안할수가 없지요. 타고난 약골에 늘 골골거리면서 아픈데 정신력과 의지력이 강한 저는 아무리 아파도 제 할 일 다하고 사는 성격이라서 시댁에선 어른들 말씀으로는 하늘에 올라가 있는 존재라고 하네요..헉..그게 당연한줄 알고 여태껏 살아왔는데 버릇없는 동서가 들어오니 시어머니 단 한번도 안하셨던 말씀까지 하시네요. 너만큼 철들고 너만큼 식언있는 애가 요즘엔 없다..내 친구들이 하나같이 요즘 사람이 아니다..너무 착하다...라구요..이젠 그런 말씀들 지겹고 족쇄같아서 속상한적이 한 두번이 아닙니다.
결국 시어머니께서 며칠전 다 불러모아서 얘기하자고 하셔서 모였습니다. 작은애는 뭐가 그렇게 서운하냐고..말해 보라고...동서는 십분간 침묵하더니 자기는 죽어도 여기 오기 싫었다고..오빠한테 끌려왔다고..시간이 지나면 간격이 좁혀질거라고 생각했다고 하면서 저와 통화했던 얘기들을 하는데 제가 하지도 않은 말을 했다고 하길래 '나 기억력 상당히 좋다..했던 얘기만 하라고..했더니 눈치를 슬쩍 보더니 그 뒤엔 딴소리 안하고 서로 오해였고..(동서 집들이겸 애기 백일날 동서가 저한테 했던 말중 하나가 본인은 농담이라고 한 얘기가 형님은 절대 분가하면 안돼요..이 말을 세번이나 했거든요..이거 농담이라고 해도 농담으로 해서는 안되는 얘기인데 그런걸 전혀 몰라요. 그리고 자기는 34평 빌라에 살면서 20평 되는 임대에 사는 저한테 이게 할소리가 아니잖아요..이거 말고도 그전에 말실수를 상당히 많이 했어요) 제가 시어머니 모시고 살라는 뉘앙스를 풍긴것도 아니고..화가 많이 났지만 어른들 계시고 나이어린 사촌동서가 있는 자리라서 그냥 넘겼지만 너무 화가 나고 속이 상했습니다.
며칠전 모인 자리에서 13년간의 참고 참았던 말들 쏟아냈습니다.
단 한번도 남편이 내 편 들어준적 없고 바보 병신이라서 내가 이러고 산거 아니다..내 친구들 맏이로 갔어도 나처럼 사는 사람 아무도 없고 나도 듣는귀 보는눈 다 있다면서..알면서도 이렇게 산 이유는 나도 부모인데 내 자식들 올바르게 키우고 싶어서고, 어른들한테 잘해서 나쁜거 하나도 없고 진심으로 대하면 언젠가는 다 알아주시더라..(그리고 제가 친정이 멀리 살아서 일년에 두 번 애들 방학때 외엔 엄마생신조차 한 번도 못가고 살았어요. 그 다음날이 바로 시할아버지 제사거든요.)동서는 친정도 가까이 있고 도련님도 자상하지 않냐고..동서한테 나처럼 하고 살라는 소리가 아니라고..이번 추석때 사촌시누가 하는 말이 '요즘 언니같은 사람이 어디있냐고..언니 정말 대단하다고"라고..하도 그런 말 여기저기서 듣다보니 이젠 진절머리나게 싫다고 했어요. 물론 그렇게 하고 산 제가 잘못도 있겠지요..저도 잘 알아요. 잘한다..이쁘다..조선에 없는 며느리다..이런 말 이젠 거부하고 싶다고 했어요..체력이라도 강해서 버티면 모를까..시어머니께..저 이제 지쳤나봐요..너무 힘들어요..라고 해놓고, 제가 동서한테까지 휘둘려서 살 순 없다구요. 그리고 난 우리 친정에서 맏이라도 죄인이라고 했고 반대하는 결혼해서 엄마한테 힘든소리 할수조차 없었다구요. 저희 친정엄마 이번 여름에 올라갔더니 분가하라고 하신다고요. 시동생 결혼 축의금 보내면서 우리보다 넓은 평수에 산다고 하니 당장 시동생한테 모시고 살라 하라구요..그 말까지 다 토해내고나서 이번일 겪으면서 친정근처로 갈 생각까지 했다구요.
