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2cook.com을 즐겨찾기에 추가
login form

자유게시판

드러낼 수 없는 고민을 풀어보는 속풀이방

Banner

반복되는 역사의 '희극적 비극' feat. 보배사건

전우용글 펌 조회수 : 1,040
작성일 : 2018-09-10 11:16:39

1. 중세 유럽 어느 자치도시에서 여성 모욕죄 재판이 열렸습니다. 원고와 피고의 증언이 일관되게 엇갈렸고 뚜렷한 증거도 없었으나, 판사는 원고의 주장만 수용하고 피고에게는 ‘뉘우치지 않는 죄’까지 덧붙여 전례 없는 중형을 선고했습니다. 어떤 사람은 드디어 정의가 승리했다고 환호했고, 어떤 사람은 유죄라도 형이 너무 과하다고 봤으며, 어떤 사람은 2심까지 기다려봐야 한다고 생각했고, 또 어떤 사람은 판결이 너무 부당하다고 분노했습니다. 판사를 응징하기 위해 시장에게 민원을 넣자는 사람도 많았습니다. 곧 시청 앞에 긴 줄이 늘어섰습니다. 줄 서 있던 사람 중 한 명이 갑자기 큰소리로 외쳤습니다. “이렇게 많은 사람이 줄 서서 항의하는데도 시장이 판사를 징계하지 않는 건 판사와 한통속이기 때문이다.” 누군가 또 외쳤습니다. “우리와 함께 줄 서지 않고 구경만 하는 자들도 판사와 똑같은 자들이다.” 그러자 몇 사람이 줄 밖에서 구경하던 사람들에게 쌍욕을 
퍼부었습니다. 줄 밖에 있다가 졸지에 봉변을 당한 사람들도 그에 맞섰고, 이윽고 돌이 날아다니기 시작했습니다. 싸움에 휘말리기 싫은 사람들은 분분히 자리를 피해 집으로 돌아갔습니다. 사법 사건은 이렇게 ‘정치적 사건’으로 비화했고, 도시 주민들은 서로 자기들만이 정의롭다고 믿는 두 패로 확연히 분열했습니다. 이 도시의 자치권을 빼앗으려 노리던 왕은 이 상황을 무척 반겼습니다.


 



2. 중세 아시아 어느 시골에서 마을 재판이 열렸습니다. 여러 죄목으로 고발당한 피고를 두고 주민들의 의견이 엇갈렸습니다. 일부는 죽도록 때린 뒤 즉시 추방해야 한다고 단정했습니다. 일부는 유죄의 심증은 있으나 마을에서 추방할 죄까지는 아니라고 봤습니다. 일부는 사실 관계가 확실해진 다음에 판단해야 한다고 생각했습니다. 또 일부는 피고가 무죄라고 믿었습니다. 주민들이 두런두런 의견을 주고받는 중에 누군가 큰소리로 외쳤습니다. “저놈을 당장 매질해서 쫓아내는 게 정의를 바로 세우는 일이다.” 그러자 다른 사람이 또 외쳤습니다. “저놈을 쫓아내는 데 주저하는 자들은 옛날부터 저놈과 한패였던 놈들이다. 저놈과 한패인 나쁜 놈들도 마을에서 다 쫓아내야 한다.” 몇 사람은 자기들에게 동조하지 않는 사람들에게 욕설을 퍼부었습니다. 이 때문에 재판은 뒷전으로 물러났고 마을 광장은 졸지에 싸움판이 돼버렸습니다. 한심한 작태에 염증을 느낀 사람들 일부는 집으로 돌아갔습니다. 처음에 다른 사람들까지 죄인으로 몰았던 자들도 슬그머니 집으로 돌아갔지만, 싸움은 밤새 계속됐습니다. 이 싸움으로 감정이 상한 사람들은 그 뒤로도 서로를 원수처럼 대했습니다. 오랫동안 농민들의 권익을 지키기 위해 애쓰던 사람들이 ‘나쁜 놈’으로 지목받자, 지주는 무척 즐거워했습니다.


