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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게시판

드러낼 수 없는 고민을 풀어보는 속풀이방

부모복

... 조회수 : 5,069
작성일 : 2018-11-29 09:37:43
내일모레 마흔입니다. 
그냥 아침부터 갑자기 글이 쓰고 싶어져요.

이 나이에 부모복 운운하면 지엄하게 꾸짖을 분들이 많이 계시겠지만
사람이 항상 내 생각을 점검하고 다잡고 살 수는 없잖아요.
오늘은 그냥 한번 감정이 가는대로 써보고 싶어요.

저 아래 부자인 친정부모 얘기도 나왔습니다마는
제 부모는 돈도 돈이지만 감정적으로 참 상처를 많이 줬어요.
맨날 남의 집 애랑 비교해놓고 내가 언제 비교했어? 그럼 누구네 집 애가 그렇다고 말도 못하냐?
너는 얼마나 못되처먹었으면 엄마 말도 못하게 하냐? 너 무서워서 니 앞에선 입도 못열겠다. 

저는 초등학교 1학년 첫 시험을 볼 때 부터 한 번도 전교1등을 놓친 적이 없어요.
지방 소도시였고 지금만큼 아이들이 공부를 열심히 할 때가 아니라 가능한 얘기였지만..
공부 잘하는 거..그게 저한테는 큰 재능이었죠.

엄마는 자기연민이 강한 부잣집 막내딸이었고, 아빠는 계모 밑에서 구박받아 기가 죽어있는 사람이었습니다. 
둘다 밖에 나가면 기를 못폈고, 집에서는, 특히 아빠는 살기가 등등했어요.
엄마는 내가 이렇게 살 사람이 아닌데 (외가도 외할아버지 돌아가시고 나서는 경제적으로 몰락)
아빠를 만난 것이 최대의 실수라고..너희 아빠같은 사람은 가정을 이루어선 안된다고 제 앞에서 공공연히 말했지만
나이 들어 보니 우리 부모는 그냥 서로 만나서는 안될 사람들이었더라고요.

엄마나 아빠나..다 자기를 품어줄 수 있는 너그럽고 따뜻한 사람을 만났어야 되었습니다. 
자기 자신도 감당하지 못하는 사람 둘이 만나서 매일 서로를 원망하며 사는게
자식으로서는 정말 힘들었어요. 물론 철들기 전까지는 모든 부모와 모든 가정이 그런 줄로만 알았죠.

많은 에피소드들이 있고.. 특히 제 엄마의 언행에 대해서는 여기 게시판에서 몇 번 회자된 적이 있으니(지금은 지웠어요)
더이상은 쓰지 않을게요. 

저도 아이키우지만..저는 제가 부모에게 얼마나 괜찮은 자식이었는지 요즘 생각해요. 
남편 만나고 나서 그걸 깨달았어요. 그게 자존감이더라고요.
성적이 좋을 뿐만 아니라 미술, 글짓기에도 재능이 있어서 전국단위상도 여러 번 수상했고요
발명품대회나 과학전시도 온전히 저와 선생님의 힘만으로 수상한 적이 몇 번 있어요. 
대학교 가서도(S대 갔어요) 1학년1학기 등록금 외에는 다 제가 과외알바로 벌어서 냈고 장학금도 자주 받았습니다. 
2학년때부터는 용돈까지 제가 충당했는데, 넉넉하진 않았어요. 학교 생활이 바빠서 과외알바를 많이 할 수 없었거든요.
믿으실지 모르지만 저는 한 권에 몇만원씩 하는 원서 사고 나서 교통비가 없어서 집에 못간적도 있어요.
바빠서 몰랐는데 은행에 잔액이 10000원 미만으로 있으니 돈을 뽑을 수가 없더라고요. 
정말 너무너무 급해서 엄마한테 전화했다가 은행 마감시간 다 되었는데 돈얘기 한다고 짜증부리는거나 듣고..

