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2cook.com을 즐겨찾기에 추가
login form

자유게시판

드러낼 수 없는 고민을 풀어보는 속풀이방

가을은 버스처럼.

오렌지빛하늘 조회수 : 1,077
작성일 : 2018-09-07 23:19:17

가끔,

계절이 바뀌고 남색 스크린으로 펼쳐진

창문앞에서 먼저 가슴이 쿵할때가 있어요.

심쿵이라는 말이 저절로 생각날정로요.


저녁 6시가 되고, 30분이 흘러가고,

7시가 되면, 어느새 하늘도 짙은 군청색으로 물들고

거리엔 가로등이 켜지고.

저멀리 누운 산능선들 사이로는 주황색 불들이 켜지고.


어둑어둑해져서 길가 건너편 저멀리 서있는  아파트들도

불이 켜져있고.

도로양옆의 플라타너스나무사이로

빨간불빛을 달고 머뭇머뭇 보이는 버스들과 노란 차창들과

그리고 군데군데 정물처럼 앉은 사람들의 얼굴들이 사진처럼

찰나의 순간에 내눈앞에서 스쳐지나갈때.


코끝으로 물기가 묻어나는 저녁공기속에

빨간 버스불빛도 수채화물감처럼 번져가면서 그렇게

사라져가고,

머리칼은 꿈처럼 살랑거리는데

가로등불빛도

버스불빛도

그렇게 먹먹하게 푸른 어둠속에 빛나는 창밖의 모습들이


너무 가슴이 아파와서

살포시 한숨지으면서 제눈도 그렇게 먹먹해지는 것같아요.


아, 조금있으면

은행나무잎들로 전부 노랗게 물들어 버리고 하늘도 노랗게 보일텐데

그 환한 불빛속을 어떻게 걸어오려고 나는 이렇게 가을이 가슴아플까요.


예전엔 저 산등성이주변에 빛나는 주황색 불빛들을

정말 어느 산골마을 낮은집창문에서 새어나오는 불빛인줄 알았어요.

그 창문안은 어떤 곳일까.

무슨 이야기를 하고있을까.

이런 생각을 하면서 하염없이 어두운 저녁을 바라보았던 쓸쓸한 나의 20대.

그때, 참 어렸던 시절이었지요.


제옆에는 6살된 늦둥이 아들이 늘 있는데

해지기전, 노을진 하늘을 올려다보면서

엄마,저녁하늘이 오렌지빛 하늘이지? 내가 식탁위에 흘린 오렌지주스보다도 더 멋진데?

그말에도 전 가슴이 심쿵.


우리아들, 마트에 계란 사러 나가는 내게

현관까지 배웅나와서

빨리 다녀와, 내맘알지?

그말에 저도 그래, 밤하늘을 날아서 빨리 달려올께라고 했더니

바람처럼?구름빵먹은 고양이처럼 그렇게 빨리 ?


그렇게 대답하네요.

옆에서 우리둘의 대화를 들은 엄마,

피식 웃어버리고 가을은 이렇게 먹먹하게 다가왔네요.

IP : 220.89.xxx.100
2 개의 댓글이 있습니다.
  • 1. 원글님
    '18.9.8 12:36 AM (112.163.xxx.236)

    글솜씨가 좋으시고 감수성이 풍부하시니 아드님도 닮았나봐요
    가을은 저도 참 좋아하는 계절인데..

    아름다운 계절 오롯이 느끼시고 예쁜 아들이랑 도란도란 행복하세요 ^^

  • 2. 5678
    '18.9.8 1:07 AM (14.35.xxx.110)

    와 너무 아름다워요. 글도. 풍경도.

☞ 로그인 후 의견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댓글입력 작성자 :

N

번호 제목 작성자 날짜 조회
853919 초등생 단어책 추천해주세요 1 초등 2018/09/11 514
853918 저도강추 하는 팟빵 방송소개 할게요 3 팟빵 2018/09/11 1,764
853917 서울 도서관 외벽에 남북정상회담 성공 기원 현수막 4 성공기원 2018/09/11 655
853916 공방을 하고 싶은데요 7 고민 중입니.. 2018/09/11 1,765
853915 밖에 나가기까지가 넘 귀찮아요 1 ... 2018/09/11 1,267
853914 택지개발 유출 "신창현" 댓가 치뤄야죠? 8 ㅇㅇ 2018/09/11 1,098
853913 며칠째 기운없고 설사하는 상태.. 5 .. 2018/09/11 2,804
853912 애들 영어 학원은 언제까지 보내시나요? 중3딸 6 2018/09/11 2,438
853911 16개월 아기와 해외여행 고민중이에요 ^^; 20 야옹 2018/09/11 2,939
853910 저도 팟캐스트(팟빵?) 하나 추천합니다 7 레인아 2018/09/11 1,804
853909 일반퍼머 하는 분들 몇달에 한번 하세요 2 ㅁㅁ 2018/09/11 2,249
853908 ㅋㅋㅋ.. 지금 홈쇼핑에서 정형돈.. 3 도니도니 2018/09/11 3,995
853907 부동산대책나왔나요? 4 부동산 2018/09/11 1,581
853906 학원 그만 둔다니까 상담 한다고 전화왔는데..ㅠㅠ 7 사람마음인가.. 2018/09/11 3,165
853905 계란간장밥이랑 인절미랑 복숭아랑 방울토마토를 8 고고고 2018/09/11 1,948
853904 인덕션 샀는데.. 속상하네요. 너무 기대를 많이했는지 12 ㅇㅇ 2018/09/11 7,563
853903 부동산(복덕방) 몇군데 돌아다닌썰. 2 .. 2018/09/11 2,916
853902 10만원 안쪽으로 갈치 선물 어디서 사면 좋을까요. 4 . 2018/09/11 795
853901 급질) 수시 원서 접수하고 있는데요, 우편으로 보내는 거요, 3 대입 2018/09/11 1,191
853900 미술치료학과 어떨까요? 6 수시 2018/09/11 1,272
853899 요즘 대학 분위기 상상을 불허하네요... 64 대학생맘 2018/09/11 28,120
853898 '아 좀~,그렇게 지르지 말고' 현실부부 우리 대통령님 부부. 20 ㅇㅇ 2018/09/11 3,010
853897 조언좀 해 주세요 잠실 에서 ? 2018/09/11 767
853896 누가 더 나쁜가? 혹은 누가 더 싫은가? 6 생각을좀하자.. 2018/09/11 685
853895 죽어도 인정 안하죠. 자신들이 이기적인 투기꾼이란거. 4 ㅇㅇ 2018/09/11 827