 


-------------


 


몇 걸음 떨어져서 보거나 조금 시간이 흐른 뒤 되돌아보면 한심한 일이지만, 당장 당시에는 거기에 죽기 살기로 매달리는 사람은 언제나 있습니다. 역사에서 ‘희극적 비극’이 반복되는 건, 옛날에도 자기와 똑같이 어리석은 짓을 한 인간이 수없이 많다는 걸 모르는 사람이 너무 많기 때문입니다.


 


 전우용 글 펌 






IP : 202.7.xxx.72
4 개의 댓글이 있습니다.
  • 1.
    '18.9.10 11:37 AM (117.123.xxx.188)

    전우용......이 냥반.......
    날이 갈수록 말이 길어요

  • 2. 이젠
    '18.9.10 11:48 AM (175.193.xxx.150)

    믿고 거르는 전우용.

  • 3. 역시
    '18.9.10 1:18 PM (58.120.xxx.6)

    글도 재미있고 비유도 딱이네요.

  • 4. ..
    '18.9.10 1:43 PM (59.6.xxx.219) - 삭제된댓글

    참.. 너무 나가는 사람 싫어요.

☞ 로그인 후 의견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댓글입력 작성자 :

N

번호 제목 작성자 날짜 조회
860039 보험 몰라요 1 고민중인 귀.. 2018/10/08 751
860038 급하게 햇반으로 죽을 끓이는방법좀알려주세요. 7 파랑 2018/10/08 1,445
860037 자식에 대한 제 생각은 어떤가요?? 2 자식 2018/10/08 1,470
860036 전업주부들이 다 일하러 나오면 29 왜그러는지 2018/10/08 6,504
860035 이청아 예쁘네요. 단짠오피스 볼만해요 6 이청아 2018/10/08 2,923
860034 50 넘으신 분들~ 근력 어떻게 키우고 계시나요? 4 2018/10/08 4,216
860033 서동주 썸남 알고보니..'IT 억만장자' 찰리 치버 34 대다나다 2018/10/08 27,269
860032 알잖아~뇌물이야 ^^ 1 돈봉투 2018/10/08 850
860031 이사를 했는데.. ... 2018/10/08 797
860030 자식이란 뭘까요... 5 선물 2018/10/08 2,341
860029 혹시 구스 이불 써보신분들 있으세요? 6 친환경 2018/10/08 2,202
860028 올케가 점점 미워지네요 93 외동맘 2018/10/08 22,452
860027 사업자세금도 카드납부가능한가요? 3 납세자 2018/10/08 723
860026 판빙빙 탈세 보면서 생각나는거 없으세요? 1 문프와함께 2018/10/08 1,151
860025 ‘장밋빛 통일의 허구’에 대한 보충 설명. 3 길벗1 2018/10/08 649
860024 송이 어디로 사러가시나요? 2 ... 2018/10/08 1,091
860023 日, 폼페이오 방북에 '납치문제진전' 기대감…종전선언엔 '경계'.. 5 경계? 2018/10/08 780
860022 소개팅하는데 자꾸 본인어릴때사진 보여주는 남자 4 asd 2018/10/08 3,412
860021 유부남이 미혼여직원과 단둘이 밥먹는거 24 . 2018/10/08 15,074
860020 공돈생겼어요 뭐할까요(큰딸찬스) 13 고3맘 2018/10/08 3,438
860019 강남 kcc사옥 주변 24시간 카페 아시는 분 계실까요 5 2018/10/08 1,060
860018 돌쟁이 데리고 병원 같이 가자는 시어머니는 대체 생각이란게 있는.. 15 ... 2018/10/08 4,943
860017 김형경씨가 동성애에 대해 쓴글을 10페이지 읽었죠 그리고 어느 .. 3 tree1 2018/10/08 2,946
860016 독감주사 맞은 후에 설사를 하네요 ㅜㅜ 2 독감주사 맞.. 2018/10/08 2,658
860015 코코넛오일이 원래 굳나요? 6 ㅇㅇ 2018/10/08 1,88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