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은 한강중학교 남녀공학으로 바뀐 용산여중 아시나요?
이촌역이 생기고, 중경고등학교와 전철역 한 정거장 거리였어요.
좀 걸어가면 서빙고 국민학교였고요.
굉장히 무서운 한문 선생님이 계셨는데 오른 쪽 손이 화상 때문인지 손가락이 다 붙었어요.
그래도 왼쪽 손으로 한자를 쓰시는데 완전 명필.
무서운 선생님이셨지만, 저는 존경(?)했고요.
또 한 쪽 팔이 의수인 여자 선생님 계셨는데 늘 흰 레이스 장갑을 끼셨어요.
위팔만(?)인가 하는 키 작은 수학선생님은 정말 재밌다고 들었는데 제 반 수업은 안 들어오셨고요.
펜싱부와 테니스부가 있었어요.
동부이촌동에 있고,
저 다닐 때 김재규 조카가 옆 반이었어요.
10. 26 사태때 아이들이 울고 불고 난리였는데 김재규 조카인 김미*은 아무렇지 학교에 온다고 뭐라했었어요.
저는 잘 몰라 안 울었어요.
TBC 합창단으로 머리 땋고 다닌 선배도 있었고(그 당시 용산여중은 단발), 흑인 혼혈아, 백인 혼혈아, 국제학교 출신, 장미희 동생, 엄앵란 딸, 대한항공 기장 딸, 시험 기간 앞두고 집에서 공부한다고 결석하고 가정교사와 공부했던 아이, 렐프가렛인가 하는 외국 가수 내한공연 때 갔다가 기절해서 다음 날 결석한 아이,
지금 생각하면 고위층이나 굉장한 갑부 딸들이 많았던 거 같아요.
장성 딸들도 있었고요.
저야 많이 평범하고 극히 서민이었어요.
요즘 같았으면 빈부격차 느껴서 힘들었을 수도 있지만, 그때는 그런 거 모르고 다녔어요.
착실하고 착한 내 짝, 그 엄마가 우리 애는 교복을 자기 손으로 빨아 입고 다닌다고 칭찬한 수더분한 친구 엄마.
중학생이지만 책가방에 소설책 한 권쯤 있었고, 그 책 서로 돌려보고,
하굣길 철도고등학교 앞 지나가면서 용산중앙병원도 있고,
시장에서 핫도그도 사 먹고...
시장 지나가는 학굣길은 서민이었어요.
잘 사는 집 딸들은 학교 정문 벗어나 왼쪽에 늘어서 있는 아파트가 자기 집이었으니, 굳이 용산역 근처로 나올 일이 없었겠지요.
문득 중학교 시절 생각나서 글 써요.
82회원 중에도 용산여중 졸업생 계시려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