결혼할 때 반반 해서 늦게 결혼했어요. 그 와중에 아들 장가 보내시면서 예단도 받고 싶으시겠다 싶어서 예단도 했어요. 둘 다 나이 먹어서 결혼하니 자기가 번 걸로 결혼했고, 저도 결혼준비 제 돈으로 하고 남은 돈 들고 결혼했구요.
양가 어른들 모두 생활비 일부 보조해 드려야 하는 형편이라 그렇게 살다 보니 악착까지는 아니지만 물건을 사거나 할 땐 꼭 가성비를 따지게 되는 것 같아요. 가령 외출할 때는 집에 사다둔 생수를 챙겨나가거나(나가서 사면 시원하지만 비싸니까요) 생수를 사게 되면 주욱 보고 가장 저렴한 걸 사는 거죠. 어제는 어디 공공장소에 있다가 척 보기에도 좋아보이는 패딩을 입은 모녀를 봤는데 두 분 다 1인 1에비앙을 들고 계시더라구요. 우리네도 아닌데 왜 갑자기 눈에 띄어서는. 우와... 생수 취향이 있으시구나... 하다가 내가 뭐 물 한 병 못 사먹을까봐! 버럭도 했다가, 하긴 그 돈도 아까워서 정수기 찾아 헤맬 수도 있는데 그만한 돈은 쓸 수 있어 하다가 생각이 많았습니다.
에비앙이 부럽다기 보다는 취향이 있는 게 부러운 것 같아요. 물건을 하나 살 때도 가장 싼 거, 양 많은 게 아니라 내 취향에 맞는 물건을 가격을 좀 더 지불하더라도 그래도 마음에 드는 것을 구입하는 건데 워낙 그런 경험 자체가 없다 보니 내가 좋아하는 것이 어떤 건지도 모르고 어느 정도의 가치를 지불해야 원하는 것을 얻을 수 있는지도 모르고 막연히 나도 뭔가 멋진 것을 갖고 싶다 이런 생각만 드는 거죠.
뭐 인생에 다사다난한 사건이야 워낙 많은 거지만 요새 저희집에는 특히나 시끌벅적한 일이 많은 것 같은데 아이 없는 두 가구 가정의 가장인 남편이 일 때문에 어려운 일을 겪을 때마다 제가 하는 말이. 우리는 부자니까 너무 괴롭게 살지 않아도 된다는 거에요. 우리는 우리가 원하는 대로 살 만큼은 충분히 부자니까 괴로운데 꾹꾹 참으며 견디지는 말라고 토닥이곤 합니다.
진짜 고소득자나 아니면 금수저나 이런 사람들이 보면 쟤네 장난하나 싶을 정도의 '귀여운' 자산이지만 그래도 그게 작은 뒷심이랄까 그런 게 되주니 취향없는 무미건조한 삶이 허무하지만은 않다 싶기도 하구요. 그래도 앞으로는 메모지 한 장을 사더라도 꼭 맘에 드는 걸 사겠다 생각하니 점점 더 일상이 남루해지는 건 좀 맘에 안 드네요.
노동하는 새벽에 뻘소리가 길었습니다. 다들 편안한 하루 되시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