그렇게 학교를 졸업할 때가 되었는데, 지금은 어떤지 모르지만 그 때 S대 애들은 졸업과 동시에 취직하는 애들이 별로 없어요. 반은 유학을 준비하고 반은 대학원으로 갔죠. 남자들은 병역특례로 해서 기업체로 군대를 가기도 하고요. 고시준비를 일찌감치 하는 애들도 있습니다. 
저는 취직을 했어요. 당시 그렇게 취직한 사람은 세 명이었습니다. 
엄마가 전화왔더라고요. 아빠 퇴직으로 지금 건강보험이 만료된다고. 니가 빨리 취직해야 니 밑으로 건강보험 달아놓는다고요. 

뭐랄까..제 부모는 여유치라고는 전혀 없는 사람이었습니다. 
저도 방학때 유럽여행도 가고 싶고..한 학기 휴학하고 좀 방황같은것도 해보고 싶었어요. 
지금이야 부모가 뭐라건 나 하고싶은대로 하고 살았겠지만(어차피 경제적으로 기댈 것도 없었겠다)
그때는 그러질 못해서 부모 눈치를 보면서 거기에 맞게 살았습니다. 
저는 졸업도 하기 전에 기업에 취직했어요. 거기서 십수년을 다니다 얼마전 퇴직했습니다. 

아이고 어떻게 그렇게 아빠 퇴직하자마자 바로 니가 이어서 취직을 하냐
지역건강보험이 얼마나 비싼데 그거 안내고 바로 연결되다니 어떻게 그렇게 딱 맞아떨어지냐

엄마 이 소리가..저는 고통이었어요. 

좋은 남편 만나서 아이들 키우며 맞벌이하는 동안
온전히 제 힘으로 살았습니다. 
돈도 체력도 저와 남편 것만 썼어요. 
시부모도 기댈 곳이 못되고 저도 워낙 제 부모한테 받아보질 않아서 
시부모한테 받을 것도 바라지 않았습니다. 
그런데 또 등신같이 결혼하기 전에 딸들이 엄마한테 돈 주고 간다는 소리는 어릴때부터 귀에 못이 박히게 들어서
몇천만원이나 주고 왔어요. 제가 태어나서 쓴 돈중에 그게 제일 아까운 돈입니다. 

하여튼 대기업에서 그렇게 버티다버티다..얼마전 퇴직했어요. 
충분히 더 다닐 수 있었고 직장에서도 괜찮았지만
제가 더 못버티겠더라고요. 아이들이 커가니까 오히려 어릴때보다 더 신경쓸게 많아집니다. 
남편은 돈 안벌어도 되니까 이제 니가 하고싶은걸 찾아라..라고 하지만
저는 지난 세월이 서럽다는 생각이 먼저 듭니다. 그거부터 누구한테 털어놓고 싶어졌어요. 
그래서 아침부터 여기에 주절거리고 있네요. 

제 아이는 초등학생이고 저는 그래도 서울에서도 집값비싸다는 동네에 빚없이 살고 있습니다. 
공부는..저도 그렇고 남편도 그렇고 본인들이 알아서 한 타입이기때문에
아이가 타고 난 것 이상으로 과하게 시킬 생각은 없습니다만
단 하나.. 성적보다 더 중요한 것이 아이가 세상을 살아갈 힘을 주는 거란걸 알아요. 
제 부모는 그걸 못했습니다. 

집에서는 매일 다른 사람을 험담했고
부자들은 다 나쁘다. 돈만 많지 애들도 꼴통이고 머리는 비었다. (나는 돈없어도 우리 딸 공부잘한다)
애들을 학원에 처넣으면 뭐하나. 학원안가도 잘하는 애 여기 있는데.
집이 가난한 애들이 일찍 철이 들어서 잘 한다. 돈많은 집애들은 부모한테 기대기나 하고 못쓴다. 
니가 아무리 잘하고 밖에 나가서 칭찬받고 다녀봤자
너는 방청소도 안하고 동생이랑 싸우고 부모한테 불손한 쓰레기같은 년이다 정신차려라.
겸손해라. 
하면서 기를 죽였습니다. 