남편이 제 편이 되어주더군요. 남편이 그렇게 화내는거 15년만에 처음 봤어요. 단 한번도 내 편이 아니었는데 그 날은
제편이 되어주었어요. 제가 그만큼 힘든지 모르고 살았다구요. 제가 여태 형제사이 나빠질까봐 시동생 흉 전혀 안보고 살았고 시어머니께 속상했어도 남편한테 표현안하고 살았습니다. 나 하나로 인해서 나빠지면 안된다고 생각했고 그렇게 살아야한다고 생각했거든요. 남편은 동서와의 전화다툼에도 제 탓을 하고 자기동생이 불쌍하다고만 한 사람이었는데 다 모인 자리에서 동서의 안하무인 태도와 말에 화가 많이 났는지 동서한테 나중엔 말까지 놓더군요. 저와 시어머니가 제지를 하고 시동생이 미안해하면서 형제끼리 밖으로 나가더군요.
제 얘기를 다 듣고나선 동서는 자기는 나름대로 최선을 다했고 일하는건 열심히 하려고 했다고..그건 저도 안다고 했어요. 그리고 시동생이 동서가 불리할 상황이 되면 편을 들길래 내 가슴에 비수 꽂는 말하지 말라고..편들지 말라고 대놓고 말했어요..시어머니는 할 말 있으면 서로 다 해놓고 그리고 마음 풀으라고 하시더군요. 나중엔 울면서 말하더군요..형님이 그렇게 힘들게 산지 자긴 몰랐다고..알았으면 분가에 관한 농담했어도 전화통화했을때 말씀하시지 그랬냐구요..그런데 33살이나 됐고 사는 모습 보면 모르나요?? 그리고 제가 석달전 제가 어떻게 살았는지 대략 말했는데 그땐 뭘들은건지..했던 말을 자꾸 하는것도 듣기 싫을건데. 뭐가 자랑이라고 제가 힘들었던 얘기를 반복해서 할 필요는 없는거잖아요.
결정적인건..이 말이었어요..형님도 시댁에서 받은거 하나도 없다하시고..(결혼초 시어머니 표현에 의하면 돈에 환장한 애라고..)그러면서 제가 그렇게 한건 죄송하구요..라고 사과하더군요..예전에도 물어봤어요..형님은 애낳고 뭐받으셨어요??난 아무것도 안받았는데..동서 애낳았을때 시어머니, 저한테 돈봉투 다 받았고 과일바구니까지 해갔어요.저는 애 백일때 비싼 금반지까지 해줬습니다..같이 살면서 시동생이 우리 애들한테 백일이고 돌..만 원한 장 받아본적 없어요..시동생 저보다 두 살 어리고 동서는 네 살 차이나네요..둘째 애 인큐베이터에서 두 달 입원하고 퇴원한지 얼마 안되어서 하는 말이 왜 낳았냐고..힘든데 애는 왜 낳아서 그러고 사냐고..
저희 사업망해서 힘들때 2년간 백수생활하면서 안방 차지하고 오후 3시까지 매일 누워자고 밤새도록 게임에 미쳐살던 사람이 그런말을 하더군요.
너무 참고 살았던 결과가 이렇게 되더군요..남편이 결론을 내리길..집성촌이나 다름없는 시댁식구들 틈에서 제가 너무 힘들어하니 내년봄에 이사가기로 했어요..지금 살고 있는곳에서 한 시간 정도 떨어진곳으로요...그리고 시동생이 결혼하고 나서 조금 철든 부분이 형수님이 너무 어렵고..엄마한테 뭘 해드리려 해도 형수님 눈치가 보인다구요. 원래 싸가지없게 말을 하는 사람인데 많이 조심해서 하더군요..
마지막으로 동서한테 물었습니다. 동서는 어머님 모시고 살 의향 있냐고..그랬더니 네..저도 당연히 모실 생각있다고..
