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 40 중반이고
제 삶이 이혼가정이라 특히 남보다 어렵다고는 생각지 않아요
단지,
이혼이 단지 부부만의 일이 아니라
생각보다 훨씬 더 오랫동안 자녀의 삶의 질을 좌우한다는 사실..말하고 싶어요
부모님은 제가 초등때 이혼하셨고,
이혼과정에서 폭력이 두어번 있었는데
제 일생의 큰 트라우마였어요.
세상이 쪼개진 경험이었죠.
암튼, 두 분은 이혼했고
뭐 외국처럼 친구로 남았겠어요?
당연히 이혼 후 몇년간은 서로 상대방에 대한 비방...
제 영혼의 뿌리까지 더럽혔어요
아빠가 엄마 욕할때마다,(그 반대 경우도 그렇지만 특히 엄마 욕이 더 아프더라고요)
나도 그 더러운 피가 있겠구나 싶었고요.
그 뒤로 엄마, 아빠, 오빠가 번갈아가며
집을 떠나거나, 재혼하거나, 양육자가 바뀌거나..뭐 이런 일들 일어났고
그때마다 전 무기력하게 고스란히 받아들였죠.
결혼 하려는데 엄마 아빠 의견중재를 제가 중간에서 하는데 죽겠더라고요
큰 갈등이 있었던건 아닌데 정서적 부담 컸어요
두 분이 관점도 달랐고..
결혼식장에서 빨리 식이 끝나기만을 바랐어요
엄마 이혼과 가출로 십년 넘게 못봤던 엄마쪽 친척들도 보기 싫고
아빠와 엄마가 나란히 앉아있는 것도 불안하고..
암튼 좌불안석.
결혼 후, 집들이, 돌잔치, 생일잔치.. 모든 남들 2번이면 될 것 저는 세 번을 해야하고
모든 명절 기념일 무슨 칠순이니 뭐니..
아빠네 엄마네 따로 챙겨야 하는데 죽겠더군요
집들이 돌잔치 이렇게 제가 통제 가능한건 다 안했어요.
가족사진도 안찍었고요
반쪽만 있는 것도 싫고 다 들어가서 어색한 것도 싫고..
그 와중에 오빠는 알콜에 도박중독에 가출에 돈문제에 자퇴에 난리도 아님..
가족이 찢겼어요. 엄마는 오빠랑 나는 아빠와..이렇게..편먹은것처럼.
사춘기시절 엄마 곁에 없으니 힘들더라고요.
초경이니, 몸관리하는거니..제대로 못배웠어요.
아니 혼자 했지만..잘 알게되기까지 시간 오래걸렸죠.
일단은 가족들이 다 제각각인데,
오빠가 아예 다 손놓고 사회부적응자가 되어서
나밖에 없어요.
외동도 같은 어려움이 있겠지만 그래도 부모 사이가 괜찮으면 괜찮을것 같아요.
이제 부모님 아프기 시작하는데
병원에 가면 재혼한 부모님의 배우자 보기도 어색하고,
안가기도 그렇고,
오늘은 아빠 병원가야 한다고 전화왔네요..
네 제가 갑니다.
가는게 문제가 아니라요
이런 일들 생길때마다
부모님 죽음이라던가 이런 걸 이제 감당해야할텐데
오롯이 혼자 견뎌야 해요
같이 지지하고 격려해줄 원가족이 저는 없어요..
오빠는 당연히 어디있는줄도 모르고
아빠가 어떻게 된다고 엄마가 공감도 전혀 안해주고..
내색도 하기 싫고..
그냥,,친정과 관련된 일 있을때마다
아니 친정 식구들과 통화하거나 방문하거나 할 때
겉으로는 잘 해내고
가서 말도 조곤하게 하지만
심적 부담이 참 커요..
이 갈등과 부담이 죽어야 끝나는 구나 싶어요.
오늘도 내가 왜이리 맘이 다운돼지?
살펴보니
아빠 암이 전이됐는지 다시 검사해야하는데
또 내가 혼자 가서 그거 감당해야하는게
너무 심적으로 부담 커서요..
좋은 배우자와 신의지키며 끝까지 사는거..
정말 중요합니다.
그게 자녀의 삶의 50% 이상 차지한다고
저는 확신해요.
이미 이혼하신 분들 이 글 보고 자책하진 마시고,
서로 마음 알아주고 공감해주는거..그게 가장 큰 힘 될거 같습니다.
저희 부모님 그래도 독립적으로 잘 살고 계신데도
저는 맘이 이렇게 부담되네요.
계속 죄책감도 들고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