저는 밖에 나가서는 그 반발심으로 좀 재수없게 행동하고 다녔던 것 같아요. 
중고등시절 아주 깊게 친해진 친구들은 너는 이렇게 괜찮은 애인데 처음엔 잘 몰랐다..고 공통적으로 말했어요.
공부잘하는데 못됐고 싸가지없으며 잘난척하는 애가 보통 제 동창들에게 남겨진 제 인상일거예요.
지금 생각하면 그때의 저도 미성숙한 인간이라.. 타고난 자존심은 큰데 집에서와 밖에서 받는 대우가 하늘과 땅차이니
그게 항상 불안했던 것 같아요. 저의 좋은 점을 보고 다가온 친구들에게도 불안한거죠. 어차피 나는 엄마 말대로 별볼일없는 인간인데 나중에 실망하느니 차라리 지금 떨어져줘..라는 마음으로 위악적으로 굴었어요. 그때는 정말 어떻게 인간관계를 자연스럽게 해야 할 지 모르겠더라고요. 

퇴직하고 두 달째인데, 아이들 간식해주고 매일매일 학교에서 있었던 일 얘기하는 일상이 너무 행복해요.
기업에 있는 동안 돈도 많이 벌었고 좋은 경험도 많았습니다. 직장생활도 재미있었고요. 
그런데 퇴사하고 나니 참 허무한 게 회사원의 삶이네요. 

만약 내가 그 때 대학원에 갔었다면.
어학연수라도... 유럽여행이라도 집에서 보내주셨다면.
내가 2~3년 돈걱정없이 고시공부나 전문대학원 준비를 할 수 있었다면
지금 느끼는 이 경력단절의 허무함은 없었겠구나. 하는 생각이 들어요. 

맞아요. 다 내 선택이었고 지금와서 부모탓하는거 못난거죠.
남들이 그래도 어쩌나요. 내 솔직한 심정이 그런 것인데.
나는 내 아이들에게 시대에 뒤떨어진 감각으로 조언하지 말아야지.
너는 00를 해라, 라고 조언해주지는 못하더라도
적어도 그걸 마음껏 찾을 수 있는 여유를 주는 부모가 되어야지..하는 다짐을 참 많이 합니다. 
최소한 더 날 수 있는 애를 건강보험이라는 말도 안되는 이유로 주저앉히는 짓은 하지 말아야지..

살아가는데 돈이 참 중요하고 많은 걸 해결해주죠.
사실 그걸 위해서 다들 이렇게 열심히 살고 있고요. 
그러니 본인이 가진 것이 넉넉해서 자식에게 아낌없이 베풀어주는 부모를 가진 사람은 얼마나..
삶이 유연해질까 하는 부러움이 들어요. 

자식에게 제시하는 비전이라는 것도 결국 돈이더라고요. 
기본적인 생활은 물론이거니와 뭔가 더 생각할 수 있는 여유를 주는게 돈 아닌가 싶습니다. 
제 부모는 돈도 없었고 정신적으로도 아주 가난한 사람들이었어요. 최악의 조합이었죠. 

저는 아마 뒤늦게 전문직에 도전하게 될 것 같습니다. 
남편도 자기 부모 스펙은 별로지만 본인의 노력으로 잘 살고 있는 사람입니다. 
적어도 남편의 부모님은 기를 살려주면서 키워주셨죠.
친정부모가 방패가 되어주지 못하는, 기죽어 있는 저는 용하게 알아보시고 남편 안볼때마다 흘기고 구박하시지만요. 


솔직히..
아침에 애들 학교보내고 82쿡 오랜만에 들어왔다가
여유있는 부모님들 얘기 듣고 정말정말 부러웠어요. 
어릴 때는 질투하거나 괜히 깎아내려서 정신승리하기도 했는데
나이가 든건지 순수하게 부럽기만 하네요. 

