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민이 있어요.
저랑 동생 둘이 함께 아파트 전세로 살고 있어요. 벌써 이렇게 산 지 4년이 다 되어 가네요~ 둘 다 미혼처자에요 ^^
전세비는 부모님이 거의 다 해주셨어요. 제 돈은 5,000만원밖에...동생은 0원.
동생이랑 저랑 수입 차이가 조금 나요. 제가 동생보다 3배 이상 벌거든요. 대신 업무강도가 무지막지 세죠. ㅜ.ㅜ
그러다보니 집 아파트 관리비(10만원 이상), 인터넷비용, 케이블 값 등 집에서 나가는 돈은 그동안 제가 다 냈어요. 근 4년간요.
음식은 엄마가 거의 다 해서 냉장고를 채워주세요. 어차피 둘 다 요리는 안 하거든요. 과일이나 집에 필요한 것도 거의 다 제가 사고요. 동생은 가끔 저한테 미안하지 않을 정도만 사요(휴지 떨어질 경우 휴지...등).
그래도 제가 견뎠던 가장 큰 이유는 일단 당연히 저한테는 10만원이 없다고 카드가 빵구나지 않지만 동생에게는 10만원이 없을 경우 빵구날 수 있기 때문이라고 믿었기 때문이에요..
다음으로는 동생이 아무래도 집안 가사를 조금 더 챙겼고요. 뭣보다 제가 집에 없잖아요. 아침에 일찍 나가 밤 또는 새벽에나 들어오고 주말에도 일하러 나가고..
집에서 보일러켜고 티비보고 하는 사람이 동생이에요.
그리고 동생도 제가 힘들게 일하는 것 아니까, 일부러 좀 알아서 집안 일을 먼저 챙겼어요. 그치만 동생 성격 자체가 그리 부지런하거나 깔끔하진 않아요. 그래서 청소를 매일 하거나 설거지를 매일 하거나 빨래를 며칠에 한 번 돌리지 결코 않아요.
실은 엄마가 2주일에 한 번꼴로 오시면서 싹 정리를 하고 가셔서 크게 손 갈 일이 없었어요.
걍 1주일에 한 번 거실 슬슬 빗자루로 쓸고(청소기 쓰는 것도 귀찮아하더라고요), 빨래 1~2주에 한 번 돌리고. 그 정도가 전부에요.
그리고 물론 저도 손 놓고 있지 않습니다. 일 하지 않는 주말이면 제가 했어요.
집안일 하는 정도가 60:40정도 되었었어요.
근데 요즘보니 동생이 집안 일에 아예 손을 뗐어요. 여러 이유가 있어요.
남자친구가 생기면서 주말이든 주중이든 자주 놀러가요. 그러니까 집에 잘 없어요. 물론 전 그때 일하러 나가고요.
또한 몸이 안 좋아서 기력이 좀 쇠해졌다고(그러면서 자주 놀러가는 건 뭔지..) 힘들어해요. (그래서 제가 한약도 한 재 지어졌어요)
근데 올 해 들어 가만히 보니까, 거실 청소 빨래 설거지, 목욕탕 청소, 음식물 쓰레기 등등의 일을 거의 제가 다 도맡아 하는 거에요. 동생은 놀러나갔고요. ㅡ.ㅡ;;;;
그러다보니 좀 억울한 맘이 생기더라고요. 내가 왜 돈 다 내줘가면서 여기서 집안 일도 다 해주고 있어야 하나...
일하다가 겨우 생긴 짬인데 말이죠.
그래서 생활비를 분담하자고 해볼까 생각도 했다가, 에이 말자 한 게 몇 달째에요. 저한테 10만원과 동생의 10만원이 다르다고 생각한 거죠. 부모님이 주입하신 "언니가 더 참고, 손해봐야 한다."라는 관념에서도 자유롭지 못하고요.
근데 한 번씩 욱하게 되어요.
저는 솔직히 놀러가지도 못하고 저한테는 돈 아까워서 옷도 잘 못 사요. 동생이 맨날 뭐라 해요. 언니도 옷도 사라고 왜 이리 아끼냐고. 근데 그럴 수밖에 없는 게 제가 벌이는 평균보다 많다지만, 그 만큼 밖에 나가면 다 제가 사야 해요. 친구들을 만나도 제가 더 사야 하고, 가족모임을 해도 제가 더 사야 하고, 부모님께 용돈을 드려도 남들보다 더 드려야 해요. 그러다보니 제가 저한테는 돈을 아낄 수밖에 없어요.
근데 요 동생녀석은 철철히 유행따라 옷도 잘 사고, 놀러도 잘 가고, 데이트도 열심히 하면서...
돈 없다고 징징거리고 심지어 월말되면 돈 없다면서 남자친구 데리고 집에 와서 놀기도 해요. ㅡ.ㅡ ;; 그럼 전 안방에 쳐박혀서 나가지도 못하지요. 거실에서 티비 보며 놀고 있으니까요.
전기세 아끼려고 불 끄고, 콘센트 뽑는 것도 늘 제 몫이에요. 동생은 별로 개념이 없어요. 보지 않는 TV도 걍 일단 켜놓고 딴짓하고요.
요걸 보면 또 괘씸한 거에요. 지 놀 거 다 놀고, 돈 없다고 징징 거리고 언니한테 기대로 부모님한테 기대는 꼴이요.
이런 상황에서 제가 생활비 요구해도 될까요?
차라리 집안 일 둘이 완전히 나눠서 하고(일주일은 내가 전담, 다음 주일은 네가 전담),, 생활비 네가 1/3정도 내라. 이래볼까 생각 중이에요.
실은 돈이 아까운 것보다 집안이 지저분해지는 꼴이 짜증나서 그래요. 서로 미루는 것 같은 거에요. 전 동생에게 "니가 좀 해라.."하고 미루는 맘이 좀 있고, 동생은 동생대로 "더 이상 집안 일에서 내가 주도적인 것 싫어."하며 미루는 것 같아요.
그럴 바에는 걍 칼같이 둘이 나눠서 하고 생활비도 일정 부분 분담시킬까 하는데,,,
제가 야박한 건가요??
선배님들의 조언이 필요해요.. 몇 달째 고민 중. 착한언니가 될까 합리적이고 칼 같은 언니가 될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