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버지를 비롯 술 드시는 어른이 안계셨고
저도 술을 못해서(간이 약해 해독이 안됩니다. 맥주 반잔에 그날 술 내가 다 마신 거 마냥 온 몸이....) 술자리에 잘 가지도 않고
겁이 많고 밖이 어두워 지면 집 안에 있어야 안심을 하는 스타일이라 남들 술 취한 걸 볼 일 자체가 거의 없었어요.
그러다... 말술을 하는 분이 형부가 되었는데, 이분은 또 술을 아무리 자셔도
그걸로 끝. 평소와 전혀 다르지 않고 조용히 씻고 자는 분. 조카 육아 때문에 합가를 한 상황이라 드디어!!! 제가 술 먹는 사람을 실제 관찰?할 기회가 된 거였죠. 근데 뭐.... 술먹고 아주 조금 업 되어 아주 조금 웃음이 헤퍼지고 아주 조금 나이브 해 지는 정도라면 술 그거 괜찮던데요.
제 신체 조건 때문에 술에 취해보지 못하는 게 억울할 지경에 이를 때쯤
남편을 만나 연애를 하고 결혼을 했는데
이 사람도 비슷. 일단 술을 많이 마시지도 않지만 취하면 좀 웃다가 얌전히 씻고 자요.
제가 그래서 술에 겁도 없고 거부감도 없어요.
술이 사람을 죄고 있던 나사를 아주 살짝만 풀어놓는 정도면
아 이래서 사람들이 술을 마시는 구나 할 정도면.... 그 사람이 말술이건 말건 전혀 문제 없다고 보는데요.
근데.............
술만 마시면 폭력성이 나오는 사람이 있다면서요.
평소엔 얌전한데 술에 취하면 몸짓도 커지고 언성도 높아지고...
이번 거제 살해사건의 범인은 술만 먹으면 주변 사람을 때리는 사람이었다고 뉴스에 나오던데...
그런 사람이면 술을 먹는 자체가 폭력의 의도를 가지고 한 거라고 봐야 하잖아요?
그걸 음주 감경은 말도 안되죠. 오히려 가중처벌해야 하잖아요. 취해서 기억이 안난다 해도 주변에서 얘길 해 줄텐데 그럼
내가 술 먹으면 개가 되는 구나 인지를 하고 술을 안마셔야죠.
술만 먹으면 (본인 주장대로 인정한다면) 나는 인지 못하는 내 안의 또다른 나(무슨 지킬&하이드도 아니고... 이 무슨)가 튀어나와 폭력을 휘둘러 주변에 민폐를 끼쳐 댄다는 건데
법정엔 지킬의 모습으로 가서 판사님 이건 내가 한 게 아니고 내 안의 하이드가 한 겁니다...
이러면 오구오구 그래 지킬아. 네가 무슨 잘못이니, 하이드가 나쁜 거지 ...
이게 주취 감경의 핵심인데,
아니 그 하이드 불러낼 술을 마신 건 지킬이고, 지킬은 술을 마시면 하이드가 튀어나와 폭주한다는 걸 이미 알고 있는 상태에서 마신 건데
그럼 당연히 지킬이 벌을 받아야죠.
맹견 로트와일러가 견사 문이 열려 뛰쳐나와 사람을 물어 죽이면 문 열어준 견주가 무조건 잘못이죠.
그걸 왜 술 마셨으니 운운 하죠?
독일을 비롯한 유럽에서는 주취상태나 약물 복용 상태의 범죄는 가중처벌 한다는데 우리나란 왜 이래요?
다시한번,
전 술을 나쁘게 생각하지 않아요.
못마셔서 원통절통 억울한 사람이구요.
술에 취해 가볍게 나사 풀린 사람하고 노는 것도 좋아해요. 재미 있더라고요. 귀엽기도 하고. 웃기기도 하고.
근데
그와 별개로 주취감형은, 도저히 이해 안되는 법이라 생각해요.
술먹으면 개 되는 거 알면서 술 먹는 사람은 술자리에서 아예 폭행 모의 혐의로 체포해야 한다 생각할 정도로...
우리나란 술에 너무 관대한 거 같아요.
술취해 개 되는 걸 술이 한 짓이다 자꾸 용서해 주니까 술취해 개되는 걸 부끄러워 하지도 않고 오히려 당당....
혐오스러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