같은 자식인데 왜 못하겠냐고..그런데 여건이 되면..형님이 못모실 상황이 되면..이라는 조건을 달길래, 아..결국 난 친정근처로 가야되는구나..였습니다..엄마는 언제라도 올라와서 살면 뒷바라지 해주실 분입니다. 그리고 앞으로 지내다보면 트러블 있을 일들이 생길건데 어떻게 하면 좋겠냐..했더니 서로 미워는 하지 말자면서..(이번에 저 그렇게 미워했대요..) 돌려서 상처되지 않게 바로 말하자구요..제가 동서전화번호 바로 삭제했다하니까 '형님도 정말 못됐네요..그러길래 그래..나 되게 못됐고 깐깐하고 예민하고 상당히 보수적이다라 고 말했어요..자기한테 웃으면서 잘해주고 배려해주니까 무시했으니 차라리 동서한테 저는 못된 사람으로 있는게 앞으로의 관계에서 좋을거 같더라구요. 시어머니도 속 많이 상하셨고 이번일땜에 맘고생 적잖이 하셨어요..작은며느리를 제 앞에서 미친개라고 했고, 자기 주제파악도 못한다고 하셨어요. 물론 동서앞에선 자상하게 대해주셨지요..이유는 집안의 평화를 위해서겠지만, 저는 아랫동서한테 절대 휘둘리고 싶지 않아서 이번에 확실히 터트린거구요.
오늘 동서생일입니다. 제 생일때 화장품 받았기에 똑같은 걸로 준비해놨고 저녁에 시어머니께서 식사하자고 하시면서 케잌하나 사놓으라고 하시네요.
저 앞으로 착한며느리 컴플렉스에서 벗어납니다. 13년간 속상했던거 맘에 상처였던 부분들 도려내고 이제 새살이 나오려하고 있습니다..시어머니, 남편은 너만 맘 풀면 된다고..당신은 괜찮다고 하시는데 걸리는 부분들이 있어서 죄송하다고 했더니 괜찮다면서..제발 니 맘 편하게 하고 살으라고..앞으로 할 도리 다하지 말고 살아도 너는 잘하는 거라고 하시네요. 남편이 앞으로 잘하겠다고..하네요. 몰랐다고..정말..미안하다고..내가 앞으로 잘할께...이러네요. 그리고 다음주 수요일에 할어버지 제사 전날이 친정엄마 생신인데 무리해서 돈 부쳤습니다. 자잘한건 시어머니께 잘하고 살지만 엄마한테 못했던 부분 올해부터 해나가고 있습니다. 저번달에 모든 빚 다 갚았고 이젠 친정엄마한테도 신경써드리고 잘하고 살고 싶어요.
다행인건 우리 애들 너무 잘 커주고 있습니다. 이런 환경에서 제가 긍정적으로 살려고 노력했고, (주변에선 절 보면 항상 밝고 당당해서 임대아파트 살 사람 같지 않다고..이 말도 사실 말도 안되는거잖아요. 올해 방송대 교육학 공부시작했어요)
어른 모시고 산 덕을 조금 보는것 같습니다..6학년 1학년 우리 애들 제대로 된 사람 만들어서 올바르게 키우고 싶어서 많이 인내하고 살았는데 아이들이 예의바르고 밝다는 말씀들 선생님과 주변사람들이 많이 말씀들 하십니다.
시어머니 작년부터 잘해주십니다. 몸 약하다고 좋다는 약 여기저기서 구해주시고, 제발 아프지 말라고..경제적으로 힘들어도 애들 키울때까진 일하지 말라하시고, 당신이 일하고 계세요. 애들 교육때문에라도 엄마가 집에 있어야한다고 하시고
기본적으로 시어머니는 대화가 되는 분입니다. 당신 스스로도 제가 곰같으면 못살았다고..여우같이 이쁘게 잘한다고 하셔서 여태 같이 사셨다고 합니다.
니가 착하게 살아서 니 애들이 저렇게 이쁘게 큰다 라는 말에 힘을 내고 있습니다.
너무 긴글이었지요?? 바보처럼 산건 아니라고 생각하는데..요즘은 저같은 사람이 바보가 된 세상입니다.
정말 많이 힘들었고 다시 하라면 그렇게 못살겠지만, 최선을 다하고 13년을 살았기에 미련도 없는것 같습니다.
저보다 더 힘들고 괴롭고 아픈 분들도 많으실거예요. 위기상황에서 열심히 살다보면 빛이 보이는거 같아요..
어둠의 터널에서 빛이 전혀 안보이는 상황이었는데 내가 변해야 주변환경도 변하는게 맞나봐요.
읽어주신 분들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