제 글 읽고 뭐 아직도 이렇게 징징거리냐고 불쾌해하시는 분이 있다면 저도 아침부터 죄송합니다. 
하지만 평생 저를 다잡고 채찍질하며 살아왔는데
너무 부럽다. 너무 부럽다. 너무 부럽다.. 하고 솔직하게 써보고 싶었습니다. 
저는 제 아이에게 어떤 부모가 될 수 있을지는 이제부터 고민해봐야겠어요.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이제 제 일을 하러 가야겠습니다. 


IP : 110.13.xxx.164
29 개의 댓글이 있습니다.
  • 1. ㅇㅇ
    '18.11.29 9:41 AM (49.142.xxx.181)

    전 저희 친정엄마가 저에게 했던것 반대로만 저희 딸에게 합니다.
    그러니 대학 졸업반 딸하고 엄청 친해요.
    저희 엄마가 그걸 보고 너는 어떻게 니 딸하고 그리 친하냐고 그러더라고요.
    나한텐 그렇게 안해주면서...
    여든이 가까워도 그걸 못느끼나봅니다.
    저는 엄마의 외동딸이였고 제딸도 외동딸인데 ... 왜 그걸 모르는지...

  • 2. .tred
    '18.11.29 9:46 AM (210.100.xxx.62)

    똑똑한머리, 이렇게 반듯한 마음가짐.. 그런 많은 부분이.. 유전에 기반하기도 한거죠. 부모님이 물려주신거죠. 그것 또한.
    애쓰셨어요..

  • 3. ...
    '18.11.29 9:48 AM (218.237.xxx.33)

    글에서 원글님의 정갈함이 느껴지네요.
    지금이라도 하고 싶은거 시도해보세요.
    충분히 그럴 자격도 능력도 있으신거 같아요.
    부모님 복은 없으셨겠지만 지금 가족의 복은 스스로
    만들어 가시길 바래요.
    따뜻한 지지를 보내고 싶네요^^

  • 4. ......
    '18.11.29 9:49 AM (211.192.xxx.148) - 삭제된댓글

    저도 부모복 없는 사람인데요. 횡재수도 하나도 없고요.
    오늘 아침에 불현듯 생각들더라구요. 내 복은 있다는거요.
    생계형 일복으로 맞벌이 이니 내 손으로 수고해야 먹고 살고
    생활형 두뇌복이니 그나마 잡대라도 근근히 나와 그 덕으로 취직해서 먹고 살고 좀 오래 하고
    선택적 복인 남편복도 대충이어서 안때리고, 직장다니고, 눈에 드러난 외도 없이 그럭저럭
    횡재수인 자식복도 없어서 학교, 경찰서 안불려 다니는걸로 그게 복인줄 알고
    그냥 다 내복으로 내가 사는거구나 싶었어요. 내 복도 누군가 주셨겠죠.

    두뇌가 안좋으면 꿈도 없어서 그런지 부모 원망은 없네요. 그것도 제 복인가요?
    친정은 딱 명절에만 가는 정도의 관계고요.

  • 5. 공감
    '18.11.29 9:51 AM (223.38.xxx.147)

    왜 전햐 다른 삶을 살았어도 이리 공감될까요
    너무 마음 아파하지 마시구요
    나의 부모만이 아닌. 내가 속한 사회의 부모들이
    참 무지한 시대에 살았구나... 스스로 위안하세요
    전 그래서 항상 생각이 깨어있으려고 노력합니다.

  • 6. 훌륭합니다.
    '18.11.29 9:59 AM (118.218.xxx.190)

    정말.서로 만나서는 안될 사람들이란 말이 딱입니다.

    자식을 노예로 여기며 함부로 하는 부모들 ..
    제 주변에도 그런 부모 때문에 우는 젏은이를 보아서 충분히 이해 되네요..
    자식보다 못한 부모 많습니다..
    부모라는 위치로 자식을 함부로 하는 부모들은
    정말 자식 낳지 말아야 하는데..

