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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게시판

드러낼 수 없는 고민을 풀어보는 속풀이방

함부로 인연 맺지 마세요.

가을바람 조회수 : 8,458
작성일 : 2018-10-02 17:39:02

제목이 너무 당연한거같지요. 맞아요. 너무 당연합니다.

근데 한사람과 진심으로 깊고 진실한 관계를 맺고 있다고 하면 착각(?)을 하게 되는 것 같아요.

이 사람은 다른 사람들과 달라, 라고요.


얼마전에 방송했던 그것이 알고싶다에서 제주도초등교사 사망사건을 보았어요.

그것을 보면서 단순히 사이비 종교가 원인이었구나, 라고 접근하지 않게 되더라구요.

아마 그 관계에서 속았던 사람들은 초반에는 참 진실하다고 믿었을 것이고 그것이 그 사람을

신뢰하면서 의지하게 되고, 이상하고 미심쩍은 구석이 조금씩 발견되더라도...

이미 처음에 뿌리깊게 박혀있던 의지하는 마음, 이 사람은 다른 사람과 다를것이다 라는 마음은

거의 확신에 가까워서 마음을 돌이키기 힘들었을 것 같아요.


방송에서는 그것은 학습된 무기력이라고 표현하더군요. 이미 그것에 익숙해져서 달아날 수

없을 지경에 이를러서 도망치지 못했을 것이라구요.


생존한 피해자의 인터뷰를 보니깐, 가해자가 이상하다고 여겨졌지만, 의지하고 싶은 마음을

거둘수가 없었고 이 사람만 믿으면 내가 좀 더 편해질 것이라고 생각했기에

그 관계를 계속 유지할 수 밖에 없었다고 했어요.


저는 이 사건에 비할바가 아니지만, 어느 한 남자와의 관계에서 참 많이 힘들었는데요.

저는 평소 이성적이고 좀 냉소적인 편인데, 이 한 남자가 제 입안의 혀처럼 굴면서

잘해주고 공감해주고, 뭔가 내 마음을 알아주는 듯한 느낌이 들면서 어렵게 마음의 문을

열게 되었습니다. 그 때 든 생각은, 이 사람은 다른 사람과 좀 다를 것이다, 아니 다르다... 라는

것이었죠. 그래서 관계를 유지해가면서 물들듯이 익숙해지고, 의지를 했던 것 같아요.


그러면서 이 사람의 사소한 거짓말이 발각되고, 좀 이상하다고 여겨지는 것들이 정말

이상한 것이였다! 라는 걸 조금씩 확인하게 되면서도 관계를 끊지 못했습니다.

그러면 사람들은 답답하다, 바보같다고, 하겠죠. 저도 그랬으니깐요.


근데, 막상 깊은 관계를 유지하면서 마음을 나누고, 처음에 호감있었을 때부터의 그 사람은

이런 사람일것이다..라는 나만의 평가가 뿌리깊이 박히면

이상한 구석이 발견되더라도 그 뿌리를 도려내서 도망치기 힘든 것 같았어요.

그리고 하나를 용서하고 관계를 유지하면 또다른 문제가 또 생기고, 또 그걸 용서하고 넘어가주면

또 생기고...... 나중에는 겁이 나더라구요. 내가 어디까지 관용을 베풀 수 있을까 싶어서요.

그 관계를 놓지 않기 위해서 하나둘 .. 계속 봐주는 심리가 되더군요.


아마도 그알에 나오는 사건의 피해자들도, 이미 이상하다고 생각했지만... 계속 이번만 넘기면

이번만 넘기면...이러면서 관대해진 게 아닌가 싶어요.



끊어내야지 하면서도, 저도... 학습된 무기력에서 가장 예로 많이드는 발목이 묶은 코끼리와

같았던 것이지요. 그 관계에서 발을 빼고, 지나고 보니.... 정말 무엇엔가 씌인것이었나 싶을정도로

그 때는 감정과 머리가 이미 그 관계에 몰입 혹은 중독된 상태였을 지도 모르겠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뭔가 설명할 수 없는, 그런 상황들이엇다..라고 생각했는데

얼마전 방송된 그것이 알고싶다 여교사사망사건을 보고 나니, 제 심리상태도 이해가 되어지더라구요.


