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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할머니에게 가장 고마운 점

새뜸 조회수 : 3,288
작성일 : 2019-02-09 13:17:17

우리 친할머니.


손주손녀에 대한 사랑이 지극했던 우리 할머니.

우리 할머니에게 가장 고마운 점은

첫손녀인 나를 끔찍하게 귀여워해준 것보다도

맏며느리인 우리 엄마 고생 덜 시키고 돌아가신 점이예요..

할아버지는 아빠 고3때 돌아가셨다고 합니다.

맏아들인 아빠, 유일하게 대학 공부 시켰다고

아래 열살차이 삼촌부터 고모셋까지

아빠를 남편 삼아 공부시키고 결혼시켜

그래도 너희가 한 게 뭐 있냐, 그럼 동생들은 죽으란 말이냐 하면서 엄마 원통하게 만들던 할머니.

서울대 나온 아빠는 알아서 잘 산다고

시골 땅은 아빠 몰래 다른 자식들에게 다 나눠준 할머니.

그래도 죽어도 맏아들 집에서 죽지 내가 내 집 놔두고 어디가냐 하고

우리 집에서 드러누우셨지요.

본래도 일년에 수차례 지내던 제사도

제사상 다 차려놓으면 나타나고

자기 아버지 제삿상에 돈 한번 낼 줄 몰랐던 고모 삼촌이라

보탬되는 건 없었네요.




 

77세에 백두산 여행까지 다녀올 정도로 정정하시다가

78세에 갑자기 기력이 없다시면서 자리에서 일어나지 못하시고

병상에 눕자 아래 네 형제들은 찾아보지도 않더군요

엄마 아빠가 집 근처 병원에 입원시키고 6개월 간병했지요.

병원에서 해 줄 것이 없다고 모셔가라 하셔서 퇴원 후

우리 집에서 걸어서 10분거리 요양원에 모셨는데

그때서야 찾아와 고모들이 찾아와 우리 귀한 엄마 요양원에서 죽으란 말이냐

울고 불고 난리.

요양원 계시다가 한 달만에 돌아가셨어요.


호랑이 기운이라 백살은 거뜬하지 싶던 지병하나 없던 우리 할머니

평생 골골하고 온갖 병 달고 살던 우리 엄마보다 더 오래살지 싶었는데

병명도 없이 곡기를 끊고 음식을 못 드시더니 며칠 만에 돌아가셨어요.

돌아가시시 전에 처음으로 엄마한테

네가 수고가 많았다 하셨다네요.

우리 엄마는 그 한마디로 많은 한이 풀리셨던 모양입니다.


장례식장에서는 고모들은 요양원에서 엄마 죽었다고 서럽다고 통곡하고

효자도 그런 효자가 없고 이후로 인연 끊었답니다.

그와중에 부의금은 다 빼돌렸는지 나중에 정산해보니 아버지앞으로 들어온 부의금은 90프로.

다른 형제 앞으로 온 부의금은 얼마 안 되더군요.



어릴 땐 마냥 나를 예뻐하고 사랑을 베풀던 할머니가 따뜻했고

철이 들면서부터 양가감정이 들어서 미웠던 할머니.

그래도 마지막은 우리 엄마 아빠 편하라고 편히 가주셨나

우리 엄마가 그 복은 있네 싶습니다.







IP : 182.228.xxx.38
6 개의 댓글이 있습니다.
  • 1.
    '19.2.9 1:44 PM (121.167.xxx.120)

    예전에 들은 말이 망자도 죽을복이 있어야 하고 자식들도 복이 있어야 돌아 가실때 시간 길게 안끌고 곱게 가신다는 이야기가 있어요

  • 2. ..
    '19.2.9 1:53 PM (116.39.xxx.210)

    어휴.. 숨도 안 쉬고 읽었네요ㅠ
    너무 너무 전형적이면서도 리얼합니다.
    원글님 어머니 복많이 받으세요..
    라고 저도 기원합니다.
    호랑이 고집불통 할머니도 편히 쉬시길.

  • 3. ..
    '19.2.9 1:57 PM (180.66.xxx.164)

    그러고보니 우리 친할머니도 친할아버지도 고생 안시키고 잘?돌아가셨네요. 주변에서 100세까지 사면서 80된 자식한테 봉양받아가며 서로 죽지못해 사시는 분들보니 그것도 복이라면 큰복이었네요~~~

  • 4. 대부분
    '19.2.9 2:34 PM (223.62.xxx.40)

    주둥이로 효도하는것들의
    태도는 집안이 달라도 비슷하군요...
    어머님 너무 고생많이 하셨네요...
    어머님 안아드리세요...

  • 5. 우리 할머니가
    '19.2.9 2:35 PM (58.230.xxx.110)

    정말 그날까지 멀쩡하시다가
    한두시간 호흡곤란오고
    숨한번 뱉고 바로 돌아가셨어요...
    연세가 98세...
    엄마에게 참 고약한 시어머니였는데
    돌아가시면서 더 고생안시키신건
    너무 감사하죠...

  • 6. wisdomH
    '19.2.9 11:47 PM (116.40.xxx.43)

    고생 시키셨는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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