    그런 부모들이 나이들어 다정한 부모자식들보면
    부러워하면서 뻔뻔하게 자기 자식들의 무뚝뚝을 비난하더군요 ㅠ.

    존중이 뭔지 모르면서 애들만 낳으면
    자식이 존중을 그냥 해 주길 바라는 어리석은 부모들 많아요..뿌린대로 거둔다를 외면하면서.

  • 7.
    '18.11.29 10:00 AM (221.141.xxx.186) - 삭제된댓글

    감정적인면 뿐만이 아니라
    경제적 신체적으로도 엄청나게 상처를 받았습니다
    반면교사로
    그렇게 하지 않고
    내가 받고 싶었는데 못받았던 것들을
    내 자식들에게 쏟아 부었어요
    늘 마음한편에 있었던 갈증도 지금은 다 없어지고
    지금은 제가 저한테 칭찬을 보냅니다

    제 자식이 엄마같은 엄마가 못될것 같아서 자식낳는게 두려워
    라고 말하길래

    네가 좋은 엄마였다고 생각한다면
    엄마에게 배운것 거기다 네가 부족하다 느꼈던 것까지
    보태면
    넌 세상에서 가장 좋은 엄마가 될것 같아 라고 말해줬습니다

  • 8.
    '18.11.29 10:00 AM (211.171.xxx.2)

    저도 부모복이 없는 사람이지만, 지금 그래도 건강 타고 나고, 머리 나쁘지 않고, 외모도 나쁘지 않고, 사회성도 좋아요. 이거 다 부모님한테 물려받은거라고 생각해요. 그래서 부모님한테 화가나도 감사한 부분 잊지 않을려고 노력합니다.

  • 9. 위로드려요
    '18.11.29 10:02 AM (125.134.xxx.113)

    똑똑하고 참 바르게 잘 자란분인데 얼마나 맘으로
    힘들었을까 싶네요 ㆍ
    제남편을 보면 이렇게 반듯하고 공부잘하는 아들(남편)을
    왜그리 시아버지는 아들 기를 그렇게 죽였나 싶네요
    제남편이 가끔 어릴때 아버지 얘기를 해주거든요
    당신같이 착한 아들을 왜그러셨어? 하고 위로해주고
    같이 분개해줘요 ㅜ
    원글님도 어릴때 받은 상처를 반면교사해서 내자식한테
    정말 다정한 엄마가 되셨으니 칭찬드리고싶어요

  • 10. 지랄발광
    '18.11.29 10:03 AM (115.88.xxx.243)

    가난하였지만 항상 격려해주시고 잘한다 해주신 부모님 덕분에 잘 살고 있는데 저는 저희애들에게 그러지 못하고 있네요 반성하고 갑니다

  • 11. ....
    '18.11.29 10:11 AM (180.230.xxx.161)

    아픈이야기를 덤덤하게 써내려간 글을 읽어내려가며...원글님 참 멋진분이신거 같아요^^

  • 12. 에이
    '18.11.29 10:26 AM (118.223.xxx.155)

    욕심이 많으시네요

    그만하면 다 가졌구만 부모복까지 탐내시네요

    충분히 잘 살아오셨어요 부모님은 또 그분들의 삶을 사신겁니다
    님은 님 인생에 집중하심되요
    뭐 남들이 보면 님도 부러운 삶이네요

  • 13. 맞아요.
    '18.11.29 10:28 AM (125.177.xxx.106)

    만나지 말았어야할 부부들이 있죠.
    서로에게 동반자이자 힘이 되어주는 존재가 아니라
    서로에게 해가 되고 상처이며 고통인 사람들...
    제 부모님도 그렇고 주변 친구들 중에서도 그런 부부들이 보여요.
    그 자녀들의 삶은 참 지옥이지요.
    부모로부터 받은 상처는 잘 지워지지않고 평생 싸워야할 무엇인거 같아요.
    저도 부모의 삶을 반면교사로 삼아 살았고 그래서 지금 훨씬 나은 삶을
    살고 있어요. 오랫동안 부모를 미워하고 지금도 분노가 다 사라졌다고
    할 수는 없지만 조금은 그 분노를 잠재울 수 있었던 것은 그런 부모였기에
    어쩌면 지금의 더 나은 삶을 사는 내가 있는지도 모른다고 생각하면서부터예요.
    아이러니하지만 그런 부모였기에 어쩌면 내가 더 열심히 살지 않았을까
    생각하고 덜 미워하려구요. 미워할수록 나만 힘드니까요...

