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2cook.com을 즐겨찾기에 추가
login form

자유게시판

드러낼 수 없는 고민을 풀어보는 속풀이방

기침소리.

파란 물고기 조회수 : 1,454
작성일 : 2011-09-22 18:25:25

어제, 칼국수집에 친정엄마랑 같이 갔다가, 앞자리에 있는 사십대중반쯤 대머리 아저씨가 홀이 떠나가게 재채기를 다섯번정도 하는데 그소리가 어찌나 큰지, 홀이 쩌렁쩌렁 다 울리고 귀가 멍멍하게 울리더라구요.

그리고, 재채기를 하면서 먹고있던 칼국수면발이랑, 족발조각들이 코로 입으로,갑자기 다 튀어나와서 같이 동석했던 분들, 인상 찌푸리게 만들고..

그런데 저는 할머니들, 할아버지들,, 기침소리를 들으면, 그것도 창자가 끊어질세라 중간에 끊어내지못하고 괴롭게 기침하는 소리를 들으면 너무 슬퍼져요.

어릴때, 아빠가 매일 술만 드시고 사셨는데 늘 언제나 집은 불기없이 써늘한데다가 한번도 고구마나 옥수수를 쪄내는 그런 따뜻한 냄새가 난적이 한번도 없었거든요.

그런데다가, 지붕이 썩어 금방이라도 내려앉을듯이 바람만 불어도 휘청할듯한 암회색 우리집이 가까워지면, 바람벽사이로 들려오는, 술에 또 고주망태가 되어버린 아빠의 애잔하고도, 숨가쁜 기침소리가 얄팍한 창호지방문을 넘어 툇마루를 지나와 황량한 좁은 마당에까지 데굴데굴 굴러다니면 그 어린마음에도 하늘이 내려앉을듯한 기분을 느꼈던지...

나중에 제가 성인이 되고 한참뒤에야 알았어요. 그게, 절망이라는 감정이었더군요.

지금은 아빠가 (역시 술로 인한 합병증으로) 췌장암과 당뇨와 중풍과 간경화및 온몸에 퍼진 동맥경화및 여러 잡다한 병으로 갔지만, 그 기침소리를 들으면, 아무도 구제해줄길 없는, 가난하고 암담한 벽 갈라진 집에서 내일을 또 살아가야했던 제 어린시절이 떠올라서 그렇게 슬플수가 없어요.

엄마도 그런 아빠때문에 여러번 짐보따리를 싸고 푸른 새벽녘 첫차를 타고 몇 계절을 돌고돈뒤에 집에 오곤 했었죠.

그런 엄마가, 지금은 좀 매운 냄새만 맡아도, 또 이야기를 좀 길게 해도 목이 매캐해지는지 밭은 기침을 쏟아냅니다.

그 기침소리는, 가슴에 맺힌 덩어리들이 속시원히 나와주지 않는 답답함이 섞여있어서 듣는 제가 너무 답답하면서도,

한편으로는 쉼표없이 계속 되는 기침소리들이 암담해요.

기침소리는, 꼭 가난한 자들이, 가난이란 창살에 갇혀 아우성치는 소리같아요..

혹시 저같이 느끼시는 분, 없으세요?

IP : 124.195.xxx.100
0 개의 댓글이 있습니다.
    ☞ 로그인 후 의견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댓글입력 작성자 :

    N

    번호 제목 작성자 날짜 조회
    25528 여러분 신랑이나 가족중에 특정지역출신이라고 쫓겨난다면... 11 우울해 2011/10/20 2,026
    25527 수학문제좀 풀어주세요. 8 대분수 2011/10/20 1,437
    25526 방사능때문에 우유는 끊었는데 치즈는요? 3 꼬꼬 2011/10/20 1,819
    25525 남자의 재력은 어디까지인가요? 2 ** 2011/10/20 2,298
    25524 일하는 엄마 분들 , 아이들 저녁 식사는 어떻게 챙겨주세요? 7 저녁 2011/10/20 2,330
    25523 경찰, 선거관련 SNS “애매한 것을 정해드립니다”, ‘투표권장.. 7 참맛 2011/10/20 1,448
    25522 10월 20일 미디어오늘 [아침신문 솎아보기] 세우실 2011/10/20 1,292
    25521 이번주 인간극장? 10 ,,,,,,.. 2011/10/20 3,636
    25520 나꼼수 영어 인트로 7 ㄴㅇ 2011/10/20 3,340
    25519 초 6 연산 잘하는 방법은 뭐가 있을까요 3 .. 2011/10/20 2,594
    25518 돌아가신 엄마가 꿈에..해몽좀 보고싶소 2011/10/20 3,381
    25517 일하는 보람이란건 어떤 느낌인가요? 2 아.. 2011/10/20 1,450
    25516 털실로 목도리를 떠야 하는데 시작줄은 어떻게 해야 이쁜가요? .. 5 애플이야기 2011/10/20 1,721
    25515 한식 잘 하시는분 질문..(특히 김치종류) 6 .. 2011/10/20 1,748
    25514 침대 청산하고 바닥생활 하는거 힘들까요? 20 드라마 2011/10/20 9,070
    25513 나경원 수임료 세금탈루 의혹 19 광팔아 2011/10/20 2,026
    25512 마른 미역 개봉한 상태로 2년 된것 먹어도 될까요? 2 색도주황으로.. 2011/10/20 3,889
    25511 추천해주세요 서울 입주민.. 2011/10/20 1,725
    25510 10월 20일 경향신문, 한겨레, 한국일보, 서울신문 만평 세우실 2011/10/20 1,176
    25509 나경원이 박원순 후보 학력 들먹인 게 먼저 아니었나요? 7 순서가? 2011/10/20 1,597
    25508 나경원은 역시 안될거 같아요. 5 추적 60분.. 2011/10/20 2,069
    25507 태아 뇌에 맥락막 낭종이 있다는데... 3 걱정걱정 2011/10/20 4,362
    25506 하늘공원 근처 식당 좀 추천해주세요 2 차이라떼 2011/10/20 1,702
    25505 나경원 세금 탈루 의혹 2 나마네기 2011/10/20 1,422
    25504 홍대근처 자전거 보관하는데 자전거 2011/10/20 1,26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