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희 시댁 경상도 보수적인 집이어서 제사 원래 되게 많았는데
아버님이 그래도 깨어있으신 분이어서 요즘 시대에 맞지 않는다, 차차 줄이자고 해서 지금은 줄인 거라고 해요.
그래도 저 결혼하고 나서 차례 제사 지내는 거 보고 기절할 뻔 했어요
여자들까지 제사 한복 입고서 제대로(?) 지내거든요
저희 어머님은 큰집 며느리로 몇십년을 그렇게 해오셨는데
아버님이 나서서 이제 당신도 고생 하지 말고 자식들에게 부담주지 말자, 하나로 몰거나 없애자, 고 하시는데
오히려 어머님이 반대하고 나서시네요.
제가 보기엔 본인이 하셨는데 며느리대부터 안시키려니 심술나기도 하고
부엌에서 지휘하는 권력을 놓기 싫으신 것 같기도 해요.
그렇게 일 치르고 나면 피곤하시다고 시름시름하시면서도 굳이 굳이 그렇게 지내려고 하시는거 보면 이해가 안되고요.
같은 여자로서 후대에 구습을 물려주지 않으려고 하는게 아니라 오히려 바득바득 용심을 부리시는게 정떨어져요.
저한테도 맨날 '우리때는 더 했어!' 막 그러시면서 뭐가 힘들다고.... 이런 식이시거든요.
평소에는 어머님한테 불만없고 오히려 감사한 면이 많아서
그래 이걸 내가 어머님 일 도와드린다고 하고 열심히 해야지 싶다가도
제사랍시고 진지하게 하고 있는 양을 보면 진짜 가슴이 답답하고 이게 뭐하는건가 싶고 그래요
저는 아기도 아직 못걷고 계속 손이 갈 정도로 어리기도 하고
이런 이해안가는 전통을 남편도 아니고 내가 왜 개고생을 하고 있나 싶어서 명절마다 스트레스인데
그래도 아버님이 그렇게 나오시고 정말 줄어들 확률도 있으니 그냥 저는 잠자코 있어야겠죠
평소엔 어머님이 좋은데 명절이나 제사때마다 정이 뚝뚝 떨어지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