  • 14. 궁합
    '18.11.29 10:29 AM (125.177.xxx.144)

    원글님 그 정도면 성공하신것 같은데 거기서
    더 가보지 못한 아쉬움이겠죠.
    대부분 부모들은 부모가 나이만 먹고 자식 낳으면 되는걸로 알아요.
    자식도 잘해주는 부모 만나도 틀어지면 엇나가고
    좋은 부모 자식 만나기는 정말 어려운 일인듯...

  • 15. 출근길에
    '18.11.29 10:35 AM (211.48.xxx.61) - 삭제된댓글

    이 글 읽고 살짝 울컥했는데요.

    저도 지금은 부럽다고 말할 수 있어요.
    이전에는 부러워하면 지는 거라고 생각하고 못난 모습 보였는데
    지금은 내가 가진 것과 못가진 것, 가지고 싶었던 것과 가질 수 없었던 것을 받아 들일 수 있게 되네요.

    아직 완전히 마음 편하지는 않지만요.^^
    40대 후반입니다.

  • 16. .....
    '18.11.29 10:42 AM (211.179.xxx.147) - 삭제된댓글

    비슷한 나이인데 저에비해 많이 어른이신 것 같네요
    능력치에 비해 서포트 못받은 게 아쉽지만요
    저는 제가 능력없고 부모님이 재력은 있지만 차별이 심하세요.
    부모님께 많이 차별도 받고 능력없음을 타박받았죠.
    지금은 무기력해요.부모 덕에 능력보다 좋은 조건에 살앗지만
    심적으로 위축되어있다보니..
    그래서 서포트보다 자식의 자존감을 키워주는 게 더 중요한 것 같아요.

  • 17. 저도 참
    '18.11.29 10:49 AM (223.33.xxx.109) - 삭제된댓글

    부모에 대해 쓰려면 구구절절 사연많은데
    그냥 내 복이려니 생각했어요
    자식낳고 키우면서 부모마음이 이런건데
    어떻게 그럴수가 있었나 도저히 이해가 안될때마다
    내자식은 그렇게 안키워야지 난 좋은 부모가 되어야지
    하고 마음을 다 잡았어요
    덕분에 울아이들은 엄마같은 엄마를 만나서
    행운이라는 말을 해줍니다
    불쑥불쑥 과거의 상처들이 올라올때마다
    좋은 엄마가 되라고 내게 시련을 주셨겠거니 생각해요

  • 18. ㅌㅌ
    '18.11.29 10:54 AM (42.82.xxx.142) - 삭제된댓글

    저도 비슷한 환경에서 자라서 공감가네요
    제친구중 제일 부러운 친구가 있었는데
    공부도 반에서 꼴찌하는데 부모님이 너무 좋으셔서 대학도 채육전형으로
    무사히 대학잘가고 결혼도 선보고 은행원이랑 결혼
    직업도 부모님이 알아보시고 체대나왔는대도 대기업 턱턱 들어가고..
    쟤는 부모복이 저렇게 많아서 공부도 지지리도 못하고 얼굴도 별로인데
    인생이 술술 잘풀리고 평생 평탄하게 사는구나..질투한적이 있어요
    비록 자기힘으로 이룬건 없지만 그래도 저런삶이 제삶보다는 훨씬 좋아보이네요

  • 19. ㅇㅇ
    '18.11.29 11:00 AM (110.12.xxx.167)

