직장 근처에 사람이 살지 않는 다 쓰러져가는 무허가 건물, 빈 공터가 있어요.
무허가 건물에 고양이 세 마리, 빈 공터에 고양이 세 마리가 살아요.
지금까지 본 것은 다섯 마리에요. 걔네들한테 밥 준지는 얼마 안됐어요.
우연히 그 공터 쪽으로 올라가다가 흰 고양이 한 마리가 로드킬 당한걸 보고 혹시
주변에 고양이 키우는 사람이 있는지 캣맘이 있는지 알아보다가
무허가 건물 주변에서 고양이 밥 주는 캣맘이라기보다는
캣 그랜드맘이 맞을 정도로 나이 있으신 분이 고양이 밥 주는 걸 봤어요.
사실 한참 전에 어떤 할머니가 수레에다가
고양이 밥을 담아서 근방에서 밥 주는 걸 본적이 있어요. 약 5년 전 쯤?
거기 고양이들이 할머니 외에 사람들에게는 절대 곁을 주지 않기 때문에
잊어 버리고 있었는데 올해 다시 가 본 거예요. 물어보니 그 할머니는
올해 길에서 낙상한 이후 일어나지 못하고 그 길로 돌아가셨다고 해요.
그리고 그 할머니를 이어 받아 지금의 캣맘이 밥을 일주일에 몇 번 갖다 주나봐요.
그런데 집이 다소 먼 관계로 자주 오지 못한다고 해서 제가 이주 전부터 밥을 주고 있어요.
여섯 마리 고양이 중 단 한 마리가 붙임성이 좋아서 가면 쪼르르 쫓아오고 좋아하고
뛰어오는데 이빨이 하나도 없대요. 젖소냥이인데 가면 반갑다고 몸을 스치곤 해요.
캣맘은 제게 그 고양이 입양할 생각이 없냐고 해요.
나이는 12세, 13세 정도이고 이빨이 없어서 젖은 사료만 먹을 수 있대요.
그리고 그 무허가 건물이 헐리고 내년에 건물이 착공될 예정이라
거기 사는 고양이들이 다 갈데가 없어질 거라는 염려 때문이에요.
다른 고양이는 도무지 잡히지 않아서 포기 상태고
유일하게 젖소냥이만 사람에게 살가워요.
저는 20평 아파트에 개하고 고양이를 키우는데
제 건강도 그닥 좋은 편이 아니고 일도 많은데 부담이 되네요.
그런데 그 고양이 생각하면 나무도 많고 친구도 많은 그곳이 편할텐데
좁은 아파트에 와서 잘 지낼 수 있을지 의문이고요.
만약 건물이 착공되면 정 갈데 없으면 데려와야 할지 모르지만
말로만 착공된다고 하고 언제 착공될지는 정해지지 않았는데
거기에 살게 하고 먹이만 갖다 주면 안될까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