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2cook.com을 즐겨찾기에 추가
login form

자유게시판

드러낼 수 없는 고민을 풀어보는 속풀이방

가을은 버스처럼.

오렌지빛하늘 조회수 : 1,113
작성일 : 2018-09-07 23:19:17

가끔,

계절이 바뀌고 남색 스크린으로 펼쳐진

창문앞에서 먼저 가슴이 쿵할때가 있어요.

심쿵이라는 말이 저절로 생각날정로요.


저녁 6시가 되고, 30분이 흘러가고,

7시가 되면, 어느새 하늘도 짙은 군청색으로 물들고

거리엔 가로등이 켜지고.

저멀리 누운 산능선들 사이로는 주황색 불들이 켜지고.


어둑어둑해져서 길가 건너편 저멀리 서있는  아파트들도

불이 켜져있고.

도로양옆의 플라타너스나무사이로

빨간불빛을 달고 머뭇머뭇 보이는 버스들과 노란 차창들과

그리고 군데군데 정물처럼 앉은 사람들의 얼굴들이 사진처럼

찰나의 순간에 내눈앞에서 스쳐지나갈때.


코끝으로 물기가 묻어나는 저녁공기속에

빨간 버스불빛도 수채화물감처럼 번져가면서 그렇게

사라져가고,

머리칼은 꿈처럼 살랑거리는데

가로등불빛도

버스불빛도

그렇게 먹먹하게 푸른 어둠속에 빛나는 창밖의 모습들이


너무 가슴이 아파와서

살포시 한숨지으면서 제눈도 그렇게 먹먹해지는 것같아요.


아, 조금있으면

은행나무잎들로 전부 노랗게 물들어 버리고 하늘도 노랗게 보일텐데

그 환한 불빛속을 어떻게 걸어오려고 나는 이렇게 가을이 가슴아플까요.


예전엔 저 산등성이주변에 빛나는 주황색 불빛들을

정말 어느 산골마을 낮은집창문에서 새어나오는 불빛인줄 알았어요.

그 창문안은 어떤 곳일까.

무슨 이야기를 하고있을까.

이런 생각을 하면서 하염없이 어두운 저녁을 바라보았던 쓸쓸한 나의 20대.

그때, 참 어렸던 시절이었지요.


제옆에는 6살된 늦둥이 아들이 늘 있는데

해지기전, 노을진 하늘을 올려다보면서

엄마,저녁하늘이 오렌지빛 하늘이지? 내가 식탁위에 흘린 오렌지주스보다도 더 멋진데?

그말에도 전 가슴이 심쿵.


우리아들, 마트에 계란 사러 나가는 내게

현관까지 배웅나와서

빨리 다녀와, 내맘알지?

그말에 저도 그래, 밤하늘을 날아서 빨리 달려올께라고 했더니

바람처럼?구름빵먹은 고양이처럼 그렇게 빨리 ?


그렇게 대답하네요.

옆에서 우리둘의 대화를 들은 엄마,

피식 웃어버리고 가을은 이렇게 먹먹하게 다가왔네요.

IP : 220.89.xxx.100
2 개의 댓글이 있습니다.
  • 1. 원글님
    '18.9.8 12:36 AM (112.163.xxx.236)

    글솜씨가 좋으시고 감수성이 풍부하시니 아드님도 닮았나봐요
    가을은 저도 참 좋아하는 계절인데..

    아름다운 계절 오롯이 느끼시고 예쁜 아들이랑 도란도란 행복하세요 ^^

  • 2. 5678
    '18.9.8 1:07 AM (14.35.xxx.110)

    와 너무 아름다워요. 글도. 풍경도.

☞ 로그인 후 의견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댓글입력 작성자 :

N

번호 제목 작성자 날짜 조회
867611 19)남편이 험하게 다룬다는 느낌 19 rㅡㅡ 2018/10/27 27,817
867610 부도덕한 자들의 능력은 자신들을 위해서만 쓰입니다. 4 ..... 2018/10/27 692
867609 산청 동의보감촌 약재들 살수있는 사이트아세요? 바닐라 2018/10/27 406
867608 문정부 일자리 정책이라는데요. 26 어휴 2018/10/27 1,515
867607 축의금 금액 3 요즘응 2018/10/27 3,058
867606 체중은 늘었는데 몸은 가벼워진 경우 1 ㅇㅇ 2018/10/27 1,551
867605 예쁜 여자들에 대한 남자들의 착각 2 그거슨 착각.. 2018/10/27 5,011
867604 초6아들부산에서 서울 남산이랑 에버랜드로수학여행가요~ 오리털파카.. 6 .. 2018/10/27 950
867603 (다이어트) 변비약 추천해주세요. 3 .... 2018/10/27 2,013
867602 세자리수x한자리수 곱셈에서 자리수를 자꾸 실수해요 8 ㅇㅇ 2018/10/27 839
867601 겨드랑이 안쪽 혹 4 조언부탁요 2018/10/27 2,284
867600 신기한 점집도 다 있네요 10 프로그램 2018/10/27 5,827
867599 묵시적 갱신에 해당되나요? 12 ... 2018/10/27 1,628
867598 20대 후반 선물 골라주세요 .... 2018/10/27 407
867597 노루궁뎅이버섯즙 어디서 사는게 좋을까요? .. 2018/10/27 476
867596 여행에 들고 갈 크로스백과 신발 구성? 4 ... 2018/10/27 1,579
867595 시판김치 색깔이 4 2018/10/27 871
867594 허브쏠트는 어떤 요리에 쓰나요? 8 ㆍㆍ 2018/10/27 2,063
867593 매월 5백만원 생겨요. 뭐할까요? 63 .... 2018/10/27 21,241
867592 댓글보여주려합니다)고딩이 6시간반 자는게 조금 자는건가요? 28 ... 2018/10/27 3,004
867591 안에 입을 베스트? 그런게 없어요 빈민 2018/10/27 540
867590 아웃도어로 겨울 패딩하나 장만하려하는데 14 겨울시러라 2018/10/27 3,387
867589 주택매매 부동산 수수로 1.5프로 달라는데 8 ,,, 2018/10/27 1,604
867588 전세 5500 부동산 중개비 좀 알려주세요 2 .. 2018/10/27 1,544
867587 오랜만에 1호선 탔는데 힘들어요 16 2018/10/27 4,86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