    전혀 모르른 분이지만
    글을 읽으면서 응원해드리고 싶어졌어요
    마치 무지 마음에 드는 소설의 주인공처럼요
    먼곳에서 응원할게요 힘내세요
    님이 도전해보는 길이 결과에 상관없이
    아름다운 과정이 되리라 믿어요
    사족을 하나 달자면
    열심히 노력하며 살아온 님의 삶이 저는 몹시 부럽습니다
    온생애를 아무런 노력 도전없이 살아온 사람이 보기에
    무척 부러운 삶이거든요~

  • 20. ㄷㄷ
    '18.11.29 11:39 AM (59.17.xxx.152)

    에고,,, 마음이 아픕니다.
    저희 시부모님 보는 것 같아요.
    님은 그래도 결혼해서 친정과 어느 정도 분리가 되시는 것 같은데, 제 남편은 아들이고 장남이라 아직까지도 부모 뒤치닥꺼리에 너무 힘듭니다.
    경제적 지원은 말할 것도 없고 가정폭력에 경찰까지 오고 남편이 직장 쉬고 가서 해결해 줘야 하고...
    만나지 말았어야 할 사람이라는 게 바로 제 시부모님 케이스 같아요.
    다행히 제 남편도 지원은 커녕 가정 불화 속에서 의대에 가서 지금은 어엿한 사회인으로 살고 있어요.
    아들이 의대 갈 정도로 공부를 잘하는데도 학원 한 번 안 보내주고 방학 때는 용돈을 안 줘서 차비가 없어 아무 곳도 못 나갔대요.
    아들 이름으로 빚지고 시어머니는 신용불량자에... 진짜 글로 다 쓸 수가 없습니다.
    저희는 지금도 시댁 문제에서 벗어나질 못하고 있어요.

  • 21. ..
    '18.11.29 12:02 PM (221.161.xxx.184)

    원글님 상처가 깊네요. 도닥여 드립니다. 저도 친정엄마의 차별,무식,대책없이 기댐 지금 80넘으셨는데
    아직도 오로지 머리속에는 아들뿐.. 자식으로 받은것은 세상에 태어나게 해준것이네요
    자랄때 차라리 고아원에서 컸으면 좋겠다고 생각한적도 있었고 엄마와 동생들이 거머리 같다는 생각을 한적도 있었어요 그런 환경에서 자라다보니 여동생들도 엄청 고생했어요 다들 공부를 잘해서 둘은 교사를 하고 한명은 의사예요 저도 애들 잘키웠고 경제적으로도 크게 어렵지 않아요.
    사람이 살아가는데 리듬이 있는것 같아요. 어릴때 바닥으로 살다가 중년으로 가면서 상승기운으로 살아가는것. 어릴때 유복하게 살다가 본인의 능력이 없으니 모자란 남편만나서 인생이 하향곡선을 그리며 사는 친구도 있더군요 너무 오래 담아 두지 마시고 지금 가진 행복을 소중하게 생각하고 편히 지내세요

  • 22. 저도 그래요.
    '18.11.29 12:18 PM (211.114.xxx.70)

    물질적으로 정신적으로 가난한 부모 만나서
    정서적고아로 자랐어요.
    한번도 내 방패막이 되어준적 없으면서 나보고 성격이 무뚝뚝하다고 비난해요.
    사근사근 사랑스러운 사람이 되도록 키워준 적 없으면서.

    나도 부모한테 지지받고 지원받았으면 얼마나 융통성있는 사람이 되었을까 생각해 봅니다.

    91학번인데 그전엔 정기적인 용돈은 받아본적이 없고
    대학들어갔는데 용돈을 3만원 주셨어요. 차비는 따로 토큰 마련해주고.
    3만원의 근거는 학교 식당 비빔밥값이 700원인가? 하니까
    700*20*2=28000원.
    그것도 3,4,5,6월 4달 받았어요
    그 이후론 알바해서 스스로 벌고 쓰고 (옷이나 책이나 모두)
    정말 가난은 슬프고 아파요.

