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도 오고 할 일도 없고 해서 공부법에 대해 써 봅니다.
40대 중반이고 그 시절에 그 누구보다도 사교육 많이 받고 자랐습니다. 예체능, 원어민 영어, 내신담당 선생님들, 주요과목 스타급 강사 과외까지...요즘 강남의 교육열 높은 엄마들도 지금 칠순인 저희 친정 엄마에게는 상대가 안 될꺼에요. 엄마는 그 때 제 사교육에 들인 돈이 아깝지 않다고 하지만 그건 부모 입장이고 전 여태까지 3번 정도 공부에 대해 깊이 생각하고 실력을 확 늘릴 기회가 있었는데 그 3번이 다 사교육과는 무관하고, 너무 원론적인 거였어요.
첫번째는 재수할 때...고등학교 때 전교 3~5등 정도였어요. 부동의 전교 1등이 있고, 나머지 몇명이서 돌아가면서 전교권 하는. 재수하면서 처음으로 과외 선생님이 없이 혼자 !! 공부할 시간을 가졌어요. 과외를 하던 학원을 다니던 선생님과 공부하는 건 TV 보는 거랑 비슷해요. 아는 것 같긴 한데, 완전히 아는 것은 아닌...쑤셔 넣은 공부를 소화할 시간이 필요 했고, 공부를 소화하는 방법은 차근차근 눈이 아닌 손으로 풀고, 정리 하고, 계속 머리와 입으로 환기 시키는 거였어요. 이 과정이 꼭 필요한데 엄마의 스케쥴에 따라 사교육을 하다 보니 그 시간이 없었고 이미 아는 것 같은 착각에 안 하게 되더라구요.
두번째는 20대 후반에 회사 다니면서 고시 공부할 때... 이미 대학을 졸업한지 4년 되었을 무렵이라 머리는 굳었고, 회사에선 일시키기 좋은 년차라 업무는 쏟아져 공부할 시간이 절대적으로 부족했어요. 방법은 배운 걸 바로바로 복습!!하는 거에요. 학원 강의가 3시간 수업이면 중간에 1번 휴식 시간 있는데, 그 때 최대한 많이 기억을 환기 시킬려고 하고 적어도 목차, 주제, 핵심내용은 외울려고 했어요. 학원 마치고 집으로 가는 길에도, 집에 가면 퍼져서 일어날 수 없기 때문에 걸어 가면서 머리속으로 그날 배운 걸 큰 마디부터 환기시키면서, 생각이 안 나는 건 길에 멈춰서서 가로등 밑에서 교재를 잠시 보고 큰 줄기는 이해 했다 싶을 때 집에 들어갔어요. 큰 흐름에서 세부내용으로 좁혀 들어가고, 그게 머리속에서 사진 찍듯이 외워지고, 1과목 전체를 짚어 보는데 30분이면 될 정도로 완벽하게 이해될 때 까지 복습하고 또 복습했어요. 예습보다는 복습, 세부사항, 지엽적인 내용에 매몰되어 포기하지 말고 크게 크게 보고 계속해서 복습하다보면 언젠가 세부사항도 이해가 되더라구요. 100번 읽으면 모든게 이해 된다는 게 맞습니다.
세번째는 웃기지도 않게 40중반인 요즘이에요. 다시 중고등 공부를 보다 보니 이제 나이가 들어 머리는 완전히 굳었지만 공부방법은 똑같더라구요. 아이는 공부 안하지만 필요도 없는 저는 국영수과 다 잘해요.
아파트 한채 정도는 사교육에 밀어 넣은 엄마께는 죄송하지만, 시켜서 할 수 있는 한계는 그냥 잘하는 정도인 것 같아요. 공부의 왕도는 손과 입을 이용한 공부, 끊임 없는 환기와 복습, 무거운 엉덩이, 그리고 들쭉날쭉 하지 않는 꾸준함이었어요. 이렇게 중요한 사실이 필요한 그 시절에는 와 닿지 않고 언제나 이렇게 뒤늦게 깨닫게 되는거...공부의 왕도를 깨달은 엄마가 아무리 말해줘도 집에 있는 어리석은 어린 중생은 못 알아먹는 거...그러니 인생살기 힘든거겠지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