저도 나름 현명하고 굉장히 이성적이다 라는 평을 듣는 사람인데도 말이죠.


사람 너무 믿지 말라,

인연의 첫단추를 잘 끼워라,

인연 함부로 맺지 말라,


너무 좋은 말들이죠.

그리고 너무 당연한 말들입니다.


근데 처음에 내가 힘들때, 혹은 내가 힘들지 않더라도 나의 까다로운 취향을 잘 맞춰주며

입안의 혀처럼 굴면서 뭔가 통하는구나 느끼게 해주는 것들....위로 받게 하는 것들...

이제는

경계하면서 살펴볼 수 있을 것 같아요.


세상에 공짜는 없죠.


그리고 처음에 좀 미심쩍고 이상했던 것은, 나중에도 그럴 확률이 높습니다.

저도 설마설마 하면서 하나둘, 넘겼던 것이, 나중에는 고통으로 다가왔으니깐요.



결론은 없네요...

그냥, 제가 느낀것 말하고 싶었어요.


모두들,

좋은 인연 맺으시길, 소중한 인연만 잘 유지하시기를 빕니다.








IP : 112.76.xxx.163
8 개의 댓글이 있습니다.
  • 1. ㅇㅇ
    '18.10.2 6:25 PM (117.111.xxx.183)

    경험을 통한 조언, 고맙습니다.
    그래도 이성적이고 현명한 분이니 아닌 사람과의 관계를
    단호하게 끊어낼수 있었던거 같네요.
    역시..사람을 턱하니 함부로 믿을껀 아닌가봅니다.

  • 2. 나옹
    '18.10.2 6:39 PM (223.62.xxx.7)

    영화 가스등이 생각나네요...

  • 3. ㅁㅁㅁㅁ
    '18.10.2 6:58 PM (161.142.xxx.218)

    저도 원글과 같은 성격인데
    따로 떼 놓고 생각하면 이상한데
    뭐에 홀린듯이 인연을 이어가서 돈을 크게 잃었어요
    이런게 사기 당하는 거구나 생각했더랬어요
    알아차려도 돈은 첮을수 없는 곳에 ㅠ ㅠ
    앞으로는 그러지 않려구요
    내가 약할수록 더 조심해야 하는 거더군요

  • 4. 밀크티
    '18.10.2 7:34 PM (39.120.xxx.121)

    와 저도 같은경우라서.. 너무 동감합니다
    좋은 글 감사드려요

  • 5. 맞아요
    '18.10.2 7:48 PM (49.171.xxx.34) - 삭제된댓글

    사람들에게 말해주고 싶어요
    동감합니다.
    그리고 여자들 자기상황 시시콜콜 다 말하는거 위험해요
    약간 낮춰서 못사는 것처럼 말하는게 좋아요.
    질투가 엄청 위험합니다.
    진짜입니다.
    전 아무리 좋은일 생겨도 말안해요...
    그게 연습하면 됩디다.

  • 6. 좋은 글
    '18.10.2 8:16 PM (223.38.xxx.123) - 삭제된댓글

    좋은 글 감사합니다.
    예전에 제가 느낀 감정을 글로 잘 표현해주신 것 같아요
    정말 글이 마음을 울리네요

  • 7.
    '18.10.2 9:00 PM (211.36.xxx.123)

    너무 가깝게 지내면 피곤해요 예전엔 안그랬는데 절친과 멀어진
    이후로 너무 가깝게 안지내요
    예전에는 정서적으로 너무 친밀히 지냈는데 그 관계가 깨진
    이후로 오히려 머리도 맑아지고 편해요..

  • 8. 글 고마워요
    '18.10.2 11:04 PM (82.113.xxx.149) - 삭제된댓글

    좋은 글입니다.
    그알 제주초등교사편 보고
    며칠을 맘이 안 좋았어요.
    그 여자분 끝내 빠져나오지 못한 게
    너무너무 맘이 아팠어요.
    지금도 기분이 이상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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