  • 23. 개구리
    '18.11.29 12:26 PM (211.221.xxx.227)

    '아이들은 공주와 왕자로 태어나지만 부모가 키스하는 순간 개구리로 변해버린다.'
    어느 심리학자가 한 말이래요.
    원글님은 그래도 공주인 걸 잊지않고 잘 살아오셨어요.
    저는 오십이 넘도록 개구리로 살다가 이제서야 변태노력 중입니다.
    이제 앞에만 보시고 가족들과 행복하게 사시길 바랍니다.^^

  • 24. 헤헤
    '18.11.29 12:42 PM (58.227.xxx.223)

    저는 내년에 37세에요
    저랑 너무 비슷한 삶을 사신터라 댓글 답니다.
    너무 동감되고 감정이입되어서 짠해집니다..
    심지어 저는 가정폭력에 엄청 시달렸고 부모님 두분은 이틀이 멀다 하고 싸우셨죠.. 몸싸움 직전 단계까지도 많이 가고 화풀이 대상은 자식들이었죠..
    저도 공부 잘했지만 원서를 잘못 내서 스카이 밑에 대학 밖에 못 갔어요. 정서적으로 엉망인지라 대학 공부는 망했구요
    지금은 말단 공무원해서 먹고 살아요..

    커서도 엄마의 돈돈돈.. 결혼을 늦게 한터라 집에 계속 퍼주다 뒤늦게 깨달았죠 이건 적당선이 아니고 엄마가 나를 세뇌시키고 있구나..
    다행히 다정하고 자존감 있는 남편 만나서 결혼 이후론 행복해요.
    그러나 남편 또한 돈은 없고 돈 얼마 못버는 월급쟁이라 아직 빌빌대는건 똑같아요. 다만 남편이 너그러운지라 정서적으론 안정됐어요.

    어떤 전문직 공부 하실 예정이세요?
    잘되셨으면 좋겠어요.. 저 또한 잘되고 싶습니다.
    응원합니다 ^^

  • 25. ㅇㅇㅇ
    '18.11.29 1:04 PM (122.36.xxx.122)

    역시 공무원은 82쿡 할 시간이 있군요

  • 26. 헤헤
    '18.11.29 2:06 PM (58.227.xxx.223) - 삭제된댓글

    육아휴직중요 ㅡㅡ;

  • 27. 헤헤
    '18.11.29 2:08 PM (58.227.xxx.223)

    육아휴직중이에요.
    돈 없는 사람들이 공부로 공정하게 취직되는 유일한 길이 말단 공무원이죠.
    윗님이 되보시면 알겠지만 요즘 힘든 분야에 있는 공무원들도 많아요.
    안 비꼬시면 좋겠네요

  • 28. 헤헤
    '18.11.29 2:09 PM (58.227.xxx.223)

    그리고 더군다나 저 시간대는 점심 시간이에요.
    그때도 못 쉬나요?
    남 비꼬지 말고 님이나 잘 돌아보세요.

  • 29. ..
    '18.11.29 7:46 PM (210.179.xxx.146)

    부모님은 또 그분들의 삶을 사신겁니다
    님은 님 인생에 집중하심되요

    부모로부터 받은 상처는 잘 지워지지않고 평생 싸워야할 무엇인거 같아요.
    저도 부모의 삶을 반면교사로 삼아 살았고 그래서 지금 훨씬 나은 삶을
    살고 있어요. 오랫동안 부모를 미워하고 지금도 분노가 다 사라졌다고
    할 수는 없지만 조금은 그 분노를 잠재울 수 있었던 것은 그런 부모였기에
    어쩌면 지금의 더 나은 삶을 사는 내가 있는지도 모른다고 생각하면서부터예요.
    아이러니하지만 그런 부모였기에 어쩌면 내가 더 열심히 살지 않았을까
    생각하고 덜 미워하려구요. 미워할수록 나만 힘드니까요...

    좋은 댓글들이네요.
    위에 공무원이라고 비꼬는 분은 무조건 적인 타인 비난 좀 자제하시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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