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가 사는 곳은 남쪽지방이구요..
손윗동서는 수도권에 살고 있어요..
이번 추석에 동서는 친정먼저 (아니, 친정에만)갔어요..
그 이야기도 추석전날 음식준비 하려는데 들어서.... 황당하더군요..
그동안에도 저는 시가 근처에 살아서 장보기까지 혼자서 다 했는데..
(큰 불만은 없었어요.. 매일 하는 것도 아니고, 일년에 명절 두번, 기제사 한 번.. 어차피 음식만들어서 식구들끼리 먹는데 좋은게 좋다 싶어서 되도록 좋게 생각했었는데..)
명절 전날 달랑 와서 동서는 나물 담당, 저는 전 담당..대충 이렇게 분담해서 별 어려움 없이 진행했었답니다.
이번에는 송편도 집에서 직접 만들려고 준비했었는데, 좀 황당하더군요.
손위 아주버님, 울 남편, 시어머니.. 다들 제 눈치 본다고 애쓰더군요..
음식하는게 뭐 힘들겠어요.. 힘들면 갯수 줄이면 되죠..
하지만, 암묵적인 질서라는거요.. 그렇게 혼자 툭 깨는거 아닙니다.
같이 의논하고, '이러이러해서 앞으로 이렇게 하자'라고 하면 뭐라고 합니까?
서로 일정맞춰서 진행하면 되죠.. 일절 말 한마디 없다가 음식하는날 폭탄선언도 아니고...
사실, 손윗동서랑 그다지 화기애애한 관계는 아니였어요..
제가 먼저 결혼했고, 손윗동서는 재혼인데다가 의도를 알수없는 과도한 친밀감 (시아버님께 간식을 손으로 입에 넣어드리더라구요.. 점잖은 아버님이랑 실랑이 하다가 결국 아버님이 손으로 받아서 드셨다는... 어머님께는 '엄마','엄마' 라고 부르더군요.. : 문화적 충격을 받은 친척들은 경기도에 살아서 많이 개방적이라고 생각하려고 노력했어요..)이 많이 불편했고, 손윗동서 노릇이 하고 싶었는지, 남편과의 사이에 문제가 없었는지 캐묻고 (별 문제 없다니까, 술 많이 안마시냐, 돈 많이 안쓰냐..꼬치꼬치 묻더군요... 제가 하나만이라도 이야기해야 끝낼것 처럼...) 철 없는 저희 아이들한테 엄마이야기(제 이야기)소근소근 묻고.. 그러니 제가 좋아할 수가 없었어요..
그러던 어느날은 형이 게임을 너무 많이 해서 이혼할꺼라며 장문의 문자를 우리 남편에게 보내더군요..
남편이 '나이 마흔 넘은 사람들이 알아서 해라. 둘의 의견을 존중하겠다.'고 답장보내니까, 그 뒤에는 아무말없이 또 그렇게 살더군요.. 우리 남편보다 다섯살이나 많은 동서가 손아래 사람한테 어떤 의도를 가지고 그런 문자를 보냈는지 짐작은 가지만, 그냥 모른척 했습니다.. 알아서 하라고..
다음 명절에 만났을 때는 마치 아무일도 없는 듯이 행동했지만, 사람꼴이 좀 우스워보이더군요..
일이 있어서, 멀어서 시부모 생신, 기제사 참석 못할 수 있습니다.
친정 먼저 갈 수도 있고, 명절에 안 올수도 있지요..
그런데요, 그런 자신의 권리를 주장하려면 평소에 자식으로서 인간으로서 해야할 의무는 같이 잘 해놓자구요..
다 같이 들어야 하는 짐을 본인 혼자만 쏙 빠지면 그 짐을 지고 있을 사람의 무게도 생각하는 배려 정도는 챙긴 후에 자기권리를 주장할 수 있는 사람, 그런 인간들이 많았으면 좋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