첫사랑은 아름답다 하는데, 저에겐 첫사랑이 아니고 모교 캠퍼스였나 봐요...
사실 대학 다닐 땐 학교 가는 거 좋아하지 않았어요. 다른 아이들은 수업 없어도 학교 와서
과방(한 과에 배정된 방)에서 놀고 했는데, 저는 수업 없으면 학교 절대 안 갔고
수업 끝나면 되도록 일찍 집에 왔어요.
물론 학교 오월 축제나 학교 밴드 락공연이나 동아리 활동 등은 잘 참석하긴 했지만요.
어쨌든 대학생활을 적극적으로 하지 않았고 수동적으로 회의감과 갑갑함을 느끼며
보냈던 듯해요... 답답한 집안 경제 상황도 한몫했겠지요.
그래도 싱그러운 청춘의 추억이 짙게 배어 있는 곳이죠.
제 세대에선 대학교 와서 대부분 이성을 만났기 때문에 (제가 얼굴이 뛰어난 미모였다면
중고교 때부터 남학생들이 따라다녔겠지만 중고교 때는 여중, 여고인데다 제꼴이 남학생
유인하는 발광미모는 아니어서 아무 일 없었어요)
남학생들이 좋다고 처음 고백한 곳도 대학 캠퍼스였고 술을 처음 마신 곳도 대학 잔디밭이나
후문 호프집이었고요...
학교 다닐 땐 가기 싫더니 막상 졸업 후 10년, 20년 후에 가 보니 왜 그렇게 그리운지요....
맞닥뜨린 현실이 아니라 지나가 버린 아련한 시절이라 그렇겠지요.
오늘은 울컥하면서 눈물이 나더군요. 세월이 이렇게 흘러가 버려도 되는 것인지....
캠퍼스 공간은 그대로 남아 있지만 내가 알던 그 공간은 아니고
함께 거닐고 떠들고 놀던 동기나 선후배들은 세월과 함께 뿔뿔이 흩어지고
시간이 이렇게 미친 듯이 빨리 흘러가 버릴 줄 알았더라면
그때로 돌아간다면
더 적극적으로 인생을 리드하면서 살 수 있을지,
운명도 바뀌어졌을지,
여러 가지로 심숭생숭했네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