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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복되는 역사의 '희극적 비극' feat. 보배사건

전우용글 펌 조회수 : 926
작성일 : 2018-09-10 11:16:39

1. 중세 유럽 어느 자치도시에서 여성 모욕죄 재판이 열렸습니다. 원고와 피고의 증언이 일관되게 엇갈렸고 뚜렷한 증거도 없었으나, 판사는 원고의 주장만 수용하고 피고에게는 ‘뉘우치지 않는 죄’까지 덧붙여 전례 없는 중형을 선고했습니다. 어떤 사람은 드디어 정의가 승리했다고 환호했고, 어떤 사람은 유죄라도 형이 너무 과하다고 봤으며, 어떤 사람은 2심까지 기다려봐야 한다고 생각했고, 또 어떤 사람은 판결이 너무 부당하다고 분노했습니다. 판사를 응징하기 위해 시장에게 민원을 넣자는 사람도 많았습니다. 곧 시청 앞에 긴 줄이 늘어섰습니다. 줄 서 있던 사람 중 한 명이 갑자기 큰소리로 외쳤습니다. “이렇게 많은 사람이 줄 서서 항의하는데도 시장이 판사를 징계하지 않는 건 판사와 한통속이기 때문이다.” 누군가 또 외쳤습니다. “우리와 함께 줄 서지 않고 구경만 하는 자들도 판사와 똑같은 자들이다.” 그러자 몇 사람이 줄 밖에서 구경하던 사람들에게 쌍욕을 
퍼부었습니다. 줄 밖에 있다가 졸지에 봉변을 당한 사람들도 그에 맞섰고, 이윽고 돌이 날아다니기 시작했습니다. 싸움에 휘말리기 싫은 사람들은 분분히 자리를 피해 집으로 돌아갔습니다. 사법 사건은 이렇게 ‘정치적 사건’으로 비화했고, 도시 주민들은 서로 자기들만이 정의롭다고 믿는 두 패로 확연히 분열했습니다. 이 도시의 자치권을 빼앗으려 노리던 왕은 이 상황을 무척 반겼습니다.


 



2. 중세 아시아 어느 시골에서 마을 재판이 열렸습니다. 여러 죄목으로 고발당한 피고를 두고 주민들의 의견이 엇갈렸습니다. 일부는 죽도록 때린 뒤 즉시 추방해야 한다고 단정했습니다. 일부는 유죄의 심증은 있으나 마을에서 추방할 죄까지는 아니라고 봤습니다. 일부는 사실 관계가 확실해진 다음에 판단해야 한다고 생각했습니다. 또 일부는 피고가 무죄라고 믿었습니다. 주민들이 두런두런 의견을 주고받는 중에 누군가 큰소리로 외쳤습니다. “저놈을 당장 매질해서 쫓아내는 게 정의를 바로 세우는 일이다.” 그러자 다른 사람이 또 외쳤습니다. “저놈을 쫓아내는 데 주저하는 자들은 옛날부터 저놈과 한패였던 놈들이다. 저놈과 한패인 나쁜 놈들도 마을에서 다 쫓아내야 한다.” 몇 사람은 자기들에게 동조하지 않는 사람들에게 욕설을 퍼부었습니다. 이 때문에 재판은 뒷전으로 물러났고 마을 광장은 졸지에 싸움판이 돼버렸습니다. 한심한 작태에 염증을 느낀 사람들 일부는 집으로 돌아갔습니다. 처음에 다른 사람들까지 죄인으로 몰았던 자들도 슬그머니 집으로 돌아갔지만, 싸움은 밤새 계속됐습니다. 이 싸움으로 감정이 상한 사람들은 그 뒤로도 서로를 원수처럼 대했습니다. 오랫동안 농민들의 권익을 지키기 위해 애쓰던 사람들이 ‘나쁜 놈’으로 지목받자, 지주는 무척 즐거워했습니다.


 


-------------


 


몇 걸음 떨어져서 보거나 조금 시간이 흐른 뒤 되돌아보면 한심한 일이지만, 당장 당시에는 거기에 죽기 살기로 매달리는 사람은 언제나 있습니다. 역사에서 ‘희극적 비극’이 반복되는 건, 옛날에도 자기와 똑같이 어리석은 짓을 한 인간이 수없이 많다는 걸 모르는 사람이 너무 많기 때문입니다.


 


 전우용 글 펌 






IP : 202.7.xxx.72
4 개의 댓글이 있습니다.
  • 1.
    '18.9.10 11:37 AM (117.123.xxx.188)

    전우용......이 냥반.......
    날이 갈수록 말이 길어요

  • 2. 이젠
    '18.9.10 11:48 AM (175.193.xxx.150)

    믿고 거르는 전우용.

  • 3. 역시
    '18.9.10 1:18 PM (58.120.xxx.6)

    글도 재미있고 비유도 딱이네요.

  • 4. ..
    '18.9.10 1:43 PM (59.6.xxx.219) - 삭제된댓글

    참.. 너무 나가는 사람 싫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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